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사 절로 터지는 옹성산(1)

쌍문바위, 철옹산성, 마당바위, 운해 등 곳곳이 선경

등록 2003.03.18 00:53수정 2003.03.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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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쌍문바위 뒤쪽에서 바라본 가을 풍경. 바로 아래에 할머니 집이 보인다.

쌍문바위 뒤쪽에서 바라본 가을 풍경. 바로 아래에 할머니 집이 보인다. ⓒ 최연종


마치 뒤집어 놓은 독아지(항아리) 모양의 옹성산(瓮城山).

야트막한 산 곳곳에는 빼어난 볼거리가 숨어 있어 가볼수록 운치 있는 산이다. 옹성산 산행은 전남 화순군 동복면 군부대쪽에서 가는 길과 북면 독재를 넘어 오는 길이 있다. 동복 군부대를 지나 안성 저수지에서 등산로를 따라 왼쪽 길로 내려서면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a 월봉마을 주민들이 사용했던 연자방아.

월봉마을 주민들이 사용했던 연자방아. ⓒ 최연종


가파른 길을 타고 오르면 옛 월봉마을터. 50여년 전만 해도 이 곳에서 10여 세대가 살았다고 한다. 연자방아는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짐작케 하는데 산 중턱에 민가가 있었다는 게 놀랍다.

정상 가까이에는 누더기 양철지붕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둥지를 틀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홀로 살고 있었다. 장윤례(95) 할머니다. 말귀를 다 알아들으실 정도로 정정했다. “산에서 살 팔자라 명대로 살려고 여기서 산다”는 할머니는 자신을 옹성산 호랑이 함씨라고 소개한 뒤 산에 오르는 사람들과 “오시냐, 가시냐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재미로 산다”고 했다.

a 코뿔소를 닮은 쌍문바위.

코뿔소를 닮은 쌍문바위. ⓒ 최연종


집 뒤로 난 길을 따라 정상을 향해 가다 보면 커다란 바위에 두개의 문이 달린 암벽을 만난다. 코뿔소를 닮은 쌍문바위다. 오색으로 물 들여 놓은 듯한 바위를 규목나무 한 그루가 감싸 안으며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게 한다. 석공이 독아지 바위를 빚은 뒤 이곳 바위에 두개의 문을 달아 놓았나 보다. 바위 뒤쪽에서 문 사이로 보이는 가을 풍경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쌍문바위만 보고 가도 옹성산에 오른 품삯을 건진다고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 듯싶다.

a 옹성암 절터 위에 있는 마당바위.

옹성암 절터 위에 있는 마당바위. ⓒ 최연종


쌍문 바위 주변에는 위로 솟아 있다는 선바위와 쌍문바위 흉내라도 내듯 좌우에 문을 달려다만 암벽이 눈길을 끈다. 암벽 위에는 수십명이 앉을 수 있다는 마당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암벽 앞에 있는 반반한 터는 옛 옹성암 절터다. 공터 아래에서부터 높이 쌓아 올린 축대와 암벽사이에 있는 약수터가 암자의 유일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다시 정상을 향해 300여 미터를 오르면 옹성산 정상(572m). 비록 주변을 가린 잡목들로 답답한 감은 있지만 동복호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a 독아지 바위 주변에 펼쳐진 운해.

독아지 바위 주변에 펼쳐진 운해. ⓒ 최연종


옹성산의 운해(雲海)는 또 다른 볼거리다. 1년 중 10월에 보는 운해를 가장 으뜸으로 친다. 기온이 서늘해야 운해가 가장 깨끗해 보이기 때문이다. 옹성산 운해를 보기 위해 매년 9월말이면 할머니 집에서 묵곤 했다는 향토사학자 문제선(동복면 독상리)씨. “독아지 바위에 올라 발 아래로 하얗게 깔리는 운해를 보고 있으면 옹성산이 마치 구름에 떠있는 것 같습니다”


a 옹성산 8부 능선에 있는 철옹산성 북벽.

옹성산 8부 능선에 있는 철옹산성 북벽. ⓒ 최연종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철옹산성(전남도 기념물 제195호)을 만난다. 산성 북벽이다. 커다란 바위 위에 10여개의 단으로 촘촘히 쌓았으며 높이만도 4m에 이른다. 성 입구에는 산성의 본부로 들어가는 성문의 돌기둥인 문설주가 있다. 그 위는 병사들이 보초를 섰던 파수대(초소)다. 철옹산성은 암벽을 주로 이용했고 전체길이는 5km나 이를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은 100여 미터가 원형대로 보존된 상태.

a 철옹산성 북벽 파수대.

철옹산성 북벽 파수대. ⓒ 최연종


주변엔 깎아지른 듯한 옹암과 쌍두봉이 버티고 있고 뒤쪽으로 철벽같은 자연암벽을 이용한 산성이 있으니 말 그대로 철옹산성이다. 그러고 보면 옹성산은 산 전체가 천혜의 요새인 셈이다. 철옹산성은 옹성산성이라고도 부른다. 고려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쌓았으며 담양의 금성산성, 장성의 입암산성과 함께 전남 3대 산성의 하나.


a 항아리를 닮은 독아지 바위.

항아리를 닮은 독아지 바위. ⓒ 최연종


산성 북벽이 끝나는 곳에는 길고 크다고 해서 부르는 장대(長臺)바위가 있다. 확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눈 앞에는 독아지 바위가 우뚝 서있고 멀리서 모후산이 옹성산을 굽어보고 있다. 장대바위 뒤쪽에 있는 암벽을 타고 돌아가면 아담한 옹달샘이 나온다. 용이 살다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소(龍沼). 깊이가 2m에 이르는데 사계절 내내 항상 맑은 물이 가득 차있어 신기하다.

a 용이 살았다는 용소.

용이 살았다는 용소. ⓒ 최연종


옹성산에는 해방 전까지 높은 사람들이 오가는 꽤 넓은 도로가 있다. 요즘 국도에 해당하는 중요한 길이다. 이 길은 동복에서 높은 벼슬을 한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었고 동복 오 부자의 전답을 소작했던 북면 사람들이 소작료를 바치러 오가는 눈물겨운 길이기도 했다. 숱한 사연과 역사가 담긴 길이다. 이 길을 역사 유물로 보존하면 어떨까? 이 길에서 가마를 타 볼 수 있다면 즐길 거리도 되면서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의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군민신문에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화순군민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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