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 살림살이 나아졌나?

[인터넷 신문, 시민기자 그리고 대안언론] 3

등록 2003.02.17 12:29수정 2003.02.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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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이인향, 이윤원, 이호찬, 오용석(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 16기)


인터넷 언론들의 최대 고민은 '수익 창출'이다.

중앙 일간지의 인터넷 신문 역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그래도 모기업이라는 기댈 만한 구석이 있다. 비정상적 재무구조를 가진 일간지 조차도 '언론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불문율 아래 신문을 계속 찍어내고 있다.

그러나 독립형 인터넷 언론은 다르다. 충전할 배터리 자체가 부족하다. 계속해서 충전하지 않으면, 작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재충전할 곳을 찾지 못하면, 기억된 메모리도 날아가고, 복구불능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독립형 인터넷 언론은 어떤 종류의 전기(수익원)로, 얼마나 충전(수익창출)하고 있을까? 혹시 사용전압(언론의 지향성)에 맞지 않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터넷 언론들이 맘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전기(수익원)는 무엇일까?

인터넷 언론의 지향, 그리고 상업광고

a 오마이뉴스의 수익구조를 설명하는 오연호 대표

오마이뉴스의 수익구조를 설명하는 오연호 대표 ⓒ 김덕화

오마이뉴스(대표 오연호)의 한달 수입은 2억 3천만원 정도다. 언뜻 보면 큰 액수 같지만, 오마이뉴스의 한 달 운영비가 2억 1천만원을 넘으니, 흑자 폭이 그다지 큰 것은 아니다.


이 중 광고로 들어오는 수입이 1억 8천만원 가량. 약 80%를 차지한다. 자발적 유료화, 다음, 엠파스 등의 포털사이트 뉴스 제공등이 나머지 수입을 책임진다.

현재 기존 언론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본에 의한 종속이다. 이것의 원인은 누구나 알다시피 과도한 광고의존도다. 광고수익 대 신문 판매수익이 크게는 10:1이 되는 상황에서 광고주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광고주에 의해 기사가 수정되고, 삭제되기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된지 오래다.


진보적 대안언론을 지향하는 오마이뉴스 그리고 상업광고에 의한 과도한 수익 창출, 상호간에 충돌되는 점은 없을까?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 NGO식 운영을 하지 않는 한 시장으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광고주들이 오마이뉴스의 영향력과 조회수를 보고, 자기들의 광고를 위해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광고 때문에 기사를 못 실은 적은 "이제껏 단 한번도 없다"고 단언한다.

인터넷 언론,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운가?

"인터넷 언론은 기존 오프라인 매체와는 달리 기업간 광고에 따른 정치적인 관계, 예를 들면 일부 기업에 해가 되는 기사를 빼는 조건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등의 커넥션은 전혀 없다. 앞으로도 있을 리가 만무하다."

딴지일보 이노희 비즈니스 사업팀장도 같은 입장이다.

웹사이트 평가 전문 사이트 랭키닷컴에 의하면, 현재 인터넷 뉴스 분야 점유율 1위가 오마이뉴스, 3위가 딴지일보다. 2위가 연합뉴스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점유율 1, 2위다.

인터넷 언론 점유율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와 딴지일보가 광고주로부터 편집에 전혀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인터넷' 언론은 기존 언론과 달리 광고를 단지 광고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존 언론 중 진보적 인터넷 언론과 가장 유사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한겨레신문의 한 중견기자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오마이뉴스나 딴지일보가 광고주로부터 자유롭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체 광고매출의 총량이 여전히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매체가 지닌 영향력이 아직 높지 않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개입과 간섭의 욕구가 작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즉, 인터넷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지면, 상업광고에 절대적인 수익을 의존하는 한 광고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광고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문제는 사주와 운영진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시스템적 해결 방안이 뒤따르지 않는 '의지'는 제 풀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

매출구조에서 광고의 비중을 일정 비율 아래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경영과 편집권의 완전분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한다.

그동안 공짜로 잘 봤다. 이젠 내가 쏜다!

인터넷 언론들이 광고만을 수익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광고 의존도를 탈피하게 위해 다양한 수익원을 찾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a 민중의 소리의 후원 캠페인 배너

민중의 소리의 후원 캠페인 배너

인터넷 방송국 <민중의 소리>(대표 윤원석)처럼 상업광고를 아예 싣지 않는 곳도 있다.

윤원석 대표는 '상업광고를 유치하다 보면, 결국 자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소외된 민중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자는 설립 취지와 상업광고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짝이라는 것이다.

