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5일장, 팔용시대 북쩍

지난 9일 첫 장날, 상남시절보다 갑절

등록 2003.03.20 17:01수정 2003.03.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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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근영

“자, 골라보이소. 엄청 쌉니다. 마∼ 원가에 팍팍 드릴테니 맘대로 골라가이소.”
왁자지껄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장터다.

창원에서 규모가 가장 큰 5일장인 상남장이 80여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막을 내린 지 보름째. 이제 상남시장은 팔용동 시외터미널부지 내 4천여평에 다시 보금자리를 틀었다.

전통적인 5일장에서 현대식 복합상가로의 전환, 상남상업지역에서의 상가번영회와의 갈등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어온 상남5일장은 팔용동에서 힘찬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시는 팔용동 시외터미널이 개발될 것을 고려해 1년단위로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되, 개발 시 다른 부지를 제공키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단장한 5일장은 지난 9일 처음 들어섰다. 팔용동 이전 첫날 시민들의 발걸음은 상남동 시절보다 갑절이나 많았다. 덕분에 일부 상인들은 상남동 시절보다 훨씬 많은 매상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대다수 상인들은 80여년동안 이어져온 상남동 시절을 그리워했다. 팔용동에서 두 번째 장날을 맞은 14일, 오전 7시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5일장은 30분만에 팔용동내 4천평에 가득 들어찼다.

규모면에서는 상남동에 비할바 아니지만 열기만큼은 상남동 시절을 능가했다.

청과물상인 박말순(56)씨는“낯선 곳에서 새롭게 장사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소규모 의류점을 차린 한 할머니는 상남동 시절보다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고 짜증아닌 짜증을 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하루에 40만원은 벌었는데, 지난 9일에는 20만원어치도 못 팔았다”고 투덜댔다. 그래도 오길 잘했단다. 아이들 학교 공부며, 결혼 대사를 치룬 게 창원 5일장이 있어 가능했기 때문이라 했다.

한쪽에서는 40∼50여명의 상인들이 모여 왁자지껄했다. 이 곳에서는 5일장내 목 좋은 곳을 분양받기 위해 공개입찰에 참여한 상인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노점상 조합에서 부지내 질서유지와 점포 규모를 정해주고 있었는데, m당 연 1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2m와 5m, 7m 등 세가지 규모의 점포를 놓고 입찰이 진행됐다. 7m짜리 점포를 원할 경우 연 70만원을 조합에 납부토록 했다.

시에서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했지만 조합 자체적으로 질서유지와 청소비 등을 이 돈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5일장은 상인들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여러면에서 아직까지 미흡했다. 무엇보다, 부지내 바닥 복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곳곳이 돌덩이다. 어느 정도의 차량통제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외터미널 이용객은 불만이다.

팔용동 방종근 시의원은 “1년동안 장이 열리면서 교통통제나 시외터미널 이용객의 불편 등을 수시로 확인해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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