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장 추진, 수익성 보장 못해"

서천범 소장, 가족단위 레저리조트 육성 등 제안

등록 2003.03.10 12:16수정 2003.03.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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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와 전남도가 경쟁적으로 경륜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경륜장이 건설될 경우 도박중독자 양산뿐 아니라 주민들이 연간 500억 ∼ 800억원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참여자치21·광주경실련·광주전남문화연대가 공동주최한 `도박산업의 현주소와 지방정부의 과제-경륜장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서 소장은 "경륜장이 건설될 경우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은 향후 4년 동안 최소 2천억원에서 최고 32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지자체는 도박산업 유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강연회에는 시민단체 회원뿐 아니라 전남도청, 광주시청, 나주시청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해 강연 내용에 대해 촉각을 세웠다.

광주·전남, 경쟁적 유치 경쟁

a 지난 6일 열린 '도박산업과 지방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한 서천범 소장의 강연회

지난 6일 열린 '도박산업과 지방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한 서천범 소장의 강연회 ⓒ 강성관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2002년 사행산업 현황'에 따르면, 경마·경륜·경정 등 사행산업(복권사업 제외)의 시장규모가 무려 11조 317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2001년보다는 29.9% 성장한 것이며 2000년과 비교할 경우 2배나 되는 규모다. 이러한 사행산업이 전체 레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28.4%에서 2002년에는 51.4%로 높아졌다.

실제 경기도는 과천경마장에서 2001년 무려 4415억원을 레저세(이전의 경주마권세)로 거둬들였다. 또 과천시도 이에 힘입어 재정자립도 97.1%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개설된 창원시 경륜장에서 경상남도는 2001년 306억원(매출액 4천186억원)에 달하는 레저세 수입을 올리고 2002년에는 7969억원의 레저세 수입을 올려 90%의 급성장을 보였다.

이 같은 사행산업 규모의 성장과 세수입 증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1000여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데도 사행산업 시설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게 하고있다. 현재 광명시·대전시·부산시 등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경륜장 개설을 추진 중에 있다.


전남도와 광주시 역시 지난해부터 시도간 갈등 양상을 보이며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행자부 재정투융자심사를 완료하고 11월 27일 경륜장 설치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도는 1300억원을 들여 나주시 송월동에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륜장을 2005년 건립, 개장원년에 최소 78억원∼최대 699억원의 세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도는 올 7월에 사업 추진을 위해 공단 설립을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와 나주시는 나주 사이클 경기장 등을 활용해 나주시에 자전거 테마공원 등을 조성해 나주시를 '자전거 메카'로 조성해 간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도 지난해 11월 18일 '월드컵경기장활용방안 용역보고회'를 가진 다음날인 11월 19일 문화관광부에 경륜시행허가 신청을 냈다. 광주시는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종합레저타운을 조성하고 인근에 1000여억원을 들여 경륜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용역보고서는 "타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지방재정자립도를 제고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사업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와 전남도는 경륜장 유치를 두고 "광주시가 전남의 발목을 잡는다", "공정한 경쟁"이라며 감정적 갈등을 빚으며, "광주전남이 공동발전을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종적으로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문화관광부가 인접한 광주 월드컵경기장과 나주시 두 곳에 동시에 경륜장을 허가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도는 경륜장을 유치할 경우 △레저세 수입으로 인한 지방재정 확충 △고용창출 △경륜장과 연계한 레저시설 확충 △이와 연계한 관광산업 활성화 등 지역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사업계획서' 등에 나타나 있듯 사행산업의 성장세와 세수입에 있다.

서 소장, "가족단위 레저산업 도입 필요"...시장 협소 수익성 장담 못해

a 서천범 소장

서천범 소장 ⓒ 강성관

이에 대해 서천범 소장은 "사행산업(도박)은 서민들의 돈으로 유지되는 산업이다"면서 "도박산업을 이용해서 세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카지노·경마·경륜 등 사행산업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제한을 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다"면서 "배팅할 수 있는 한도를 실질적으로 제한해야 함에도 매출액 때문에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소장은 전남도와 광주시의 경륜장 사업계획서 등을 분석하고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손실액이 향후 4년 동안 최소 2천억원에서 최고 32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매출액 급증은 그 만큼 국민들의 손실액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업유치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지역민들의 손실액 추정치를 시도가 예상하고 있는 총매출액 중 70%인 환급률을 제외한 30%(지방세·교육세 등) 중 15%을 광주전남 지역민의 손실액으로 추정했다. 이는 창원 경륜장 등의 이용객을 분석한 결과 이용객의 50% 이상이 해당 지역 주민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 소장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도박산업은 광역시나 도 단위여서 시장이 협소하고 새로운 도박산업 출현에 따른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일본의 경우 3개 지자체가 경륜장을 폐쇄한 것처럼 도박사업의 경우 세수 확대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세금만 축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들이 '경륜도박장'이 아닌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자체가 경륜사업을 벌이려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 경륜 리조트'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형적인 도박장인 장외 사업소는 강력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소장은 "골프장이 경륜장보다는 훨씬 더 건전한 대안일 수 있다"면서 "세수입은 크지 않지만 고용창출 등 지역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경제활성화에 효과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청 공무원 윤정민씨는 "경륜장을 너무 도박산업으로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역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기능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나주시는 경륜 매출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참여자치21 박광우 사무처장은 "도박산업보다는 다양한 세수 확대 등 건전한 경제발전 전략 수립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재정보다는 사행심 조장 등 사회적 손실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를 주최한 광주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양 시도가 추진 중인 경륜장 사업에 대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서명운동 등을 펼칠 예정이어서, '사행산업이냐', '레저 공간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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