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수천>을 위해 뭉친 386 문화전사들. 좌로부터 안치환, 신동호, 김정환, 윤민석.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먼저 공연연출가 김정환(37)이 들려주는 그 옛날(?) 이야기 하나.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연세대에서 박살이 났던 96년 초가을이었죠. 이대로 가다가는 학생운동의 정통성과 도덕성, 역사성이 모조리 도매금으로 매도된다는 위기감이 왔어요. 당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한총련의 전신)동우회 회장이었던 이인영(전대협 1기 의장) 선배와 신동호(시인·38)를 만나 '문화행사라도 하나 해서 후배들에게 힘을 주자'고 뜻을 모았지요.
경희대에서 노래와 연극 등이 어우러지는 공연을 열기로 하고 연습에 들어갔는데, 막상 당일엔 공연이 원천봉쇄된 겁니다. 최종 리허설을 하려고 음악만 틀면 교문 너머로 지랄탄(최루탄의 일종)을 정신없이 쏘아대는 겁니다. 학교 주변엔 전경과 닭장차(전경버스)가 구름떼처럼 깔리고 관객은 물론, 스텝들도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이러다간 준비한 거 몽땅 폐기하겠다싶어 고육지책으로 해가 질 때쯤 교문 앞에다 조잡한 스피커와 마이크를 설치하고 게릴라식으로 공연을 열었어요. 그때 사회를 본 사람이 오영식(전대협 2기 의장)과 최광기씨에요.
그런데, 정태춘과 안치환, 조국과청춘(서총련 노래패)의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세 겹 네 겹으로 둘러친 전경들의 벽을 뚫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거예요. 회사를 마친 30대 넥타이부대들도 '평화공연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우릴 거들어 주더군요. '그날이 오면'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너나 없이 하나가 됐던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치 제2의 6월항쟁 같았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끝낸 불온한 행사(?)의 주역들은 그날 밤 한 가지 약속을 한다. "좋은 날이 오면 꼭 합법적인 장소에서 합법적인 사람들을 모아 합법적인 공연을 열자. 오늘처럼 최루탄에 눈물 흘리지 말고 웃으며 함께 하자." 그들이 손가락 걸어 다짐했던 그 '약속'이 마침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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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될 고구려 뮤지컬 <대륙의 여인 수천(守天)>을 위해 그날의 주역,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 것이다. '땅은 스스로 경계를 긋지 않는다'는 고구려인의 담대한 기상을 담은 뮤지컬 <수천>을 위해 모인 '386 문화전사들'의 면면은 다채롭고, 화려하다.
386 문화전사들은 무엇을 꿈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