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산사의 휴식, 각연사

등록 2003.03.14 09:59수정 2003.03.19 14:53
0
원고료로 응원
a 각연사 전경

각연사 전경 ⓒ 이종원

들어가는 말

3월 1일 우리 가족 네 식구는 충청북도 괴산의 두메산골에 자리잡고 있는 각연사를 찾아갔다. 큰 길에서 무려 5km나 들어가야 산사를 만날 수 있다. 티없이 깨끗한 계곡 길은 속세의 때를 맘껏 벗겨준다.


3월인데도 눈발을 흩날리며 겨울이 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햐얀눈이 주는 아늑함과 함께 속리산이 주는 포근함에 빠져본다. 이 좁은길에 과연 절이 나올까 의아심을 가졌는데, 생각보다 훨씬 넓은 터에 고요한 산사가 자리 잡고 있다.

각연사의 전설

신라 법흥왕 때 유일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처음엔 칠보산 자락에 절을 세울려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대패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스님이 밤을 지킨다. 까치가 몰려와 대패밥을 하나씩 물고 날아가는 것이다. 그 까치들이 못에 대패밥은 떨어뜨려 못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 못에는 석불이 있던 것이다. 그리하여 유일스님은 이 곳에 절을 세운다. 연못속에서 깨달았기에 절 이름을 '覺淵寺(각연사)' 라고 지은 것이다.

a 각연사 대웅전-단아한 맞배지붕에 배홀림 기둥을 하고 있다.

각연사 대웅전-단아한 맞배지붕에 배홀림 기둥을 하고 있다. ⓒ 이종원


대웅전

조선 후기의 건물이며, 근래 단청한 듯 새옷을 입고 있다. 자연석을 다듬지 않은 덤벙초석이 절 분위기에 어울린다.


a 용머리

용머리 ⓒ 이종원

평방위에 용머리를 올려놓았다. 어찌나 조각이 아름다운지...반야용선을 타고 속리산을 유유히 거닐 듯하다.

a 창방에 피워 있는 꽃무늬

창방에 피워 있는 꽃무늬 ⓒ 이종원

다른 절과 달리 특이하게도 문틀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판을 얹어놓았다. 하얀 눈이 내리지만 부처님의 집은 이렇게 화사한 꽃이 피어 있다. 단청도 붓을 한번에 그은 것 같다. 벗겨진 단청로 사이에 나온 나뭇결이 참으로 곱다.


a 비로전의 풍경

비로전의 풍경 ⓒ 이종원

앞산이 바로 칠보산이다. 그 너머가 속리산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첩첩산중에 둘러싸여 있기에 안에서 보면 마치 갇혀 있는 느낌이 들어 이곳의 지형을 '天獄(천옥)'형국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도인이 살지 않으면 도적이 차지하게 될 지세라고 한다.

다행히 도인이 살게 되었다. 나옹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했던 도량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진리를 풍경은 쉴세없이 떠들어댄다.

a 석조 비로자나불..보물 433호

석조 비로자나불..보물 433호 ⓒ 이종원

석조 비로자나불 (보물 433호)

각연사의 전설에 나오는 돌부처가 바로 이 비로자나불이다.어찌나 아름다운지, 둔기에 맞은 듯 멍하니 부처님만 쳐다보았다. 아내가 눈치을 주지 않았으면 이곳에서 하루를 새웠을지도 모른다.

석조물은 3개로 이루어진다. 불단과 광배 그리고 부처다. 저렇게 멋진 광배가 있을까. 바깥쪽에는 이글이글 불꽃이 타오르고, 안쪽은 당초문양과 구름 문양이 부드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머리 위에는 세 분의 부처가 앉아있고, 양 옆에는 두 분, 그리고 신광에도 부처님이 구름위에 사뿐히 앉아 계신다.

