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기그룹 '딕시칙스'의 반전 목소리

부시가 부끄럽다?

등록 2003.03.16 09:32수정 2003.03.16 13:01
0
원고료로 응원
a '딕시 칙스' - 오른쪽이 '나탈리 메인즈'

'딕시 칙스' - 오른쪽이 '나탈리 메인즈'

'딕시칙스(Dixie Chicks)'라는 3인조 여성 컨트리 그룹이 있습니다. 지난 2월, 최우수 컨트리 앨범 등 4개 부문에서 그래미(Grammy)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그룹은 미국 내 컨트리 음악 분야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있는 음악인들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작년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홈(Home)'을 가지고 유럽투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0일, 영국 런던에서 공연도중 수많은 관중 앞에서 리드싱어인 나탈리 메인즈가 불쑥 이런 말을 내뱉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이란 것에 대해 부끄럽습니다."

즉, 텍사스 출신의 밴드로서 같은 텍사스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부끄럽다는 말로서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현한 것입니다.

인기절정의 이 그룹이 해외에서 한 발언은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미국 내에 알려지게 되고 이에 흥분한 사람들의 성난 목소리가 라디오방송국에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그들은 이틀 후인 수요일(12일), 자신들의 공식 웹사이트(www.dixiechicks.com)를 통해 딕시칙스 명의로 해명하는 글을 올립니다.

"해외에 몇 주 있으면서 뉴스를 주시하는데 유럽에서 계속되는 반미 정서가 놀라울 정도이고, 우리가 군대를 지원하는 동안 전쟁에 대한 공포와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는 사실보다 더 두려운게 없다."


이에 덧붙여, 메인즈는 "내 생각에는 대통령이 미국내의 많은 의견들과 다른 국가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내 발언(부시가 부끄럽다는)은 그런 불만에서 나온 것이며, 미국인이 가진 특권 중 하나가 자기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자유롭다는 것이다"라는 다소 공격적인 해명을 하게됩니다.

그러나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NBC방송과 같은 공중파방송에서는 성난 사람들이 딕시칙스의 음반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장면을 그대로 보도하고, 텍사스 지역 일간지 웹사이트에 올라온 의견 가운데 딕시칙스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80퍼센트를 넘는 등 반발이 확산일로에 치닫습니다.


더군다나 텍사스 주를 중심으로, 수많은 음악전문 라디오 방송국들이 청취자들의 반발에 밀려 딕시칙스의 음악들에 대해 방송금지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딕시칙스는 다시 이틀 후인 14일, 웹사이트를 통해 나탈리 메인즈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릅니다.

"내 말(부시가 부끄럽다는)이 무례했기에 부시대통령에게 사과한다. 누구든 그 자리에 계신 분께는 최대한 정중히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유럽에 있는데 전쟁을 서두른 결과로 인한 엄청난 반미 정서를 목격하고 있다. 전쟁이 실행 가능한 경우의 수로 남아있는 동안,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많은 아이들과 미국 군인들이 목숨을 잃기 전에 모든 가능한 대안들을 보고싶을 따름이다. 나는 내 조국을 사랑한다. 나는 자랑스런 미국인이다."

가수에게 치명적인 음반의 방송금지를 직면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나탈리는 사과문에서조차 전쟁을 반대한다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 놓았습니다. 일단 방송금지를 선언한 라디오 방송국들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서 지켜보자는 쪽이기 때문에 단 시일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텍사스의 주요일간지 중 하나인 <달라스 모닝뉴스(The Dallas Morning News)>는 토요일자(15일) 신문에 딕시칙스의 사진를 싣고 방송금지를 불러온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는 기사를 1면 하단에 배치함으로서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짐작케 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신문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함께 실려있습니다.


독자편지에서 자신을 딕시칙스의 열성적인 옛날 팬이라고 밝힌 어느 독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은 관계없지만, 해외에서 이런 시기에 그렇게 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다"는 비난과 함께 "딕시칙스가 텍사스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말을 덧붙여 놓았습니다.

지금 텍사스의 주도 어스틴에서 개최중인 수천명 규모의 연례적인 음악과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딕시칙스를 변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컨트리 그룹인 "어슬립 엣 더 휠(Asleep at the Wheel)"의 멤버인 레인 벤슨(Ray Benson)은 "나는 딕시칙스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말했다는 점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만약 라디오 방송국들이 음악인들의 정치적 신조에 대해 검열할 필요를 느낀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방송국들은 이라크로 옮기는게 좋을 듯 싶다."는 말로 강한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발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뉴스가 연일 우선 순위로 다뤄지는 미국 내에서, 한 대중음악인들의 반전 의사표명이 '애국과 비애국'에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와 억압'에 관계된 것인지 혹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딕시칙스(Dixie Chicks)'란?

▲ 2002년 발표한 앨범 '홈(Home)'
'딕시칙스'는 나탈리 메인즈(Natalie Maines)와 에밀리 로비슨(Emily Robison) 그리고 마티 매과이어(Martie Maguire)로 구성된 3인조 여성 컨트리 그룹이다. 1989년 에밀리와 마티 자매가 다른 두 명의 멤버(Laura Lynch와 Robin Lynn Macy)와 텍사스주 달라스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컨템포러리 컨트리 밴드로 시작했다. 두 개의 앨범을 낸 후 두 명의 멤버가 탈퇴하고, 1995년 나탈리 메인즈가 리드보컬로 합류하면서 밴드 나름의 컨트리 음악 색깔을 갖게된다.

1998년 메이져 레이블 데뷔앨범인 "와이드 오픈 스페이시스(Wide Open Spaces)"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데뷔당시 올해의 컨트리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천백만장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기에 이른다. 그 이후 1999년 발표한 "플라이(Fly)"와 2002년 발표한 "홈(Home)"까지 연속해서 컨트리 차트의 톱을 차지하면서 슈퍼스타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탈리가 리드보컬로서 기타와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에밀리가 보컬과 더불어 기타와 밴조(banjo) 그리고 도브로(dobro)를, 마티는 보컬과 피들(fiddle) 그리고 맨도린(mandolin)을 담당하고 있다. 딕시칙스는 작년 발표한 앨범 '홈'으로 지난 2월 열렸던 제45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컨트리 앨범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최고의 컨트리 음악가로서 왕성한 활동 중이다.
/ 조명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