한없이 가벼워지는 중국 문학

<차이나소프트 문학 7> 한국과 달리 인터넷 문학이 베스트 셀러 주류 점령

등록 2003.01.10 10:05수정 2003.01.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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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인터넷 문학 사이트. 롱수. 170만편의 소설이 투고됐다고 한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 문학 사이트. 롱수. 170만편의 소설이 투고됐다고 한다.
5년전 쯤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주류를 차지하던 PC통신상에서 비교적 활발한 토론이 열렸다. 온라인상의 문학을 어떻게 부를까하는 논쟁이 중심이었고, 이런 종류의 문학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곁들여 졌었다. PC통신 등 사이버 공간에 오가던 문학의 정의를 놓고, ‘사이버문학’(이용욱 등)이라고 해야한다는 쪽과 ‘통신문학’(김흥년 등)으로 불러야한다는 쪽 등이 온라인 문학의 범위와 정의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가 그다지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났었다.

그런 결말을 맺게 된 가장 원인은 두쪽 모두 사이버 공간이 문학 확장이나 문학작품 전파 등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을 전제로 했음에 반해 실제로 사이버 공간이 문학의 터전으로 가는데는 적지 않은 한계가 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흐름은 이후 활자가 아닌 모니터 상으로 책을 보는 전자책이나 독서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단말기를 사용하는 데이터북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이버공간이나 전자책이 우리 독서문화의 저변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물론 책의 유통이나 홍보 등에 있어서는 독서쪽에 비해서 다양한 작용을 했지만, 혁명적인 기술의 변화가 없는 한 온라인이 직접적인 독서 공간으로 작용하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과 맞물러 사이버공간을 통해서 소설 등이 연재되면서 온라인 문학이 싹트는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에서 자신의 문학작품을 연재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더러는 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작품 가운데 대중의 관심을 갖거나, 문학계에서 영향력을 가질 만한 작품은 한편도 탄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이버 문학에 관한 담론 자체가 형성될 바탕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터넷 문학, 한국과 달리 빠른 성장

서유기를 패로디한 인터넷 소설 '오공전'. 인터넷 소설은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유기를 패로디한 인터넷 소설 '오공전'. 인터넷 소설은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 중국은 어떨까. 중국에는 이미 통용된 사이버 문학에 대한 정의가 있다. 바로 ‘인터넷(網絡)문학’인데, 쉽게 이런 단어가 생긴 것은 중국 온라인의 보급 상황에서 한국의 PC통신과 같은 형태가 없이 곧바로 인터넷이 온라인의 중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때문이다. 또 중국 인터넷 문학은 한국 온라인 문학과 달리 빠른 속도로 자신의 위상을 찾아가면서 문단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지금 중국 문단에서 인터넷 문학이 차지하는 위상은 상상이상이다. 한 예로 우리 검색사이트의 문학안에는 온라인 문학의 카테고리가 거의 없지만, 중국 검색사이트(야후 중국) ‘문학 종류별’ 아래에 ‘인터넷 발표문학’(網上發表文學) 카테고리가 있는데, 하부에 관련 포탈 사이트만도 수백개가 링크되어 있다. 인터넷이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등단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임을 말해준다.


중국에서 인터넷 문학이 위상이 높은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중국 문학이 문화대혁명의 긴 공백기간과 이후에 다가온 상업 문학으로 인해 고급한 순수문학의 창작시간이 없어, 상대적으로 인터넷 문학이 빠르게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괄하는 출판사는 극히 소수로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글을 발표하고, 인기에 따라 오프라인 출판사들이 출판을 하는 형태의 출판행태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삐즈차이의 소설이 영화화된 '첫번째 친숙한 만남'
삐즈차이의 소설이 영화화된 '첫번째 친숙한 만남'
중국 인터넷 문학의 초기 대표작은 99년 대만에서 발표되어 빠르게 중국에도 영향을 미친 ‘첫 번째 만남’(第一次的親密接觸)이다. 중국판 ‘접속’인 이 소설은 잔잔한 내용으로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고, 이후 책으로 나오는 한편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이 결과 인터넷이 상당히 효과적인 등단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인터넷 문학의 가장 큰 힘은 급속히 늘어나는 중국 인터넷 인구다. 신화사의 집계에 따르면 2년전 890만명 수준이던 인터넷 인구는 지금은 4600만명 수준이다. 이런 하부구조의 발전에 힘입어 인터넷 문학의 공간인 롱수(榕樹)에는 2002년 10월까지 170만편 가량의 소설이 투고됐다.

이런 인터넷 문학의 범람속에서 당연히 인기를 얻는 작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어 신문에 연재되는 ‘킬러 왕샤오산’(黑心殺手王小山), 인터넷 만큼은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소설로 출간된 ‘태감’(太監), 서유기를 패로디한 ‘오공전’(悟空傳) 등은 큰 인기를 끈 인터넷 문학의 결실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성과는 2002년 10월 닝컨(寧肯)의 장편 인터넷 소설 ‘멍미엔의 성’(蒙面之城)이 ‘제 2회 라오서(老舍)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17세의 소년 마거(馬格)가 소수민족의 고향인 티벳에서 가장 번화하고, 부의 상징적인 도시인 선전(심천)을 여행하는 도정을 그린 이 소설은 신랑왕에 연재된 지 한달만에 50만명이 다운받은 여행자 소설이다.

