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청, 대구서 첫 '기자실폐쇄'
직원 설문조사 98% "기자실 폐쇄해야"

언론개혁 차원 아닌 여론몰이 결과...기자들과 '앙금'

등록 2003.02.14 17:46수정 2003.02.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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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관공서로서는 처음으로 동구청 기자실이 '자진 폐쇄' 됐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공무원노조-출입기자-동구청 등 당사자들이 '미묘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처가 언론자정 노력의 일환이기 보다 '감정 싸움'으로 비쳐져 그 빛이 바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자진폐쇄'가 결정된 대구 동구청 기자실
'자진폐쇄'가 결정된 대구 동구청 기자실오마이뉴스 이승욱

지난 13일 대구 동구청 직장협의회(전국공무원노조 동구청지부) 관계자들이 기자실을 찾았다. 이들은 동구청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자실 폐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구청 기자실 폐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공무원노조가 제시한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전국공무원노조 지침에 따라 관할 구청 직원 중 474명을 대상으로 '기자실 폐지'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것. 당시 설문조사 결과, 대상자 중 465명(98%)이 폐지에 찬성했고, 존치를 희망한 의견을 내비친 직원은 단 9명에 불과했다.

공무원노조, "기자실 폐지-98% 찬성" 의견 전달

동구청지부 김배 지부장은 "예전과 같이 구청 기자실에서 화투판이 벌어지는 등 큰 폐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흐름에 맞춰 기자실 폐쇄에 대한 공무원들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10여명의 동구청 출입기자들은 다음날인 14일부터 동구청 기자실 출입을 않기로 하고 자진 폐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국 이날 출입기자들에 의해 '자진' 폐쇄 결정이 나옴에 따라 대구지역 최초로 관공서 기자실 폐쇄가 이뤄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타 지역에 비해 기자실 폐쇄 등의 '가시적' 조치가 부족했던 대구지역으로서 그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번져 나오고 있었다.


김배 지부장은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기자실을 자진 반납하겠다는 것에 적극 환영한다"면서 "기자실 문화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인다"라고 말하고 "동구청을 시작으로 대구지역 타 관공서의 기자실 폐쇄에도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구청 기자실 폐쇄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만 않았다. 이날 자진폐쇄 결정이 자정 노력에 의한 '아름다운' 결정이 아닌 '일방적인 기자실 폐쇄 통보에 대한 대응'으로 기자들 사이에서는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입기자, "대응할 가치 못 느껴 나간다"

대구지역 첫 기자실 '자진' 폐쇄가 결정된 동구청...하지만 그 빛은 바랬다
대구지역 첫 기자실 '자진' 폐쇄가 결정된 동구청...하지만 그 빛은 바랬다오마이뉴스 이승욱
동구청 출입기자인 A 아무개 기자는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왜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특별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기자실을 폐쇄하라고 했다"면서 "이러한 주장에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기자실 출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순수한 의미'의 자진 폐쇄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기자는 "이러한 생각은 다른 출입기자들도 동감하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지금까지 동구청 기자실에서 관·언 유착이 된 경우도 없었고, 다른 매체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출입을 방해하는 등 폐쇄적인 운영을 한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도 취재를 위해 더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기자실 폐쇄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오히려 동구청 공무원들이 지게 되고, 구청 업무가 언론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주민들과 구청이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동구청 공보실은 '기자실 폐쇄는 공무원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으로 사태 수습에 노력하고 있다.

이원희 문화공보실장은 "설문조사는 동구청 공무원의 전체 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자진 폐쇄도 출입기자 중 몇 명이 무심코 던진 말이 와전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동구청 공보실, "노조가 결정할 사안 아니다"...사태 수습 나서

이 실장은 "아마 오늘(14일)쯤 출입기자들이 자체 모임을 가지면서 논의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 문제는 직장협의회(공무원노조)가 (출입기자를) 나가라 마라 할 상황이 아니고 구청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출입기자들이 다시 기자실로 들어갈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기자실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기자실, 폐쇄적 아닌 열린 공간으로
다른 구청 기자실로 파급 있을 것"
전국공무원노조 대구 동구청지부 김배 지부장

- 13일 직접 기자실을 찾아간 것으로 아는데….
- 작년 12월 말에 기자실 폐쇄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고, 그 설문조사를 가지고 어제(13일) 기자실을 방문해서 설문조사 결과를 출입기자들에게 통보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대부분 6급 이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응답자 474명 중 465명이 '기자실 폐쇄'에 찬성했다. 98%가 찬성한 것이다. 반면 존치 해야 한다고 한 공무원은 단 9명뿐이었다."

-설문조사는 어떻게 하게 됐나
"전국공무원노조 차원에서 기자실 폐지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다. 그 당시에는 동력이 떨어져서 설문조사만 했지만 최근 여유가 생겨 이 문제를 거론하기로 했다."

-공무원으로서 기자실에 대한 생각은.
"요즘은 예전과 같이 기자실에서 화투판이 벌어지는 것처럼 큰 폐해가 있었던 것도 관행이 많이 사라진 것 같긴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기자실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기자사회 자체로 진화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은가 지적은 있다. 기자실이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 있지만 폐쇄적으로 있을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기자실이 존재하면서 빚어지는 문제점은.
"기자실 문제는 기자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관청에 공보계가 일처리에 매달리면서 어렵게 일하는 부서에는 인력이 오히려 부족한 형편이다. 앞으로는 공보실도 축소하고 인력이 부족한 부서에 인력을 채우는데 이용해야 한다."

- 기자실 자진 폐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실 자진 폐쇄하겠다는 것에 적극 환영한다.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진의가 무엇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기자실 개혁의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폐쇄적인 기자실이 아닌 프레스룸이나 취재실을 개방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 출입기자 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기자들이 만나 의논하고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운영해야 한다."

- 대구에선 첫 기자실 폐쇄인데…. 파급효과가 있을 것 같나.
"있을 것 같다. 우리뿐만 아니라 북구청에서도 지부 운영위 차원에서 기자실 폐쇄에 관한 회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사실 기자실은 법규정에 있는 것도 아니고 허락 받고 있는 것도 아닌 단순히 관례에 의한 것뿐이다."

- 비어있는 기자실은 어떻게 사용할 의향인가.
"우리 청에는 직원들의 휴게실도 제대로 없었다. 무엇보다 여직원들의 경우 탈의실도 갖추지 못하고, 지하실에 간이시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남는 공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것이다." /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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