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구속 입건, 인권침해 논란

장애인 수용시설 전무한데도 구속수사

등록 2003.02.11 23:31수정 2003.02.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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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 오전 9시경 현대아산 서울병원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 주변에서 분신을 시도했던 지체 1급 장애인 김모(여. 40)씨가 방화미수혐의로 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도주의 위험,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중범죄자가 아닌 경우 통상 불구속 입건하는 것이 형사사건의 처리절차인데 장애인 수감시설이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체1급장애인을 구속 입건한 것은 공권력을 남용한 장애인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지체장애인 김씨는 현재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무한 상황으로 성동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지체장애인 김씨는 현재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무한 상황으로 성동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박신용철
경찰 조사과정에서도 담당형사가 지체장애인 김씨에게 "이야기만 잘하면 금방 내보내주겠다"고 해 적극 협조했으나 조서 작성후 곧바로 유치장에 수감되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전 경찰관이 '영장실질심사'를 인지시켜주는 과정에서 "그거 받으나 마나다.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하면 유치장에서 하루 더 손해를 보니 하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5년 현대아산 서울병원에서 척추 수막염 수술을 받은 김씨는 수술후 하반신이 마비되어 현대아산 서울병원과 법정소송을 진행해왔고, 지난 97년 고등법원으로부터 강제조정 판결을 받아 병원으로부터 33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김씨가 분신을 기도한 것은 처음부터 자신을 중증장애인으로 몰아세웠던 재판부와 자본과 권력을 가진 병원측이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는 자신에게 가한 비인간적인 대우 때문이었다.

지체장애인 수감시설, 장애인 편의시설 전무

방화미수혐의로 구속입건된 송파경찰서 유치장에는 지체장애인에게 필요한 침대나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대소변을 보는 것이 어려운 김씨는 불가피하게 기저귀를 착용하고 생활했다.


현재 성동구치소에 수감중인 김씨는 척추장애로 인해 평소에도 변비 등 배설이 되지 않아 소변약이나 관장을 해야 하는데 뒷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안먹고 대소변도 안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김씨에게 필요하면 언제라도 여자경찰이 불러 도움을 청하라고 했지만 김씨가 거절했다"며 "유치장 내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안돼 있는 것은 송파경찰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피의자 김씨를 만나러 가는 길은 휠체어 하나도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폭이었으며, 접견장 문턱은 너무 높아 장애인 혼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었다.
피의자 김씨를 만나러 가는 길은 휠체어 하나도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폭이었으며, 접견장 문턱은 너무 높아 장애인 혼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었다.박신용철
지난 2월 11일 오전 11시경 김씨를 접견한 기자에게 김씨는 "검찰청 조사관이 성동구치소에는 장애인용 방이 따로 갖추어져 있어 침대도 있고 방도 따뜻하고 수세식 좌변기도 있다"고 말했으나 "좌변기는커녕 쪼그리고 앉는 화장실이 있기는 하나 하반신 마비로 앉을 수가 없다"며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혀 없음을 토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김정하 간사는 "구치소 등 수감시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지만 수감시설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문제는 분명히 있다"면서 "재소자 장애인 편의시설은 전무한 상태이고, 구치소, 유치장 다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도주 위험없는 지체장애인 구속수사는 '법의 폭행'"

피의자 수용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도주의 위험이나 증거인멸의 우려 그리고 중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지체1급 장애인인 김씨를 구속 입건한 것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의 경우, 담당 경찰이 적극 협조하면 나가게 해주겠다고 유도해 조서를 작성했지만 조서 작성후 유치장으로 직행하는 신세가 되었고 영장실질심사과정에서도 소용없다는 식으로 유도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았다.

조서작성 과정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의 담당형사의 문제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소송위원장 이찬진 변호사는 "조서부분에서 치사한 일이긴 하지만 경찰에서는 관행으로 한다"며 "데리도 다니기 싫으니 장난치는 경우 간혹 있지만 밝히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찬진 변호사는 "피의자 수감시설에 장애인편의시설이 전혀 구비되지 않은 것은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구속문제와 별개"라면서 "청송 보호감호소와 같이 더욱 심한 경우도 있다"고 해 전반적인 구금시설에 장애인을 구금시설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지체장애인 김씨의 친구 최영달씨
지체장애인 김씨의 친구 최영달씨박신용철
그러나, 김씨의 친구인 최영달씨는 "구속수사를 해야 될 필요조건을 갖추지 않고 있음에도 김씨는 구속 수사하는 것은 법의 폭행이라 생각한다"면서 "장애인을 구속하기 위한 대책이 전혀 서있지 않고 지체1급 장애인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음에도 구속 입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영달씨는 또 "대소변은 남편에게도 부탁하기 힘든 것인데 어떻게 여자경찰에게 부탁하겠느냐?"면서 "척수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이 느끼는 고뇌의 몇 배를 느낀다"고 말했다.

최영달씨는 김동철(지체장애1급), 이정자(지체장애 1급), 박민홍(지체장애 3급), 최림(지체장애1급)씨 등 4명 친구들과 16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2월 11일 동부지검에 제출했으며 이에 앞서 2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인터넷을 통해 진정을 제기해, 인권위 관계자로부터 해당사건의 조사관 배정은 2월 12일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뒤늦게 김씨를 접견한 사실을 확인한 성동구치소 담당자인 법무부 김상기 사무관은 "성동구치소에 김씨를 위해 고정식 이동변기를 만들어 급히 만들어 설치할 예정"이라면서 "김씨가 방이 춥다고 하는데 방마다, 전기온돌 설치되어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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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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