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서향만당 16] 강준만의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등록 2003.03.14 13:31수정 2003.03.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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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는 잡지 같은데도 강준만은 아니라 주장한다. 이건 인신공격 같은 데도 역시 강준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a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준만은 지난 95년 <김대중 죽이기> 이후 97년부터 1인 저널룩 <인물과 사상> 시리즈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김대중 죽이기>와 <전라도 죽이기>, <우리 대중문화 길찾기>, <서울대의 나라> 등이 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준만은 지난 95년 <김대중 죽이기> 이후 97년부터 1인 저널룩 <인물과 사상> 시리즈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김대중 죽이기>와 <전라도 죽이기>, <우리 대중문화 길찾기>, <서울대의 나라> 등이 있다. ⓒ 오마이뉴스 김정훈

<인물과 사상> 시리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벌써 25권째 나온 <인물과 사상> 시리즈는 일반 잡지나 신문과는 달리 뚜렷한 출간 시기도 없고 무크지와 달리 강준만 혼자 ‘원맨쇼’를 펼치는 고독한 ‘저널룩(아래에 설명)’이다.


지난 1월 20일 나온 <인물과 사상> 시리즈 25번째 책의 제목은 <정당으로 쳐들어가자!>다. 내용은 아직 모르겠지만 선정적이다. 뭔가 가슴 속에 맺힌 게 많은 모양이다.

다분히 선정적인, 그러나 지극히 이성적인

종이 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솔직히 좀 나쁜 <정당으로 쳐들어가자!>는 다분히 선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세대 갈등’ 선동을 경계한다’와 ‘노무현은 김대중의 전철을 밟지 말라’, ‘교수의 정치 참여 실명제’ 등 18개의 꼭지를 지극히 이성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다른 것은 다 제쳐 놓더라도 지난 대선과 족벌 언론의 여론 호도에 대해서만은 한번쯤 생각해 보자. 먼저 ‘‘세대 갈등’ 선동을 경계한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른바 ‘조중동 트로이카’는 거대 야당이 내세운 후보를 은근슬쩍(혹은 노골적으로?) 밀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그들의 여망을 저버리고 민주당 후보 노무현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일단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조중동 트로이카는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는 듯 숨쉴 겨를도 없이 선거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바빴고, 그 결과로 찾아낸 것이 아주 재미있다. 이른바 2030세대와 5060세대의 ‘세대 대결’이란다. 그런데 강준만은 여기에 뭔가 꼼수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한번 보자.


“MBC-코리아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이회창에게 표를 던진 20대와 30대는 그 연령대 유효 투표의 34%에 이르며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50대는 그 연령대 유효 투표의 40%, 60대는 34%나 된다.”

강준만은 이런 결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그 이유가 단지 세대에 따른 선택의 차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를 테면 그들이 각각 어떤 매체로부터 선거에 대한 정보를 얻는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86%인 반면, 5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9%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답이 나온 셈이다. 직접 정치인과 정당을 대면하기 힘든 현재의 구조 속에서 결국은 미디어를 통해 얻는 정보가 후보 선택의 결정적 요인일 것이다. 이를 전제할 때 결국 이와 같은 선거 결과가 나온 것은 2030세대의 경우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던 반면,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주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독점 언론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거르고 걸러 지면화한 정보에 주로 의존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적 여망이 농축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세대 대결의 결과로 몰고 감으로써 여론을 호도하려는 조중동의 시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고, 동시에 조중동의 분석에 놀아난 대다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식인의 정치참여 실명제

그런데 비단 조중동의 이 같은 폐해를 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강준만 말마따나 어차피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도 이들의 행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강준만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미 지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일부 도입된 바 있는 것처럼 국민이 직접 후보 선택에 참여할 때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의 낙점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시대의 흐름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a 강준만 / 인물과 사상25 -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 개마고원 / 2003 / 10,000원

강준만 / 인물과 사상25 -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 개마고원 / 2003 / 10,000원 ⓒ 권기봉

그렇다고 해서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행한 후보 경선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그나마 일반 시민 참여 비율은 절반으로 맞추었다지만 한나라당은 더욱 급박하게 진행하느라 필요 수준만큼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당 내의 다른 후보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강준만은 말한다. 우리도 서구처럼 일반인들이 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내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고. 물론 아직 우리 상황에서는 힘들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듯하지만 이미 민주노동당이나 개혁국민정당 등에서는 당비를 내는 당원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등 진성당원제를 충실히 시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리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다. 희망을 애초부터 버리기에는 상황이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현실은 현실. 강준만을 비롯한 개혁적 인사들이 나서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발 정치에 참여하시라고 주장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강준만은 그래서 과도기적 상황으로서 이른바 지식인들이 떳떳하게 실명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지식인들의 경우 지금까지 정치적인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으로 어느 후보나 정당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은근슬쩍 특정 후보를 지원한 뒤 나중에 그 후보가 당선되면 고물을 얻고 떨어지면 나 몰라라 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왔던 것이다.

정책 결정은 권력자나 정치인이 한다지만 그 정책을 만드는 데는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참여하는데 정작 문제가 생기면 지식인들은 뒤로 빠져 책임을 면한다는 얘기다. 오히려 실명을 직접 참여해야만 책임 소재도 더욱 분명해지고 사명감이 생겨 충실한 태도로 임할 텐데도 아직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국민이다

문제는 강준만이 아무리 강하게 주장한들 듣고 따르는 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그늘에 숨어 편하게 지내온 이들이 괜히 나서서 (경우에 따라) 돌팔매질을 당할 이유가 없잖은가? 이렇게 얽히고설킨 문제가 또 어디 있으랴마는 결국에는 처음으로 돌아가 국민 스스로도 독점 언론으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특정 언론의 사설이나 기사 편집의 편향성과 어느 것을 기사화 하는가에도 주의할 일이지만, 이른바 지식인들을 내세워 “이 란은 본사의 입장과 다를 수도 있다”고 “괜스레 한 번 더 주장”하는 시론이나 칼럼 등을 통해 발언하는 지식인들도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과연 이 사람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과연 그 란은 그 신문의 입장과 다른 것인지도.

강준만이 말하는 '저널룩'이란..

강준만은 책 3쪽을 통해 저널룩(journalook; journal+book)을 “매우 직접적인 현실 사회문제를 다루는 걸 등한히 해온 기존의 출판 관행과 일간지 중심의 기존 언론체계가 지니는 속보 저널리즘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는 대안으로 탄생된 새로운 형식의 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 권기봉
이제 곧 4월 24일 재보궐선거와 2004년 총선이 예정돼 있다. 이번 선거 때부터라도 국민들의 투표 행태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김대중 정부의 공과를 떠나 ‘역사’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록 대통령 1인을 중심으로 하는 일부의 권력 변화에 불과했지만) 집권 세력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목도한 국민들은, 역시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도 족벌 언론의 무책임한 여론 호도와 수구에 맞선 후보를 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이렇게 전에 없던 선거 혁명을 두 차례나 경험한 국민들의 투표 행태가 이전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띠며 전개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잠깐, 강준만의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남이 차려준 밥상 거저 받을 생각하지 말고 정당이라는 더러운 부엌 안으로 들어가 청소도 하면서 직접 밥상을 차려보자!”

덧붙이는 글 | 권기봉 기자의 홈페이지는 www.freechal.com/finlandia 입니다.

덧붙이는 글 권기봉 기자의 홈페이지는 www.freechal.com/finlandia 입니다.

인물과 사상 25 - 정당으로 쳐들어가자!

강준만 지음, 고정석.홍윤기.김학수 기고,
개마고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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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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