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48

등록 2003.03.26 17:51수정 2003.03.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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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몽에 대한 소문은 퍼지고 퍼져 동부여에 있는 어머니 유화부인까지 듣고서는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금와왕은 별 관심 없다는 태도였고 대소는 그리 기분이 좋지 못했다. 예주는 태어난 아기를 보살피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마음만은 주몽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평곽현령 진속이 위조한 천자의 서찰을 지닌 장막은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 뒤 금와왕을 배알하였다. 금와왕은 고구려를 치러 갈 테니 기병을 평곽현으로 파견해 달라는 서찰을 죽 훑어본 다음 장막에게 물었다.


"귀공은 어떤 직위에 있으시오?"

"아? 그러니까 전...... 태사......"

"태사령이 이렇게 직접 사자로 오신 것이오? 하지만 이번 일은 들어줄 수가 없소이다. 그냥 편히 쉬었다 가시오."

금와왕은 아예 장막을 무시한 채 등을 돌려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금와왕은 옆에서 따라오는 저여에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한(漢)나라도 국운이 다 되었나 보군. 아무 작자나 국서를 위조해 다니니 말이야, 생각 같아서는 혼을 내주고 싶지만 한편으론 불쌍한 이들이로군."


장막은 어쩔 줄을 모르며 황망히 부여의 왕궁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그를 부르는 이가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나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 낙양으로 송환되어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장막은 온몸이 뻣뻣해지는 기분이었다.

"난 부여의 왕자 대소라고 하오."

"아...... 그러하십니까.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인사는 됐고, 귀국에서 고구려를 치러 간다는 게 사실이오?"

"예,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내 한가지 방법을 알려드리리다. 여기선 남의 눈도 있으니 날 따라오시오."

자신의 처소로 자리를 옮긴 대소는 장막에게 한가지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생각 같아서는 부여의 군사라도 내어주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소. 단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흑수말갈(黑水靺鞨)이 자리잡고 있다오. 그들에게 내가 써준 서찰을 보여주고 적당한 대가를 지불해 주면 지원해 줄 것이오."

장막은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굳이 이런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이유는 무엇이옵니까?"

"다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해서라오. 고구려는 갓 나라를 세운 터이니 서둘러 치지 않으면 손을 쓰기 어렵소. 서두르시오."

장막은 공손히 예를 표하고 서찰을 건내받은 뒤 대소 앞에서 물러났다. 이 때 저여가 급히 들어오다가 장막과 맞닥트려 서로 길을 비켜 주었다. 저여는 대소에게 달려들어가 급히 말했다.

"왕자저하 저 자는 한나라의 사신이......"

"알고 있소. 저자는 한나라의 사신이 아니오."

"알고 계시다면 무엇 하러 따로 불러 얘기를 나누었는지요?"

대소는 만면에 웃음을 띄며 방안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주몽은 위험한 인물이지만 아버님은 유화부인의 치마폭에 휩싸여 아무것도 모른 채 이를 방관하고 있소. 지금으로서는 나도 흑수말갈과 교류가 있다는 것 외에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터에 저들이 알아서 주몽을 치러 가겠다니 이 어찌 좋은 기회가 아니겠소? 우린 그저 편하게 방안에 앉아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오."

저여는 무릎을 탁 치며 대소에게 아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연 왕자저하의 판단이 절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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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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