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국의 아침>과 '물에 빠진 개'

[긴급제안] NGO가 언론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

등록 2003.02.10 15:48수정 2003.02.13 19:51
0
원고료로 응원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월 8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안티조선 활동가 전국대회 토론회에서 '안티조선 독립군 정신 이어받아 독립기자가 된 일개 시민'이란 필명으로 발표했던 발제문이다. 주변의 몇 사람을 취재한 뒤 필자의 개인 생각을 덧붙인 '미완성의 초안'임을 아울러 밝혀두거니와, 이 글이 안티조선과 언론개혁이라는 우리 시대의 개혁과제에 대한 논쟁의 작은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필자 주>

a 지난 8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안티조선 어떻게 할것인가' 토론회 장면. 왼쪽부터 필자,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정대화 상지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지난 8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안티조선 어떻게 할것인가' 토론회 장면. 왼쪽부터 필자,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정대화 상지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 오마이뉴스 심규상


나는 1998년 6월호 월간 <말>지에 'KBS가 방영 미룬 조선일보 문제들'이라는 기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말>지 데스크진은, <조선일보> 족벌사주의 비리의혹을 다룬 이 기사 앞에 이례적으로 '장황한 전문'을 실었다. '말이 조선일보 문제를 쓰는 까닭'이라는 제목을 단 이 글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말>이 이 기사를 싣는 이유는 조선일보와 방씨 일가가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리란 믿음 때문이다. 나아가 조선일보 사주는 일개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인이 아닌 개인에 대한 사실보도는 그것이 비록 사실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명예를 실추할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일부 판례를 방씨 일가에게 적용하는 것은 그들을 모욕하는 처사다.

발행부수 1위를 달리는 신문사의 사주가 소심하게 그런 법 우산에 몸을 가려 국민의 알권리를 막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상이다.

상식 중의 상식은 '신문은 사회의 공기(公器)다'는 말이다. 이희승 박사가 감수한 국어사전(민중서림)은 공기의 뜻을 '(1)공중의 물건 (2)공공기관을 개인의 사유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그 예로 '신문은 사회의 공기다'라고 적고 있다. 신문이 공기일진대 그 신문의 사주 또한 공인으로 대접받아 마땅하다.

<말>은 한국사회의 공기인 조선일보와 그 사주 방씨 일가 이야기를 국민의 알권리에 따라 보도한다……."


<조선일보>를 전혀 두려워할 것 같지 않은 <말>지가 구차하게(?) 명예훼손죄에 대한 일부 판례와 국어사전 풀이까지 동원한 전문을 실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가난한 잡지사 입장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명예훼손 소송에 대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군사독재와 겁 없이 싸웠던' <말>지마저 <조선일보>의 심장부인 족벌사주 문제를 건드린다는 것을 얼마나 부담스러워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일 수도 있다.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 열심히 취재를 해놓고도 그 결과물을 <말>지에 스스로(?) 빼앗긴 박권상 체제 KBS의 행태는 또 어떻고! 그게 부인할 수 없는 5년 전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어떻게 됐는가.


<조선일보>, 그거 경외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 이제는 별로 없다.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을 위한 조치"라고 보도한 것도 모자라 신문 제호 위에 일장기를 매달고도 해방 이후 한마디 사죄도 없이 민족지 행세를 하고 있으며, 언론보도 사전검열 조치가 포함된 유신쿠데타를 '구국의 영단'이라 찬양하고서도 '탈세의 자유'를 '언론의 자유'라 강변했으며, IMF 날벼락이 떨어지기 이틀 전까지 "경제위기는 없다"고 큰 소리치면서 당시 여당 대선 후보를 옹호했던 위선과 거짓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족벌사주, 그이들 지금은 그냥 '옆집 ××'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촌닭 출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요정에서의 '눈부신 활약'(?)으로 감복시켜 "낮의 대통령은 나지만 밤의 대통령은 자네야"라는 항복선언(?)을 받아냈으며, '민주투사' 김영삼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다음 날 아침 제일 먼저 달려가서 알현하게(?) 만들었던, 겉으로 보면 대단할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웃기는 짬뽕'에 불과한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자, 그이들 신세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10년 경력 기자의 경우 프로야구선수 평균연봉(4500만원)보다 월등히 많은 봉급을 받아서 꽤 괜찮은 '직장'일진 모르지만 때로는 취재현장에서 깨어 있는 시민들로부터 "당신 기자 맞아?"라는 곤혹스런 질문을 받거나 기자사회에서 '왕따'를 당할 것을 각오해야 할 판국이다.

