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26

등록 2003.03.01 18:12수정 2003.03.01 20:20
0
원고료로 응원
"주몽공자께선 무골과 함께 우선 이곳에 계시옵소서. 제가 주변의 동태를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여러 가지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은 세 명이 함께 다니는 것보다 우선 한 명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 얼굴이 알려진 주몽이나 처신에 서투른 무골보다는 묵거가 나을 것이었다.


묵거는 일단 오이의 집부터 살펴보았다. 오이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거의 폐가나 다름없는 상태로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본 바로는 자신들의 농토로 돌아갔다고도 하고 잡혀갔다고도 하며 산 속으로 숨었다는 등 대답이 제각각이었다.

'이래서야 행방이 묘연하지 않나!'

마음이 급해진 묵거의 등뒤에서 어깨에 툭하니 손을 올리는 이가 있었다. 묵거가 뒤돌아 보니 검은 피부에 힘께나 쓸 듯한 덩치의 사내였다.

"이보시오.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소만......"

묵거는 식은땀이 났다.


"댁은 뉘신 데 이렇게 역적들의 가족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오?"

묵거는 사내의 손을 뿌리친 후 부리나케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고 뒤를 돌아보니 사내가 보이지 않아 묵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몽과 무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찌되었습니까?"

무골이 건네어 준 물 한바가지를 들이키고 나서 묵거는 대답했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옮겨간 듯 합니다. 만약 잡혀갔다면 모든 사람들이 알텐데 이런저런 소문만이 나돌 뿐이었습니다. 그보다도 웬 사람이......"

묵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무사이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무골이 급히 창을 잡으며 소리쳤다.

"웬놈이냐!"

상대는 주몽일행에게 적의가 없다는 듯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방금 전 묵거에게 말을 건 사내였기에 묵거의 나지막한 탄식이 쏟아졌다.

"내 뒤를 밟았구나!"

하지만 묵거는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사내 혼자 와서 이렇게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해를 끼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법 담이 큰 사내임에는 틀림없었다.

"댁들은 뉘신 데 오이, 마리 공들의 식솔들을 찾는 것이오?"

창을 든 무골이 앞으로 나서 외쳤다.

"그쪽부터 신분을 밝혀 보시오."

"내 이름은 부분노라 하오. 그대는 뉘시오?"

"난 계로부의 무골이라고 하오!"

"계로부? 처음 듣는 이름이구려. 부여사람이 아니란 얘기요?"

"한때는 부여사람이었으니 지금은 떠났소이다."

처음으로 입을 연 주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부분노는 알겠다는 듯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오이공께서 모셔갔다는 주몽공자가 아니시오! 전 오이공의 은혜를 입은 적이 있는 사람이오. 오이공과 마리공의 식솔들은 내가 미리 안전한 곳에 모셔놓았소."

막막했던 일이 부분노로 인해 쉽게 풀리자 묵거와 무골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공자님의 어머님도 잘 계시다오."

주몽이 머리를 끄덕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대로 떠나도 될 일이었지만 주몽에게는 한가지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예주를 데리고 오는 일이었다.

"예씨 집안에는 다행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미리 주위를 둘러보고 온 묵거의 말에 주몽은 자신감을 얻었다. 아무래도 이번 동부여 잠입은 하늘이 주몽을 도와주는 듯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