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존경도 '낙제점'

CEO 및 전문가 105인 설문, "윤리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해야"

등록 2003.02.27 11:50수정 2003.02.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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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당선자가 지난 14일 오후 코엑스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신년포럼'에 참석해 기업경영 개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지난 14일 오후 코엑스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신년포럼'에 참석해 기업경영 개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한국 기업에 대한 존경 지수'를 평가한 결과, 국내 경제·경영전문가들은 낙제점인 61.8점을 매겼다.

한국능률협회에서 발행하는 경영정보지 < CHIEF EXECUTIVE > 3월호는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및 존경받는 기업 수준'이란 주제로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국내 경제·경영전문가 105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의 존경받는 정도는 61.8점으로 매우 낮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가장 이상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을 100점으로 가정하고, 한국·유럽·미국·일본 등 기업의 수준에 대해 물어본 결과이며, △미국 기업 80.3점 △유럽 기업 79.0점 △일본 기업 74.5점 등으로 각각 평가했다.

기업규모 면에서는 '중소기업'(24.8%)보다는 '대기업'(65.3%)이 존경받았고, 업종별로는 전체응답자의 71.8%가 '제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업'(13.6%) 'IT'(6.8%) '금융'(2.9%) 등의 순이었다.

국내 기업과 국내 진출한 외국 기업을 비교한 경우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52.9%)이 '국내 기업'(47.1%)보다 더 존경받았다. 이 질문에서 교수들과 연구원들은 같은 결과를 제시한 반면, CEO들은 국내 기업이 훨씬 더 존경받는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존경받는 위해 윤리성과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한편 설문 응답자들은 '존경받는 기업의 최우선 조건'으로 '윤리성'(26.1%)과 '글로벌 경쟁력'(21.2%)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경영성과 11.3% △기업문화 10.8% △유능한 인재 확보 및 활용 9.4%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정도'는 기업 경쟁력의 관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으며, 환경보전 활동 및 사회봉사 활동도 기업의 역할로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의 발빠른 대응력'(31.8%)을 우선시 했고, 다음으로 '유능한 조직원의 확보 및 적합한 배치'(18.2%), '산업 분야의 리딩 포지션 확보'(14.6%)를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능률협회 미디어 정만국 팀장은 "이번 조사는 '존경받는 기업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 산업사회에서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점검하는 차원에서 실시했다"면서 "무엇보다 기업들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특히 정 팀장은 "실질적으로 기업의 CEO들은 기업이 존경받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경영에서 생각을 행동으로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주요 대학 경영학과 교수 33명과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37명, 대기업 및 중소기업 CEO 35명 등 105인을 대상으로 설문지에 의한 FAX조사 및 E-mail 조사로 실시됐다.

"우리 스스로 너무 낮게 평가…" vs "부정적 인식은 당연한 결과…"

a 사진은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송년모임에 참석한 전경련 회장단.

사진은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송년모임에 참석한 전경련 회장단. ⓒ 연합뉴스

'국내 기업 존경도' 평가 결과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경영팀 남경완 연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벌은 계속해서 '개혁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왔고, 각 정권마다 내세운 새로운 재벌 개혁원칙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몇몇 시민단체와 정부 일각에서는 기업이 잘못한 부분에 대한 건전하고 대안 있는 비판보다는 기업이 행한 나름대로의 노력마저도 도외시하며 마치 '범죄자' 취급했으며, 기업이 개혁의 주체로서 개혁 프로그램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기업문화가 뿌리내린 지는 지난 60년대부터 불과 4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200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기업을 꾸려온 미국 등과 비교는 무리라는 것. 이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대안 있는 비판을 제시해주면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삼성그룹 하주호 차장의 경우는 "외국 전문가나 애널리스트 평가에 따르면, 국내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건실도' '제품 경쟁력' '이미지' 등이 좋아지고 있으며 세계 속에서 존경받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제품의 품질 면이나 가격 면에서 월드 베스트에 근접해 외부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평가는 우리 스스로가 너무 낮게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하주호 차장은 국내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기업 존경도'를 높이는데 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의 발전은 두드러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윤리의식이나 윤리교육이 아직까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정경유착 등으로 기업에 대한 견제가 없었기 때문이며, 지배구조상 기업경영진이나 대주주, 기업 경영에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특정 이해 관계 속에서 이익만을 추구했기에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 나오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경영자들의 윤리의식 문제는 단지 기업가의 경험에 따라 이뤄졌기에 불법적 관행 및 행위 등이 있을 경우 사회 전체적인 일관된 잣대로 정확히 지적하고 제재 조치가 내려지는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신기철 과장은 "지금까지 중소기업들,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IMF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해오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면서 "지난 1∼2년 전 사이에 벤처의 비리가 부각되고, 금융비리 등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일시적인 것으로 앞으로 윤리의식이 보강되면서 긍정적인 인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중소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많은 성장을 한 점에 대해 깊은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끝으로 신기철 과장은 "지식정보화 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에게 걸었던 높은 기대감이 오히려 실망감을 크게 했던 것 아닌가"라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더 존경받을 만한 입장에 놓이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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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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