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당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주장] 김원웅 대표와 유시민씨에게 묻는다

등록 2003.03.17 07:50수정 2003.03.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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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체 게바라

체 게바라 ⓒ 김태섭

본래, 개혁이라는 낱말은 혁명과 동일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혁명이라는 낱말이 주는 무시무시한 어감 때문에 그런지, 과거부터 지하 좌파 아니면 감히 쓰지 않는다는 무언중의 터부가 있었다. '4.19혁명' 정도에나 일반적으로 쓰일까.

근래에 들어서나 개혁이라는 말로 혁명을 대신하는 듯 하며, 혁명은 좌파들이나 극우 세력의 "한 판 업어치기" 정도의 사회 변혁에 대한 용어 같고, 개혁은 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개념으로서 통용되는 듯하다. 진보라는 말은 90년대까지 담론에서 매우 많이 쓰이더니 어느 새 꼬리를 거의 감추다시피 했다.

각설하고, 나는 감히 "개혁"이라는 낱말을 쓴 단체든 그 곳이 정당이든 간에 그 말이 주는 무게만큼의 책임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철학의 부재. 이 것 만큼 이 사회를, 세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도 드물 것이다.

철학이 있는 자만이, 정당만이 제대로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있어서, 합목적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상식이다.

나는 "개혁정당"이라는 정당이 지금의 정세 속에서 갖는 의미를 매우 크게 보고 있다. 개혁이라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화두로 자리잡았음이다.


지난 대선 시즌에, 또한 지금까지도 제도권 언론들이 개혁정당에 대해서 애써 무시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음에도 불구, 나는 아직도 개혁정당에 관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개혁정당은 평범한 상식을 갖춘 한 시민으로서 보건데, 감히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한다.


바로, "절차적 민주주의"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개혁정당은 지난 1월에 당 집행위원회의 호선(互選)을 통하여, 김원웅 의원을 당의 새 대표로 선출하였다.

나는 여기서 개혁정당의 당헌. 당규 자체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매우 반한다고 생각한다. 집행위원은 당원들의 직접선거로써 선출하는데, 당 대표는 집행위원회의 호선으로서 선출한다?

솔직히, 개혁정당 대표집행위원 선출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며 쓴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었다. 거의 웬만한 인터넷커뮤니티 등도 회원들의 직접투표에 의한 전자투표로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한다.

그것이 사소한 오류 혹은 시행착오라고 변명하지는 말라.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의 기본을 뒤흔드는 일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이 무슨 자유당과 민정당, 민자당 등에서 하던 '체육관선거'하던 시절인가?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인터넷정당을 표방했다면 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당원들 전체의 의견을 묻는 것이 당연히 상식이다.

또한, 김원웅 대표의 과거 정치적 이력에 나는 주목한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독립운동가 무정 김근수 지사와 여성 광복군 전월선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나지 않았나. 그런데, 그의 정치적 삶은 어떠했는가.

공화당 당료 생활을 시작으로, 90년대에 잠시 소위 '꼬마민주당' 빼고는 줄곧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에 몸담아 왔지 않았나.

김원웅 의원은 개혁정당에 몸담을 때, 당원과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치이력에 대하여 참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감의 변(辯)"이라도 했어야 옳다. 그것이 이 사회의 개혁을 갈망하고,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가 취했어야할 최소한의 양심이고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 및 민주당을 싸잡아 똑같이 혹독하게 비판하는 말들만 할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김원웅 의원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유시민 씨도 반성해야 한다.

저는 두 분께 묻고 싶다.

그리고, 개혁정당에 던지는 내 메세지는 딱 하나다.

"지금이라도 환골탈태해야 하는 정당은 바로 당신들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a 2002년 12월 8일 대전역 앞에서

2002년 12월 8일 대전역 앞에서 ⓒ 김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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