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교육부장관 할만할까?

등록 2003.01.20 09:11수정 2003.01.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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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 임명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들은 재임 중 국가 중심의 창의적인 교육 계획을 구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업무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시도교육청이나 일선 학교 현장을 순시하고 돌아올 때쯤이면 또 다른 후임 장관에게 바통을 물려줘야 하는 안타까운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잦은 장관 교체는 교육부실의 원인 제공

국민의 정부로 들어서서, 교육부장관만 해도 무려 일곱 번씩이나 교체되었으니 일관된 정책추진이나 장기적 교육계획 수립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해찬 장관을 시작으로 김덕중, 문용린, 송자, 이돈희 장관, 한완상, 이상주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에 이르기까지 각자 변화무쌍한 일들을 시도했으나, 창의성과 일관성이 없는 교육 정책을 제시하여 근시안적이고 임기응변식의 정책이라는 비난과 함께 결국 교육 부실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가령, 교원 정년 단축을 비롯한 수행평가, 성과급제도, 두뇌한국 21사업, 기여 입학제, 이중국적 및 사외이사, 학원 강사와 교사 수준 비교, 창발성 발언과 학벌 기재 폐지, 7.20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으로 전직 교육부장관들은 모두 한 가지 이상의 블랙홀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들 제도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들을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한 장본인이자 교육 현장을 만신창이로 만든 주범이었다. 장관직에 올랐던 당사자들 또한 이로 인해 ‘가문의 영광’은 고사하고 한마디로 ‘패가망신’한 경우조차 있었다.

이렇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장관들의 잦은 교체였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면 늘 저마다 교육대통령을 자처하거나 교육부장관은 자신과 임기를 같이할 것이라고 이야기들을 했지만 교육부장관만큼이나 잦은 교체가 일어난 장관직도 없었다는 사실을 새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재임 기간 보장과 교육의 특수성 고려해야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장관직은 ‘목표계약제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과제별 업무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성과에 따라 장관의 유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은, 노 당선자가 교육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부와 같은 주요 부처의 장관을 ‘5년 장수’ 장관으로 이끌어갈 의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공교육 살리기의 핵심은 교육부장관의 교육철학과 전문성뿐만 아니라,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의지에 달렸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대전제 하에 교육부장관 직이 기피 대상이 아니라, 한번쯤은 하고 싶은 자리로 만들기 위해서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장관의 재임 기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언제 경질될지 모르는 좌불안석의 상황이 되어서는 교육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흔히 관운에 따라 재임 기간이 3월, 6월, 1년으로 결정된다는 말들을 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일반 계약직도 계약 기간이 최소 1년인데, 장관이라면 이보다 조건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소 재임 기간 동안이라도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보다 혁신적인 교육계획을 시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그 이상의 교육혁신을 기대한다면 또 한번의 교육 붕괴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교육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이전의 모 장관처럼 일반적인 경제논리에 비추어 교육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국가백년대계’를 부르짖으면서 당기에 이익을 창출하려는 논리적 모순에서 탈피해야 한다. 교육 그 자체를, 특정한 업무성과를 계량화하려는 것과 구별할 줄 아는 것이 교육혁신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칫 실적 위주의 교육 평가를 위해 또 다른 교육대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교육부장관을 할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우리 교육은 자연스럽게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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