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꿈에 고향집을 지었습니다

내가 그리는 우리 시골집 - 향기 가득한 집

등록 2003.01.21 14:50수정 2003.01.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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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향기 가득한 집

향기 가득한 집 ⓒ 김규환

이런 집을 보면 고향 생각이 난다. 이처럼 아담하고 예쁜 집을 언제나 가질까? 고향 떠나온 뒤로 한 때도 정겨운 고향집 잊은 적 없다.


"그래, 저런 집을 지을 거야!"

서서히 그 약속 시간이 다가온다. 곧 마흔이고 아이들 둘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마음을 뉘일 곳을 찾아야 한다.

a 행랑채 앞에 이르면...

행랑채 앞에 이르면... ⓒ 김규환

욕심 부리지 말자. 땅뙈기 몇 평이면 된다.

동네 어귀 오솔길 양쪽엔 산과 들에서 돌 몇 개 주워 자연석을 간신히 쌓아 꽃밭을 만들어 봄에는 산벚꽃, 개나리, 진달래, 철쭉, 때죽나무꽃, 금낭화가 층지어 피어 비에 떨어지고 여름엔 참나리꽃과 원추리, 마타리가 즐겨 맞이하고 가을엔 노란 들국화와 벌개미취, 미역취, 메밀꽃이 손님을 맞이하고 겨울엔 눈꽃이 만발한 "들꽃잔치" 길을 만들고 싶다.

집 앞에다 굳이 '향기 가득한 집'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그 집"이라고 만 기억하게 하면 된다. 대나무로 사립문을 짜 지나가던 사람들이 대문 앞에서 서성이게 하자. 밖에서 봐도 마루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마당 남새밭 상추가 탐나게 해야지.


울타리는 아이들이 깨금발을 딛고도 우리 아이들을 부를 수 있게 흙담으로 낮게 쌓고 이엉을 엮어 두르면 된다.

아이 친구가 "해강아! 얼른 학교 가자!" "응, 알았어."하고 금세 튀어나가려면 마당이 그리 넓을 필요까진 없다.


a 옛 부엌의 모습

옛 부엌의 모습 ⓒ 김규환

잘 다져진 흙 마당을 들어서면 가운데 남새밭이 있고, 울타리 주위를 앵두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물앵두나무 한 그루 씩 심으면 족하다. 감나무는 세 그루쯤 심자. 조금 떨어져서 소나무 세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면 그늘 만들기에 적당하다.

마당 한 켠엔 우물을 하나 파서 두레박 걸쳐놓고 '뚤방'엔 절구통 깎아서 놓고 '확독' 하나 두면 외롭진 않을 것이다.

모퉁이로 돌아서면 널찍하고 네모난 멍석을 준비해서 언제고 추어탕 끓여먹을 때와 윷놀이 판으로 쓰고 '키'와 삼태기 모아 걸어 두자. 뒤안에는 연기통 높이 쌓아 아침저녁으로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마을에 연무가 아름답게 끼게 해서 "아, 저 집에서 맛난 된장국이 끓여지고 있구나!" 미리 짐작하게 하여 지나는 길손이 찾아오게 하면 좋으련만.

행랑채엔 소 한 마리, 돼지 두 마리, 토끼 일곱 마리, 토종닭 백 마리를 기를 수 있게 여유롭게 지어 박 넝쿨, 으름, 산 머루를 올려 운치를 높이자. 퇴비는 밭으로 가는 거름이 되어 유기농을 하는데 보탬이 된다.

친구들에게 "어여 와" 하며 쌈거리도 나눠주면 더 자주 올 것이다.

a 하늘이 내린천

하늘이 내린천 ⓒ 김규환

집이 서너 채 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사람 사는 20평 집 한 채에 가축들 옹기종기 모여 살게 아래채 하나 엉성하게 짓자.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로 골격을 만들 것이다. 벽은 붉은 황토와 짚을 잘 이겨 손바닥 자국도 팍팍 찍어야겠다. 귀여운 아이들 그림판이 되게 가만 놔두리라.

지붕은 뒷산에 있는 싸리나무로 얼기설기 엮고 수숫대도 섞어 쓰자. '절읍대'(삼-대마 앙상한 줄기)를 촘촘히 넣어 시원한 여름을, 겨울엔 온기가 퍼지도록 하겠다. 방바닥은 내 낫질과 톱질 솜씨면 충분히 온돌방 따뜻이 데우리라. 광을 하나 만들어 서늘하게 보관하면 좋겠다. 지붕 재료는 매년 조금 힘겨워도 새집에 사는 기분을 내기 위해 짚으로 이엉 엮고 용마람 엮어서 새끼줄로 단단히 처매면 된다.

방안엔 화로 하나 두고 긴긴 겨울밤 고구마와 밤을 언제든 '적사'에 올려 구워 먹을 수 있게 하고, 부엌은 가마솥을 걸고 '설강'(구식 찬장이나 수납장)을 만들고 설거지는 쌀뜨물로 하여 구정물 통에 받으면 돼지가 냠냠 잘 먹을 것이다.

집앞 개울 이름은 '하늘이 내린 천'으로 하여 썰매를 냇가에서 탈 수 있도록 보를 막아 아버지 노릇 한 번 톡톡히 하고 마당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하늘이 내린천에 닿게 하여 냇가에서 채소 몇 번 물에 흔들어 흙만 털어 내고 먹도록 보존하면 개구리, 가재, 쉬리도 만날 수 있다.

a 시골집 대표선수-가보 1호

시골집 대표선수-가보 1호 ⓒ 김규환

10년 지나, "엄마, 저도 같이 지었어요?"
"그럼. 해강이와 솔강이가 우리집 지었단다."
"아빠 진짜예요?"
"아믄~. 저기 흙벽을 보려므나."
"그래요? 정말이네요. 제 그림 지금 보니까 참~ 잘 그렸죠?"
"우리 딸이 그린 벽화 화가가 그린 것보다 낫지."
"솔강이가 마무리 했단다."
"아빠, 제 집도 하나 지어주세요."
"그래 원두막을 하나 짓자구나!"

마음 준비가 아직 부족한가?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내가 수양이 덜 된 탓이겠지.

시골 가서 다 허물어진 담벼락을 보면 오늘도 내 가슴은 자꾸 허물어진다.

a 여럿이 모여 한 동네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여럿이 모여 한 동네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 김규환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삶, 귀농을 위한 모임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일이 3년이 남지 않았습니다. 농촌과 시골 생활을 하시려는 분들이 무리를 지어 같이 내려가면 좋겠습니다. 

뜻 있는 분들 한 번 모여볼까요? 2~3천 만원 씩만 투자하고 2, 3년 힘들여 일하면 되지 않겠어요? 현재 저는 땅 한평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차후에 말씀드리죠.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삶, 귀농을 위한 모임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일이 3년이 남지 않았습니다. 농촌과 시골 생활을 하시려는 분들이 무리를 지어 같이 내려가면 좋겠습니다. 

뜻 있는 분들 한 번 모여볼까요? 2~3천 만원 씩만 투자하고 2, 3년 힘들여 일하면 되지 않겠어요? 현재 저는 땅 한평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차후에 말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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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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