그렇다. <조선일보>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무서워해야 할 성역과 금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남녀노소(男女老少)나 장삼이사(張三李四)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조선일보> 심장부에 들어가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게 됐다. 아니, 언론과 싸우는 정치인은 바보로 통하던 관행을 비웃듯이 <조선일보>와 싸운 정치인이 아예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는가.

어디 그뿐인가. 그날 새벽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했듯이, 2003년 신새벽이 되자마자 <조선일보>와 조중동 마니아들마저 <조선일보>를 부인하기 시작하고 있다. 예컨대 작가 이문열은 2월 4일자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

"……보수의 개념도 수구반동세력과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혼재돼 쓰인다. 현재의 세계가 손볼데 없이 완전하다고 믿는 보수와 현재의 완전함을 믿지 않지만 이만한 현재를 만드는데 바친 노력과 고통, 눈물을 잊지 않는 보수주의가 뭉뚱그려져 있다. 해방 공간에서 민족반역자들이 보수주의 뒤에 숨으면서 진짜 보수주의가 당한 피해……."

자신만은 여전히 '진짜 보수'라는 이 대문호의 눈치 빠른 순발력과 약삭빠른 생존술이 영 거슬리긴 하지만, 일면 맞긴 맞는 말이다. '해방 공간에서 보수주의 뒤에 숨었던 민족반역자', 그건 결국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수구기득권세력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유행 따라 사는 것을 즐기며 사는 듯한 <중앙일보>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이 신문사의 편집인 권영빈은 <중앙일보> 1월 31일자 칼럼 '새들은 좌우 날개로 난다'에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이웃사촌이라 할 지만원을 "꼴보수"로 규정하며 그의 구속은 "보수세력, 보수언론의 막가파식 비판이 자승자박적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자신들은 '꼴보수'가 아닌 '참보수'라는 이 말이 다소 가소롭게 들리긴 하지만, 그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막가파식 보수언론', 그건 지만원, 조갑제, 조선일보류의 언론과 언론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밭은 사라지고 그 위에 바다가 들어섰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그 '역사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 문희상 내정' 보도를 특종이라며 환호작약하는 <조선일보> 가족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오죽하면 저럴까', '눈물겹도록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안티조선과 언론개혁의 새로운 출발선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엄청난 변화를 기분 좋게 그리고 분명하게 전과(戰果)로 기록해 두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축적된 전과 위에서 새로운 투쟁은 시작되어야 하리라.

그러나, 그러나―. 자족과 자만은 금물이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루쉰 선생도 이렇게 말씀했다고 하지 않던가.

"물에 빠진 미친개는 몽둥이로 내리쳐라."

우리는 물푸레나무처럼 굵직하고 단단한 몽둥이 하나씩 둘러메고 다시 안티조선 전선(戰線)으로 나가야 한다. 출정가(出征歌)를 힘차게 부르며.

요즘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화제로 떠오른 것이 있는데, 최근 종영된 KBS-TV 주말 드라마 <제국의 아침>과 관련된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수구기득권세력인 호족에 맞선 고려 4대 황제 광종의 왕권 강화와 개혁 과정을 다룬 이 드라마가 소수파 정권으로써 힘겹게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노무현 정부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창(窓)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논쟁의 화두다.

광종은 두 가지 제도의 마련을 통해 수구기득권세력인 호족을 누를 수 있었는데, '과거제'와 '노비안검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선 호족 자제 출신이면 누구나 쉽게 관직에 등용될 수 있었던 기존의 인사충원 방식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현대적 용어로 보자면 '혈연·지연·학연의 연고주의를 뛰어넘어' 순전히 능력 위주로 인사(人事)를 할 수 있는 과거제를 도입하자 호족의 기반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거제의 의미를 노무현 시대에 적용하자면, 정치개혁 그 중에서도 '선거구별 주민경선을 통한 국회의원 후보 선출'로 설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 주라"는 노무현 당선자의 주문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노비안검법은 과거 양인(良人)이었다가 노비(奴婢)가 된 사람을 조사하여 다시 양인이 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사실 노비가 된 양인들과 그들의 노동력, 농토는 호족세력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기반이었다. 그런데 광종은 그들을 해방시킴으로써 호족세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한편 백성들의 적극적인 지지도 얻는 두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노비안검법을 어떻게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안티조선과 언론개혁(구체적으로 구독거부 운동)에 비유하고 싶다.

