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진
가난한 개척교회에서 어린이 도서관까지 운영하려다 보니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하면 할수록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곤란에 처할 때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값비싼 아동 도서들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는 일과 비좁은 공간이다. 날마다 신규 도서회원은 늘고 있지만, 무료로 운영하는 비영리 도서관이니 별다른 뾰쪽한 대책이 없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평소 이런 실용서에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어쩌랴, 당장 필요하니 읽을 수밖에.
조안 플래너건의 책 <모금은 모험?>은 아름다운재단이 우리나라의 성숙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출판하고 있는 기부문화총서 가운데 두 번째로 나왔다. 글쓴이는 7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를 두루 돌며 비영리기관의 모금활동가와 지도자를 양성하는 전문 모금활동가이자 컨설턴트로 맹활약 중이란다. 전문 모금활동가답게, 나처럼 모금에 아직 익숙지 않은 초보 모금 활동가들이 모금 원리를 터득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잘 안내해 주고 있다.
여기서 줄곧 강조하는 "풀뿌리 모금"은 평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을 말한다. 저자는 풀뿌리 모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일단 성공하면 자립할 수 있고, 간섭받지 않고서 소신껏 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말하자면, 조직에 영향력을 발휘할 소지가 큰 특정 단독 기부자에게 선뜻 돈을 받을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풀뿌리 모금이 지닌 매력이자 힘이다. 사실 누구의 돈을 받느냐에 따라 단체의 처음 취지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시간 문제이지 않던가.
저자가 말하는 풀뿌리 모금의 가장 기본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기부금 약정이다. 그 외에 단체를 신뢰하는 사람들과 일반 대중들로부터 모금하는 방법, 특별 이벤트를 통해서 모금하는 방법들을 풍부한 사례를 곁들여서 설명해 준다. 이런 방법들이 저자 혼자의 생각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다양한 모금활동가들의 조언과 검증된 모금 방식들을 소개한 것이라, 널리 쓰이고 있는 일반적인 모금 방식이라 보면 된다.
돋보이는 이 책의 장점은 모금에 성공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기록, 홍보, 지속적 모금을 위한 후속작업들을 빠짐없이 간단 명료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모금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쉬운 것은, 북미 유럽의 사례들이 자주 나오므로 우리의 실정과는 다소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모금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얼마든지 창조적인 적용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주먹구구식으로 모금이 행해질 때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 책의 출간은 일선에서 뛰고 있는 많은 비영리 단체의 모금 활동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모금은 모험? - 성공적인 풀뿌리모금을 위한 길잡이
조안 플래너건 외 지음,
아르케,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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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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