비로자나불은 참으로 잘생긴 꽃미남이다. 얇게 그려놓은 턱수염이 인상적이다. 입술이 유난히 붉어 그 입에서 불법이 튀어나올려고 한다. 가느다란 삼도에 단단한 어깨를 지니고 있다. 엄지를 꼭 쥐고 있는 수인의 모습을 통해 진리는 하나라고 설파하신다.

a 측면사진

측면사진 ⓒ 이종원

이렇게 옆에서 봐야 불단이 자세히 보인다. 하대석 안상안에 향로를 새겼으며 비천상까지 조각해놓았다. 중대석은 두리뭉실한 구름문양을 새겼으며, 상대석은 연꽃이 활짝 피워오르고 있다. 천년전 도공의 숨결이 절로 느껴진다.

a 제 딸 정수랍니다.

제 딸 정수랍니다. ⓒ 이종원

내 딸 정수가 신나게 눈싸움을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보여 주는 것은 정서에 도움이 되리라.

a 고즈넉히 앉아 있는 부도

고즈넉히 앉아 있는 부도 ⓒ 이종원

돌거북을 찾아 산기슭을 헤메다가 만난 부도다. 초록의 이끼가 그 세월을 말해준다 그 위에 눈까지 얹어 있어 비장함마져 든다.

a 이 분의 안내를 받았다.

이 분의 안내를 받았다. ⓒ 이종원


각연사 돌거북

돌거북을 찾지 못해 절에서 일하는 분의 도움을 받는다. 귀찮을 텐데 선뜻 안내를 해준다. 충청도인의 넉넉함을 느껴본다. 1급수의 깨끗한 계곡물을 건너 개울길을 따라가면 이렇게 넓은 터가 나온다. 혹시 이곳이 예전의 절터가 아닐까?

a 이렇게 속리산자락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속리산자락을 지키고 있다. ⓒ 이종원

계곡사이에 이렇게 웅장한 거북상이 앉아있다. 마치 산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a 거북상의 꼬리 부분

거북상의 꼬리 부분 ⓒ 이종원

사실적인 조각에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꼬리를 말아올려 늘어뜨린 모습을 보라. 걸작중에 걸작이다. 귀갑문의 꽃문양은 국화빵 기계가 찍어내듯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비좌의 안상과 그 밑의 꽃문양도 놓칠수 없다. 돌을 밀가루 반죽 다루듯 주물렀다.사적비가 사라져 그 내용을 파악치 못해 못내 아쉽다.

a 거북상의 발톱

거북상의 발톱 ⓒ 이종원

거북상의 발톱을 보라. 속리산의 지세를 저 발톱이 누르는 듯 하다.다리의 근육도 꿈틀거리고...

a 거북상의 정면

거북상의 정면 ⓒ 이종원

거북의 목은 일본놈이 없앴다고 안내인이 분개한다. 대신 거북의 목에는 빗물이 고여 있다. 그 빗물이 순교한 거북의 핏덩이처럼 보인다.

각연사 가는길


- 대중교통:

동서울 → 괴산직행버스(1일 18회) 1시간 50분소요

괴산 → 태성시내버스(1일 4회) 30분소요

- 승 용 차:

중부고속도로 → 증평IC → 괴산 → 태성 → 각연사 주차장

/ 이종원
절에 계신 분이 점심 공양을 들고 가라는 것을 억지로 사양한다. 이렇게 좋은 석불들을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부른데 어찌 절밥을 축내겠는가.

그윽한 산사의 향기를 뒤로 한채 각연사를 빠져 나온다.

스님이 저 앞에서 홀로 걷고 있다. 여기서 마을까지는 15리가 넘을텐데... 차를 세우고. "스님, 마을까지 가시면 제가 모셔 드리겠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걷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합장을 해주신다.

구도자의 모습이 '백미러'에서 멀어진다.
'스님 성불하십시요'

속세로 돌아가는 내 자신이 갑자기 서글퍼진다.

덧붙이는 글 | 모놀과 정수 홈페이지 운영자입니다.
http://cafe.daum.net/monol4 이곳에서도 볼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모놀과 정수 홈페이지 운영자입니다.
http://cafe.daum.net/monol4 이곳에서도 볼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4. 4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