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7

등록 2003.02.10 00:11수정 2003.02.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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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와 마리는 크게 놀랐다. 새로운 국가를 열겠다는 말은 농담이라도 자칫하면 대역죄인으로 몰려 화를 입을 수도 있는 말이었다.

주몽의 집을 나서며 머쓱해진 마리에게 오이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애초 주몽을 쫓아가 포섭해 보자는 제의를 한 이가 다름 아닌 마리였기 때문이었다.


"젊은 사람인지라 술 몇 잔이 들어가니 쓸데없는 말이 나오는구먼."

"완전히 헛짚었습니다. 유화부인의 아들이라니...... 게다가 대소왕자에 대한 증오심이 마음 속 깊이 있다보니 그런 경솔한 말을 내뱉은 모양입니다."

오이는 시무룩해있는 마리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쩌면 증오심으로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네 취중에 진담이 나온 것일 지도 모르지 않나."

마리는 가슴 한구석으로 섬뜩함을 느꼈다.


운명의 사냥

영고가 끝나면 부여에서는 수렵활동이 시작된다. 이미 농경생활이 보편화된 시대에 사냥을 하기에 적절하다고 볼 수 없는 시기를 굳이 택한 이유는 수렵활동 자체가 귀족들의 스포츠이면서 주변국가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이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화살을 나눠주겠소."

이번 영고수렵에 처음으로 참가한 주몽은 제일 마지막에 서 있었다. 주몽이 타고 다닐 말은 대소왕자의 농간으로 오질 않아 저마다 말과 몰이꾼들을 이끌고 온 귀족들 틈에 서 있기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화살은 사냥대회의 공평성을 위해 각기 30대씩 쥐어졌다. 하지만 이 조차도 주몽에게 제대로 오질 않았다. 역시 대소왕자의 짓이었다.

"네 이름이 활잘 쏜다는 주몽이 아니더냐. 옜다! 화살도 남아있지 않으니 넌 10대만 받거라!"

주몽은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며 모두가 말을 달려나가는 사이로 너털너털 걸어갔다. 그때 네 필의 말이 주몽 쪽으로 다가왔다. 오이와 마리 그리고 또 낯빛이 검은 사내가 말 한 필을 이끌고 주몽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보시오! 주몽 공자! 말이 없다면 이 말을 타고 가시오!"

주몽은 오이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고 말등에 올랐다. 마리가 주몽의 화살통에 화살이 적은 것을 궁금하게 여겨 물었다. 주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아마 제가 활을 잘 쏜다고 그런 모양입니다."

낯빛이 검은 사내가 실없이 웃으며 농담을 했다.

"그럼 화살 한 대도 없는 나는 어찌되는 거요?"

오이가 낯빛이 검은 사내의 실없는 소리를 나무라며 주몽에게 소개했다.

"이 사람은 협부라고 합니다. 도끼하나는 기막히게 쓰는데 활질은 영 엉망이죠."

협부가 벌컥 소리친다.

"그래도 형님들이 사냥해오면 이 도끼질로 기가 막히게 먹기 좋게 분리해 주지 않소!"

네 사람은 말을 타고 드넓은 동부여의 벌판을 가로질러갔다. 오이가 이끌고 온 몰이꾼들도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을 기사(騎射)라고 한다. 말등에서 표적을 등지고 뒤로 돌아 쏘는 것이 기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정면으로 활질을 하는 것은 맞바람을 맞기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렇다보니 자연히 활 또한 말 위에서 쏘기 좋은 단궁이 선호되었으며 소 갈비뼈를 뒤로 구부려 탄력 있게 제작되어 파괴력을 높인 활은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되었다. 이런 활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그 효용성은 조선시대까지 애용될 정도였다. 하지만 대소왕자는 이런 좋은 활과 준마를 타고서도 계속 헛발을 쏴대었고 애꿎은 몰이꾼들만 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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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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