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고주몽 6

등록 2003.02.09 00:51수정 2003.02.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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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요?"

주몽은 잠깐 동안이나마 혹시나 예주낭자가 아닐까 하는 기대가 슬며시 들었다가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자 낯선 30대의 사내 두 명이 술병을 들고 서 있었다.


"저희는 오이와 마리라고 합니다. 아까 활솜씨를 보고 술이나 한잔할까 싶어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쫓아왔습니다."

주몽은 잠시 망설이다가 오이와 마리를 안으로 들였다. 마리는 품에서 말린 사슴고기를 안주거리로 내놓았다. 영고가 끝나면 이제 겨우 성인으로서 처음으로 사냥에 갈 수 있는 나이라 주몽으로서는 쑥스러울 수도 있는 자리였다. 그래도 술잔이 여러 차례 오고가자 분위기는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앞으로 있을 사냥 이야기만 하던 오이와 마리가 넌지시 주몽을 떠보기 시작했다.

"그래 활쏘기는 누구에게서 배운 것이오?"
"스스로 배운 것입니다."

오이는 놀랍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 솜씨를 묵혀두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난 지역의 작은 호민에 불과하지만 내게로 오면 마음껏 활쏘기를 하며 포부를 펼칠 수 있을 거요."


주몽은 잠시 굳은 표정을 지었다.

"제 포부는 활쏘기에 있지 않습니다."


오이는 큰 소리로 껄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너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는 마시오, 그쪽은 아직 젊은 몸, 결코 포부가 그렇게 좁지 않을 거요. 자신의 재주가 한낱 필부에게 조롱당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워 해본 소리요."

주몽은 대소왕자를 필부로까지 폄하하며 자신을 띄워주는 오이에게 경계심이 일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주몽은 자만심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주몽의 표정을 살핀 오이는 자신의 제안이 일단 거절되었다고 여기고선 주몽의 인맥을 살피기 위해 좀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버님은 어떤 직책에 계신지 궁금하구려."

주몽의 행동거지나 대소왕자와도 안면이 있다는 것을 볼 때 귀족의 자제가 아닌가 하는 넘겨짚음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주몽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입니다."
"그렇다면 대소왕자와는 어떻게 안면이 있는지요."
"...... 제 어머니가 바로...... 유화부인이십니다."

이 한마디에 오이와 마리는 술기운이 싹 가시며 안색마저 변했다. 금와왕의 총애를 받는 유화부인의 아들이라면 애초 재주 있는 이를 포섭해 자신들의 세를 키우려는 의도는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몰라 뵈었습니다. 밤이 깊었구려 이만 폐가 많았습니다."

오이와 마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손히 예를 갖추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제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이와 마리는 조용하기만 했던 주몽이 자신들을 불러세우자 크게 놀랐다. 어쩌면 자신들의 불손함을 금와왕에게 고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 근본이 없는 이라고 놀림받아와 여태 사람들과 담을 쌓고 지내 제 뜻을 펼쳐 보일 기회가 없었습니다. 두 분도 결국 그런 분들이셨습니까? 그렇다면 애초 여기 온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오이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주몽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십니까?"

주몽은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차별 받지 않고 모두가 재능을 다할 수 있는 국가를 열어 나가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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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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