생각해 보라. 수구기득권세력 그 자체이자 대변자로 불리는 <조선일보> 혹은 조중동이 여론시장의 70%를 일방적으로 점령한 세상에서(사실 이것은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반시장주의적 현상이다.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자유주의자들의 각성과 분발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그들의 논조에 영향을 받는 상황을 그대로 놔두고서 어떤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조선일보> 혹은 조중동이라는 '현대판 호족세력'에 지배당한 채 수구반공·친미사대 이데올로기 공세에 중독되어 있는 독자라는 '현대판 양인'을 해방시키는, 구독거부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a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조아세)가 지난해 11월 8일 조선일보 고소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조아세)가 지난해 11월 8일 조선일보 고소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런데 이 문제의 중대성은 이 문제가 노무현 정부의 개혁에만 해당되지 않는 데에 있다. NGO가 사활을 걸고 언론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 나는 <미디어오늘> 2001년 송년호를 주목하고 싶다.

당시 이 신문에는 민주노총, 여성연합, 참여연대, 전교조, 전농, 환경연합 등 6개 단체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직접 쓴 '2001년 한국언론의 현주소'라는 글이 실렸다. 기사 제목은 '정부정책에 좌절, 언론보도에 절망'이었는데, 커다란 활자로 소개된 단체별 '절망의 목소리'를 일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민주노총(손낙구 교육선전국 실장): "노동 보도 사계(四季) 침묵 또는 참혹―언론사 고액 연봉자가 세상 보는 시선 왜 이리 다른가"
△여성연합(조영숙 정책실장): "성매매 보는 언론시각 혼란―성매매방지법 선정적 접근으로 취지 무색케 해"
△참여연대(이승희 사회경제국장): "언론, 재벌개혁 후퇴 일등공신―출자총액제한 등 재벌규제 핵심정책 폐지 부추겨"
△전교조(이순철 정책기획국장) : "힘센 곳 주장 따라 널뛴 언론―국책연구기관 결과 인용도 족벌언론 입맛 따라"
△전농(이호중 정책부장): "논 갈아엎어야 그나마 기사화―WTO 뉴라운드 출범 뒤 쌀개방론 유포에 앞장"
△환경연합(박경애 홍보팀 간사): "깊이 있는 기사 안 쓰나 못쓰나―수돗물 파동 지나친 공방보도 시민은 방관자로 전락"


물론 이러한 절망적 상황은 2002년에도 결코 바뀌지 않았으며, 2003년에도 언론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 안티조선과 언론개혁은 이제 더 이상 언론단체에게만 맡겨놓을 개혁과제가 아니다.

우리 여기서 원초적 질문을 던져보자. 시민운동이란 게 무엇인가? 결국 다수의 시민에게 올바른 정보와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어서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그러한 정보와 대안을 과연 무엇을 통해 다수의 시민들에게 알릴 것인가? 물론 언론이다. 그러나 NGO 홍보 담당 실무자들이 처절하게 고백했듯이, 언론 상황은 이미 개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개혁이 NGO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민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지나친 표현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보라. 우리는 노무현 시대가 시작되면 그 동안 철저하게 소외 받아 왔던 안티(저항·비판), 마이너리티(사회적 약자), 얼터너티브(대안과 정책)의 목소리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 기대했다.

호주제 폐지, 여성·장애인 취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 국가보안법 재개정, 한총련 불법화 해제, SOFA 개정과 한미관계의 재정립, 새만금·경인운하·한탄강댐 건설 중단,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통합특별법 제정 등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지구촌 사람들 십중팔구(十中八九)가 미워하는 깡패국가' 미국의 교활한 견제와 그리고 도대체 한국 사람인지 미국 사람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수구·기득권세력의 한심한 동조 속에서,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만을 확성기로 틀어대는 일부 철부지 기득권 언론의 태클 속에서 개혁과제는 실종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조폭을 동원한 '자전거일보'의 강제구독 행태가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도 그 신문사의 어느 기자, 직원 하나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개혁만은 '자율개혁'으로 해야 한다는, 일부 NGO 지도자들의 '원론적으로는 옳으나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NGO는 안티조선과 언론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앞에서 확인했듯이 그것은 NGO 진영이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 정립에 대한 토론이 끝나기 전에라도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고, 시작해야 하는 역사적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언론개혁 정국은 급변하게 될 것이며, 그들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과제 추진에도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티조선·언론개혁 진영이 동시에 명심할 것이 있다. 우리가 일부 NGO 지도자들의 그런 주장과 행태를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신뢰에 기반한 설득과 대안 제시를 통해 안티조선과 언론개혁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비판을 하더라도 '비적대적 모순'을 해결하는 자세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적전분열은 백해무익하고, 그들을 비판하는 목적이 그들로 하여금 안티조선과 언론개혁에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 누가 말했던 반듯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백짓장도 맞드는 자세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싸울 것인가? 나는 2001년 8월호 <말>지에 '조선일보 절독운동 성공할까'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고 기사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바캉스 프로젝트>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는 시점을 적절히 활용해 전국의 해수욕장에서 안티조선 운동을 전개하자. 이를 1인시위와 결합해도 될 것이며 조선일보 친일기사·왜곡보도 전시회, 문화공연까지 곁들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운동은 도심에서의 1인시위보다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도시에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느라 무관심하지만 휴가지에선 심리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선전물 하나라도 차분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언론개혁과 안티조선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해수욕장이 있는 지역의 단체나 대학이 주관단체가 되어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되 인터넷 홍보를 통해 개별적 참가를 유도하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닐 것이다.

