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창고 속에서도 봄이 온것을 알고 싹이 제법 자라 있었다.전희식
며칠 전에 감자파종을 했는데 올해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했다.
우선 날짜 선택에 있어서 각별했다. 3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괭이 한 자루로 50여 평 밭에 감자를 심었다. 이날을 나는 제법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왔었다.
3월 10일과 11일은 생명역동농법에서 말하는 뿌리작물을 심는 날이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파종을 할 때는 꼭 달이 차기 전에 하고 추수는 달이 기울기 시작할 때 했었다. 그래야 발아가 잘 되고 수확물이 쉬 썩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접하기 시작한 독일의 유명한 교육자이자 생명역동농업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는 태양계의 운행과 지구광물의 상관관계로까지 농사의 영역을 넓혀 설명을 했고 나는 크게 공감이 되었었다.
특히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저서에서는 지구과학이나 천체학 측면에서 우주생명의 탄생과 생장, 그리고 소멸을 경이로울 정도로 잘 분석해 놓았다. 목성과 토성의 공전주기가 농사에 미치는 영향과 파종시기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생명역동농사력이다. 매년 독일에서 발행된다.
지난달 말에 정농회 사무국에서 올해의 생명역동농사력 3,4월치를 보내 왔을 때부터 나는 밑줄을 쳐 놓고 이날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 생명역동농사력은 할머니가 다 된 슈타이너 박사의 외동딸 마리아 툰(Maria Thoun)이 수십 년 전부터 제작을 해 왔는데 그녀가 몇 주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 속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었다.
이날 일찍 나는 노심초사하며 보관해오던 씨감자 박스를 내왔다. 저온에 잘 보관해야 감자가 썩거나 싹이 나 버리는 일이 없기에 일반 농가에서 씨감자를 보관하기가 쉽지 않지만 무슨 작물이든 제 땅에 난 것을 제 땅에 심는 게 제일 좋다. 씨감자를 신경 써서 보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달력을 봤더니 음력으로 이월 초여드레였다. 파종하기에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다.
감자농사를 더 늘려 잡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