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의 시에도 나오는 투구게안병기
1
처음 본 모르는 불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
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싶은가
이름 부르며 마음과 교미하는 기간,
나는 또 하품을 한다
모르는 풀꽃이여, 내 마음은 너무 빨리
식은 돌이 된다, 그대 이름에 내가 걸려 자빠지고
흔들리는 풀꽃은 냉동된 돌 속에서도 흔들린다
나는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는 짐승이다
흔들리는 풀꽃이여, 유명해졌구나
그대가 사람을 만났구나
돌 속에 추억에 의해 부는 바람,
흔들리는 풀꽃이 마음을 흔든다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
불을 기억하고 있는 까마득한 석기 시대,
돌을 깨뜨려 불을 꺼내듯
내 마음 깨드려 이름을 빼내가라
2
게 눈 속에 연꽃은 없었다
晋光의 거품인 양
눈꼽낀 눈으로
게가 뻐끔뻐끔 담배연기를 피워올렸다
눈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연꽃을
게는, 그러나, 볼 수 있었다
3
투구를 쓴 제가
바다로 가네
포크레인 같은 발로
걸어온 뻘밭
들고 나고 들고 나고
죽고 낳고 죽고 낳고
바다 한가운데에는
바다가 없네
사다리를 타는 게,
게座에 앉네
황지우 <게 눈 속의 연꽃>
바다로 가고 싶은데, 바다로 가서 살아야 하는데 바다로 갈 수 없었던 투구게는 뻘밭이나 기어다니다가 일생을 마친다. 죽어서까지 우리네 일상의 부질없음을 계몽하는 통영수산과학관의 투구게는 거룩하기 짝이 없다.
통영수산과학관을 나와 버스는 한려수도를 관망하기 제일 좋다는 달아공원으로 향한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는데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꼭대기로 오르는 길에도 서서히 동백꽃 망울이 터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