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비행학교를 설립해서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신상철 교장. 오는 6월달에는 그 꿈을 시동한다.장크리스토퍼
그리고 나서 설립한 것이 뉴욕한인비행학교다. 비행학교 교장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운영이 쉽지 않아서 미국학교에서 시간제로 교관을 했다. 박봉이었지만 경력을 쌓는데도 필요하겠고 해서 열심히 했고 이후 프리랜서로 미국사람 비행기를 빌려서 교습을 계속했다.
그동안 아이들은 잘 자라줘서 큰애는 앤더슨 컨설팅(Anderson Consulting)에, 둘째는 Lehman Brothers에서 부사장보로 일하고 있다. 둘째가 작년에 비행기를 사줬다. 파이퍼 워리어(Piper Warrior) 4인승 단발기지만 신상철씨에게는 최신형 코퍼레잇 젯 못지않게 소중한 아기가 됐다. 2년 동안 공부해 취득한 ATP( Airline Transport Pilot) 면허에 수상기 조종사자격증까지 갖췄고 비행기까지 가졌으니 평생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비행시간도 3000시간을 넘겼다.
누군가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보인다했던가. 오랜 꿈을 이룬 순간, 신상철씨는 내심 품어왔던 정말 꿈을, 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졌다고 한다.
1962년 우연히 펼쳐든 미국잡지에서 보잉707이 취항해서 로스엔젤레스에서 일본 도쿄까지 무착륙비행했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내 언젠가는 비행기로 태평양을 날아 건너겠다고 했던 스스로의 다짐. 그 다짐을 실천에 옮기고 싶어졌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 생긴 이벤트가 오는 6월 결행하는 미주 100주년 기념 뉴욕-서울 태평양 횡단 단독비행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났던 고국을 자가용비행기로 다시 찾는 것이다. 물론 무착륙비행은 아니다. 열 몇 번씩 내리고 뜨고 15일쯤이 걸리는 먼 하늘길이다. 이번 장거에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보험료 - 전체 예산 7~8만불 중 보험료만 5만불이 넘는다. 신 교장이 가지고 있는 보험은 미국내 비행만 커버되고, 외국까지 아우르는 보험은 아예 사기조차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결국 구한다고 구한 것이 비행기를 중고가격으로 쳐서 다 커버하는 조건으로 그 돈을 모두 내야한단다.
원래는 조용히 개인적인 모험으로 끝내려 했던 것이 우연히 매스컴에 노출됐고, 그래서 기왕이면 이민 100주년의 의미도 살리자 해서 이민100주년 기념이 됐지만, 그러고 보니 스폰서들도 붙고 보험료 해결에도 도움은 된다고 말한다.
"미국 전역에 한인들이 사는 대도시들은 일단 거쳐서 태평양으로 들어갈 작정입니다."
뉴욕에서 워싱턴DC로, 거기서 다시 애틀랜타로, 그리고 다시 휴스턴-달라스 메트로지역, 피닉스,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시애틀, 벤쿠버 - 거기서 알래스카의 주도인 주노로 갔다가 앵커리지를 거쳐서 베링해를 건널 참이다. 당초에는 알류산열도를 따라 내려올 계획을 했는데, 기후변화가 심할 것을 고려해서 미국-러시아 사이에 비행협정이 새로 체결된 마당에 베링해를 건너기로 항로를 수정했다는 것.
베링해를 건너면 그후에는 러시아 동해안을 따라서 날아내려 가다가 캄차카반도를 지나서 사할린, 그 다음에는 일본을 거쳐서 그리던 고국 한국의 김포에 내려앉을 계획으로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전 뉴욕한인회장 주명룡씨가 여러모로 신 교장을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 내에서의 다른 계획은 통보받은 바가 없다는 것이 신 교장 얘기다.
다만 한국에 가면 비행기를 고향으로 타고 내려가서 목포비행장에 일단 내려놓을 작정이라고 한다. 그냥 내려만 놓을 건 아니고, 목포대학과 전남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행학교를 만들어서 한 2~3년 육성하다가 마땅한 운영자를 찾으면 자신의 이름으로 설립된 비행학교를 고향에 만들어 두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니 이번 비행이 단순히 태평양횡단으로 끝나는 일과성 축하비행만도 아닌 셈이다.
"사람들이 극과 극이지요. 비행기, 이러면 엄청나게 무서운 기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다른 세계 물건 취급을 하구요 - 그 반면에 호기심에다가 낭만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종사, 새처럼 날고 싶어, 뭐 이런 식 말이죠."
그러나 둘 다 아니란다. 무서울 것도 없고, 또 호기심에 낭만, 이것도 아니어서, 실제 타보고는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고.
비행기 조종에는 네 가지 기본비행 스타일이 있는데, 직진수평비행에 상승비행, 강하비행과 방향전환비행이 그것들이고, 이 네 가지라는 게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다는 것. 비행기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면 속도가 빠르고 그러지만, 정작 비행기 조종간을 잡고 앉아 있으면 계기는 바쁘고 복잡하게 움직이지만 비행기 자체는 속도감을 별로 느낄 수 없다고 한다. 하늘에 워낙 높이 날아올라 있어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짜릿한 맛도 아니고 덤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비행기 한 대를 유지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들어갈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신상철씨 얘기다. 기름값 이래야 타는 시간만 태우는 것이니까 그렇고, 주차비에 해당하는 돈도 한달 해봐야 기껏 150불 정도에다가, 보험료, 검사비 해서 그리 큰돈은 아니라는 것이 신 교장의 설명이다.
어쨌든 한인사회에 신상철씨 같은 이가 있는 것이 얼마간 신기하다. 다 큰 어른 - 이제 곧 환갑으로 접근하는 나이에도 저다지 순진하고 외골수가 있을까 할만큼 비행기에 대한 열정이 절절하다. 그러기에 그 나이에 만난을 무릅쓰고 조종사 면허를 땄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해가 쉽질 않다.
자신이 가르친 훈련생이 처음으로 단독 비행을 하는 날은 처녀 머리 올려주는 기분으로 솔로비행패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장년이 된 순수를 대하면서, 우리 한인사회도 몽땅 비행기에 태우고 활주로를 치달리다가 비행기처럼 사뿐히 날아오를 수는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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