민중의 소리의 한 달 운영비는 500만원 정도. 최근 선발한 수습기자까지 포함해, 25명의 상근기자를 보유하고 있는 방송국으로서는 무척 적은 금액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인건비와 취재비용등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다. 99년말 개국이래 소속 기자들은 월급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자비를 털어 취재를 해온 것이다.

민중의 소리는 최근 '민중의 소리 기자에게 월급을 주자'라는 배너광고를 띄우고 네티즌들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현재의 집회 중심 취재에서 좀 더 다양한 민중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안정적인 활동 보장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a "민중의 소리 기자에게 월급을 주자"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는 윤원석 대표

"민중의 소리 기자에게 월급을 주자"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는 윤원석 대표 ⓒ 이윤원

윤 대표는 "(월급을 주기 위해) 광고가 아닌 방안을 고민하다가 민중으로부터 직접 월급을 받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10명의 기자들에게 월 1000원의 월급을 네티즌 10000명이 정기적으로 내 준다면 가능한 방법이다" 라고 캠페인의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캠페인을 시작한지 20여일이 지난 지금 총 모금액은 2천만원 정도. 일단은 성공적이다.

오마이뉴스의 자발적 유료화 역시, 독자와 뉴스에 기반한 새로운 수익창출이라는 목표로 실시되고 있다. 결제 금액도 상당하다. 유료화 실시 50일 만에 1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a 자발적 유료화 현황 도표

자발적 유료화 현황 도표

오 대표는 "처음엔 월 3천만원 정도 결제되길 기대했다. 작년 11월 흑자구조로 돌아서기 전 매월 2-3천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그러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유료화의 성격에 대해 그는, "자발적 유료화는 오마이뉴스라는 하나의 독특한 상품을 이용하는 대가"라면서, "장기적 수익모델로 가져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오마이뉴스는 뉴스 컨텐츠의 판매 확대나 오마이뉴스에 맞는 이벤트 사업, 저널리즘 강좌등의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해갈 예정이다. 광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광고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익원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독자가 가장 큰 자산이다

인터넷 언론의 수익모델에 대해, 딴지일보 이노희 비즈니스 사업팀장은 "인터넷 언론은 접속자가 기존 언론에서 볼 수 없는 기사를 보기 위해 방문하기 때문에, 그 모티브에 있어 태생적인 비지니스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접속자 수가 많다고 해서 포털사이트처럼 쇼핑몰이나 영화관등의 서비스를 하는 것은 매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과학적 접근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회원 대상의 여론조사 등을 통한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의 연구대행이다. 기존의 무작위 전화면접보다는 접속자의 모티브 자체가 오피니언과 관련돼 있고, 확실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어, 오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컨텐츠의 단계적 유료화에 대한 제안도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황용석 연구원은 "진보적 대안 언론들은 인터넷에서의 활동이 많은 '활성화된 이용자 집단'이 가장 큰 자산이다. 충성도 높은 이용자 집단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유료화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유료로 전환하지 않는 독자들도 뉴스를 그대로 볼 수 있게 하면서, 유료회원들에게 뉴스 뒷이야기, 보도자료 등의 프리미엄 서비스등을 제공하는 것이 그것이다.

독자들의 지지, 그것이 인터넷 언론을 자유케 하리라

인터넷 언론의 진보적 지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고고한 수익 사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사용전압과 똑같은 전기만이 아니라, 전기 비슷하게 생긴 것이라면 다 긁어모아야 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잘못 고르면 과부하가 걸려 타 버릴 수도 있다. 변압기를 이용해 수용 가능한 전압으로 바꾼 후 충전해야 한다.

인터넷 언론에게 있어, 이 변압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인터넷 언론다운 기사 제공, 그에 기반한 독자들의 지지이다.

인터넷 언론의 접속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기존 언론에서 볼 수 없는 기사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은 각자의 존재 이유를 지닌다.

현장감 있는 뉴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소외된 민중들의 목소리, 비틀어진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패러디, 바로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마이뉴스를 찾고, 민중의 소리를 접속하고, 딴지일보를 클릭하는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충실히 지켜나갈 때, 독자들의 지지와 페이지뷰는 동시에 늘어난다. 이 독자들의 힘만이 광고를 광고로서만 이용케 하고, 후원금만으로의 운영도 꿈꾸게 하며, 다양한 수익모델의 문을 열어제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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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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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단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기사화할 것인지는 기자의 몫입니다. 20대 80의 사회에서 80의 편에 서서 세상을 보며, 80의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고, 변해야 할 것들을 글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제도의 뜻에 적극 동감하며, 기자회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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