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39

등록 2003.03.16 14:02수정 2003.03.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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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조는 월군녀의 명을 받고 일러둔 곳을 행해 나아가 말에게 재갈을 물린 후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루하게 마냥 기다리고 있을 무렵 말을 탄 두 명의 비류국 병사가 나타났다.

"기다려라. 저건 정찰병일 뿐이다. 곧 본대가 나타날 테니 주의해라."


소조와 병사들은 잔뜩 긴장한 채 정면을 응시했다. 그렇기에 잠시 후 뒤에서 벽력같은 소리가 들리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놈들! 여기서 뭣하는 거냐!"

소조가 펄쩍 뛰며 뒤를 돌아보니 다름 아닌 부분노였다.

'왕후의 행동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비류수 가에서 제가 알아본 바로는 병사를 매복시기에 절묘한 곳이 꼭 한군데 있는데 그곳을 살펴봐 주십시오.'

이러한 묵거의 말을 들은 부분노가 혹시 있을 불미스러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소조가 보니 부분노가 데려온 자는 겨우 어린 소년 두 명 뿐이라 안심하며 오히려 꾸짖었다.


"네 이놈! 내가 누구의 명을 받고 왔는지 아느냐! 썩 물러서지 못하겠느냐?"

"못하겠다면?"


부분노의 말에 격노한 소조가 칼을 뽑으며 덤벼들었다.

"오직 죽음뿐이지!"

부분노는 소조의 칼을 가볍게 피한 후 재빨리 칼을 뽑아 손잡이로 소조의 뒷덜미를 강타했다. 땅바닥에 볼썽 사납게 쓰러진 소조는 이어지는 공격을 두려워해 몸을 굴려 피하면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뭣들하는 거냐! 저 놈을 잡아라!"

순간 부분노가 크게 소리쳐서 그들을 제지했다.

"이놈들!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군지나 아느냐! 비류와 온조시다!"

부분노가 데려온 소년들은 다름 아닌 월군녀가 자식처럼 돌보고 있으며 지금은 고구려의 왕자나 다름없는 월군녀 언니의 혈육인 비류와 온조였다. 이 또한 묵거가 계획한 일이었다. 뒤늦게 비류와 온조를 알아본 소조가 땅바닥에 엎드리자 병사들도 맥을 못 추며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주군께 보고하기 전에 어서 이곳을 떠나라!"

소조와 병사들은 머리를 감싸쥐며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갔다. 오래지않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모르는 송양의 행차가 다다랐다. 부분노와 비류, 온조는 송양의 앞에 다가와 말에서 내려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 송양은 부분노를 금방 알아보고 행차를 멈추었다.

"그대는 전에 고구려의 사신 일행으로 온 부분노가 아닌가? 옆의 귀공자들은 누구인가?"

"왕자님들이십니다. 주군의 명으로 목적지까지 모실 것입니다."

송양은 뭔가 계략이 숨어있지 않았나 하고 의심했던 것을 속으로 후회하게 되었다. 그에 상응하는 응대를 하기 위해 송양은 급히 부위염을 보내어 주몽을 영접토록 지시했다.

비류수가에 이른 송양의 눈에 오녀산성의 중심부에 솟아오른 웅장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위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이 고구려의 왕성입니다."

비류국의 사람들은 모두가 수군거리며 고구려가 형편없는 촌락이라고 여겼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송양은 해위를 불러 가만히 일렀다.

"그대가 보낸 첩자들이 뭘 보고 왔는지는 몰라도 돌아가면 엄벌에 처할 것이다!"

해위는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침내 비류수를 옆에 끼고 고구려와 비류국의 행차가 마주보게 되었다. 고구려와 비류국의 병사들이 멧돼지, 노루 등의 그림이 그려진 과녁을 부지런히 설치하고 사이에는 술과 음식이 차려졌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양국의 국왕은 위풍당당하게 사람들을 사이에서 나서며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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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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