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환자를 더이상 죽이지마라"

'최소한의 성의도 없는 보건복지부 규탄한다'

등록 2003.01.31 00:44수정 2003.01.31 15:40
0
원고료로 응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중인 백혈병환자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제안했던 '5자회담'을 보건복지부가 사소한 '장소'상의 이유로 결렬시키고 일방적인 발표를 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GIST환자모임,글리벡공대위는 1월 30일 오전 11시 세종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GIST환자모임,글리벡공대위는 1월 30일 오전 11시 세종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신용철
한국백혈병환우회·글리벡공대위는 1월 29일 오전 11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대한 글리벡 농성단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백혈병환자들을 더 이상 죽이자 말라"고 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와 글리벡 공대위는 기자회견 하루 전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지난 1월 29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는 글리벡 약가결정철회 및 보험적용 전면 확대를 요구하는 환우회와 공동대책위의 요구사항에 대해 기만적인 대책을 발표했다"면서 "보건복지부의 대책이 또한번 백혈병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백혈병환우회 최종섭 대표는 "보건복지부는 백혈병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양, 전체 백혈병 환자가 혜택을 보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백혈병 환자의 70%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급성+만성 백혈병, 소아만성백혈병환자들이 제외되어 있다"고 말했다.

최종섭 대표는 "이들은 월 300만원∼450만원의 약값을 물고 약을 먹어야 하고 이를 먹지 못하면 2∼3개월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며 "일부분 백혈병 환자만 혜택을 받았다고 농성을 접을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발표는 생색내기다"

신용철
'1월 29일 복지부 발표에 대한 글리벡 농성단의 입장'을 발표한 건강연대 조경혜 사무국장은 "1월 29일 복지부가 발표한 1월 21일 결정과 달라진 부분은 이미 시행했어야 할 GIST(위장관 기저암)에 대한 보험적용 소급문제와 노바티스사의 10% 무상지원에 대한 틀린 계산법을 환자들의 지적으로 수정한 것 뿐"이라며 "복지부의 발표문은 생색내기 그 자체이자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조경혜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는 농성에 돌입한 환자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여 새로운 대책을 세운 양 생색을 냈을 뿐 아니라 환자의 부담이 대폭 인하된 것인 양 선전했다"면서 "실제 환자부담금이 인하된 것은 글리벡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일부일 뿐이며, 그 외의 환자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백혈병환자들은 "무엇보다 건강보험재정과 환자의 주머니를 털어 글리벡 1캅셀당 2만3045원을 부담해야 할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면서 △1월 21일 글리벡 약가결정 철회 △글리벡 약가산정 기준으로 적용한 '약제상한금액의 산정기준 자체의 검토 △글리벡 약가산정의 근거로써 노바티스의 글리벡 개발비용과 생산비용 공개 △본인부담금이 너무 높아서 글리벡 복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보험적용확대와 본임부담금 인하 등을 요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강주성 사무국장은 "1년에 3600만원, 3년에 집 한 채가 날라간다. 돈 때문에 약을 못먹는 현실이다. 환자의 70%가 이러한 상황이다. 집을 팔아먹든가, 약을 먹지 말고 죽든가, 패가 망신하던가 해야 한다"면서 "약을 먹기 전에 집에 돌아가 홧병으로 죽을 수는 없어서 여기에 있기로 했다"며 농성을 계속할 것을 밝혔다.


강주성 사무국장은 "소아만성백혈병에 걸린 7살∼9살 우리 애들, 우리는 글리벡을 안 먹을 수 있지만 애들은 안 먹게 하고 죽일 수는 없다. 집을 팔아서라도 아니 인수위원회를 폭파시켜서라도 약을 먹이려는게 부모의 심정"이라면서 "보험료는 냈지만 정작 내가 죽어갈 때는 보험적용도 안 된다. 그런데 적용도 되지 않는 보험료는 죽을 때까지 걷어간다"고 분개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GIST 환우모임·글리벡문제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29일 5자회담 무산 직후인 1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후 국무총리면담, 국가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면담을 진행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 "국무총리에게 입장 전달하겠다"

백혈병환자 대표단이 국무총리실로 들어간 후 백혈병환자가 지쳐 쓰러져있다.
백혈병환자 대표단이 국무총리실로 들어간 후 백혈병환자가 지쳐 쓰러져있다.신용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백혈병환자들은 영하 14도가 넘은 추위에 떨면서 정부관계자들과 살랑이를 벌인 후에야 한국백혈병환우회 강주성 사무국장 외 2명의 대표단만이 국무총리실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강주성 사무국장은 면담을 위해 들어가기 직전 백혈병환자들에게 "기침나고 열이 나는 사람은 즉각 차량에 들어가야 해. 죽으면 안돼"라고 거듭 요청했다. 백혈병환자들은 조그만 질병에도 합병증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감기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생명이 위험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강주성 사무국장, 김상덕 간사 외 1인이 대표로 들어가 국무총리실 최창원 서기관(국무조정실 복지노동심의관실)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면담 후 강주성 사무국장은 "설 연휴가 끝난 이후에 국무총리실에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며 "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하면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시간을 지체한 백혈병환자들이 다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와 면담을 하기 위해 정부청사 별관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점심시간이었다.

출입구를 원천봉쇄한 경찰들과 백혈병환자들의 진입을 두고 한참을 신경전을 벌인후 인수위와의 면담이 이뤄졌다.

"환자들은 죽어도 된다는 말이냐?"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무총리실로 가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무총리실로 가고 있다.신용철
백혈병환자 대표 3인이 인수위로 들어간 이후 남겨진 백혈병환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1층로비로 들어갈 것을 요청했으나 경찰관계자는 백혈병환자들의 특성을 무시한채 문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민중의료연합 사무처장은 "2시간 가까이 영하 14도가 넘는 찬바람을 맞고 있는데 인수위는 우리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 같다"며 "환자들을 내버려두고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무처장은 "백혈병 환자들은 열이 나면 생명이 위급해질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부종합청사별관 로비에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입구를 가로막고 서있던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결정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환자는 경찰들을 향해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으나 소용이 없자, 백혈병환자들의 위급한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도로 쪽으로 나갔으나 종로경찰서 정보과장은 "환자고 뭐고 필요없다. 다 밀어내"라며 백혈병 환자들의 위급한 상황을 무시했다.

환자들은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나라가 대통령을 영하 14도가 넘은 추위에 내팽개치는 것은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기도 했으며, 어떤 백혈병 환자는 경찰 책임자를 향해 "아저씨, 체온이 떨어져요"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이들 경찰들은 국민참여제안센터에 제안을 하기 위해 들어가려던 장애인이동권연대 관계자들조차 가로막기도 했다.

인수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 약속

이들은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신용철
인수위 관계자와 면담을 한 강주성 사무국장은 "인수위원회가 보건복지부·식약청·관련부처와 협의해서 설 연휴가 끝나는대로 의견을 바로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왔다"며 "인수위에 장관직권으로 보험적용을 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백혈병 환자들의 보건복지부의 생색내기 발표에 항의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서 관련 동영상과 함께 자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서 관련 동영상과 함께 자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3. 3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