<지하철 프로젝트>

사이버 공간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안티조선 논객들이 이제 현실 공간에서 대중과 부닥치며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다. 지금은 논리보다 실천이 화급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갈고 닦은 논리를 현실 공간에서 검증해 본다면 사이버에서 전개되는 안티조선 운동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시장에서 행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를 검증하고 이론의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안티조선 논객들이여, 이제 지하철로 가자. 그리고 대중과 만나자.

< NGO 프로젝트 >

시민, 환경, 여성, 통일, 인권, 노동, 농민 등 각 부문운동에서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언론보도 감시운동을 전개하자. 다시 말해 언론개혁이란 시대적 화두를 매개로 부문별 대중운동의 조직화를 강화해 보자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경우, 파업이 노동자를 위한 정치학교 역할을 했던 것처럼 언론을 바로 보기 위한 과정에서 대중의 사회적 안목도 높아지고 정치적 각성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언론단체도 각 부문운동과 결합해 언론개혁이나 안티조선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출장 강의'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캉스 프로젝트'는 2002년 여름 경북 포항에서 '안티조선 해변축제' 형식으로 일단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지역단체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해 자기 지역 주변의 해변을 담당한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시민단체나 학생회가 연중계획을 짜면서 미리 이 프로젝트를 일정에 포함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하철 프로젝트'는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임'(조아세)에서 적극 실천하고 있다. 추석과 설날 등 민족의 대이동 시기에는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실시하기도 했다. 이 시기가 민심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시점이기에 효과 만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각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NGO 프로젝트'는 많은 지역단체나 학생회 등에서 실천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의료보건노조의 경우 일상적인 대중교육 커리큘럼에 안티조선과 언론개혁을 포함시켰으며, 파업 기간에는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 방식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파업 기간의 교육은 자신들의 투쟁을 왜곡하는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할 때라 교육적 효과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부터,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 친척, 이웃, 직장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며 한 부씩 끊는 일이라 할 것이다. 무작위 대중에 대한 공중전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구체적 방식이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충북 옥천을 비롯한 각 지역의 조선일보 바로보기 운동(일명 물총운동)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본다.

우리는 싸우되, 항상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을 잘 짜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고공전-지상전, 일상전-특수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전략과 전술이 '열린 사회의 적들'에게 새는 일이 없어야 하므로 현장에서 직접 설명 드리겠다.

덧붙이는 글 | * 후기

발제가 끝난 뒤 토론에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노사모, 개혁당, 조아세 등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시민들을 비롯하여 회사원, 주부, 교수, 교사, 학생은 물론이고 치과의사, 증권투자가, 조기축구회 등 다양한 직종과 연령의 사람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새벽 4시까지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경북 예천, 경기 수원, 서울 관악, 인천 등 풀뿌리 운동 차원에서 안티조선과 언론개혁 운동을 시작하려고 고민하는 분들이 참석한 것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 프로그램은 다음 기회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다.

덧붙이는 글 * 후기

발제가 끝난 뒤 토론에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노사모, 개혁당, 조아세 등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시민들을 비롯하여 회사원, 주부, 교수, 교사, 학생은 물론이고 치과의사, 증권투자가, 조기축구회 등 다양한 직종과 연령의 사람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새벽 4시까지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경북 예천, 경기 수원, 서울 관악, 인천 등 풀뿌리 운동 차원에서 안티조선과 언론개혁 운동을 시작하려고 고민하는 분들이 참석한 것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 프로그램은 다음 기회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지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언론, 지역, 에너지,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