-비판 하지만 오프라인 문학의 연성화도 문제

인터넷 문학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삐즈차이
인터넷 문학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삐즈차이
중국에서 인터넷 소설이 맹위를 떨칠 수 있는 몇가지 조건 중에 하나는 지불의 단계가 없고, 현대 들어 문학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었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인터넷 문학에 부정적인 여론도 서서히 강도가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인터넷 문학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쇄출판이기를 바라는데 인터넷 문학에 어떤 의의가 있는가를 묻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 문학이 비판받는 근거는 2001년 11월 ‘신랑문화’(新浪文化)에 발표된 ‘인터넷 문학의 8가지 죄’를 보면 대강을 알 수 있다. 아리(阿力)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이 글에서 필자는 인터넷 문학의 문제를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우선 긴 작품의 내부에 제대로 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문학 수업을 받지 않은 이들이 푸념 식으로 작품을 올리다보니, 문학 쓰레기들이 범람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맞는 새로운 문학이 등장하기보다는 헌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이상한 형국으로 본다.

두 번째로는 인터넷 문학의 음란성을 든다. 책임의 소재가 불투명하다 보니 문학작품을 가장한 음란물들이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버젓하게 유통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인터넷에서 쓰이는 언어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가 않은 은어나 속어가 되는 등 문학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려됐던 이런 경향은 중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맞다. 이밖에도 인터넷 문학에는 언어가 풍부하지 못하고, 주체가 뚜렷하지 않아 상대를 음해하는 글이 많고, 인기에 영합하는 글들이 많아서 문학 발전을 방해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이유로 저명한 현대 작가 천춘(陳村)은 2001년 11월 “인터넷 문학의 봄날은 갔는가”라는 글을 통해 인터넷 문학의문학의 가장 중요한 공리의 부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인해 곧 퇴조기에 접어들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문학의 긍정론자들은 우선 인터넷 문학이 생활의 문학이라는 점을 든다. ‘E세상’은 기본이고, 이제 실생활이 문학의 소재가 되어야하는데, 인터넷 문학이 이에 가장 충실한 문학이라는 것이다. 또 인터넷 문학은 상호성을 갖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일반 대중이 문학에 친숙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문학의 중요한 토대중에 하나다. 인터넷문학과 오프라인 문학의 경계도 사실상 미약하다. 중국 주요 문학작품이나 글의 대다수는 인터넷을 통해 내려 받을 수 있고, 모니터 환경에서 읽을 수 있다. 앞에서 다루었던 ‘위화’의 소설도 전부 인터넷 상에서 무료로 다운받거나 텍스트 환경에서 읽을 수 있는 등 대부분 작품을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문학의 실패가 예정해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온라인을 통해 움직이는 작품의 수준이 오프라인에 비해 낮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공산화 이후 문혁(1966~1976)을 거치면 중국 문학은 사실상 전통과 오랜 단절을 경험했다. 문학 작품의 수준도 낮았을 뿐만 아니라 문학의 하부 자체가 와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문학 수요층의 붕괴다. 문혁은 당시에 교육을 받아야할 세대뿐만 아니라 전 중국인에게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여유를 잃게 했다. 창작뿐만 아니라 독자층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그 수준도 낮아진 것이다.

특히 온라인 문학의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문학이라고 할지라도 그 깊이나 수준이 높으냐를 물으면 쉽게 답할 수 없다. 2000년 여름 중국 문단에 최대 이슈는 17세의 소년작가 한한韓寒)이었다. 그는 그해 5월 작가출판사에서 소설 '싼충먼'(三重門)을 출간해 6월에 5판을 찍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작가 이전에 한명의 엔터테이너가 됐다. 적지 않은 사회 문제에 칼날을 들이대며, 반항적인 젊은이의 대명사가 되었고, 가는 곳마다 여학생들의 꽃다발에 파묻혔다. 하지만 그의 글은 주된 흐름이 없어 산만하고, 하나의 중심사상이 나타나지 않는 등 문학적 평가는 낮다.

이런 이상 현상은 2002년 17세의 소녀 춘수(春樹)의 ‘베이징 미녀’(北京娃娃)로 이어졌다. 어른 소녀의 일탈을 그린 이 소설은 5월에 출간한 후 끊임없는 인기몰이를 해 2003년 벽두의 신화서점 인터넷 베스트 셀러 2위를 달리는 등 이상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의 문단에 비해 조금 늦게 자본의 물결을 받은 세대인 70년대 이후 여성작가들의 부상은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그들은 ‘미녀작가’나 ‘사이버작가’ 혹은 ‘신비작가’라 불리면서 기성시대를 당혹하게 만들 정도로 자유분방한 남녀의 사랑을 작품 소재로 다루고 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급속히 변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소설에 반영하는데, 대표적인 작가로는 ‘아이스크림 사랑’을 발표한 자오보(趙波) 외에 인리추안(尹麗川), 따이라이(戴來)등이 있다.

반면에 문학성을 인정받는 쟈핑아오(賈平凹), 쉬쿤(徐坤), 한사우궁(韓少功), 海岩(하이옌) 등 유명작가의 소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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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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