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 "슬픈 대구에도 자비의 마음을"

세계의 영적 스승 틱낫한 스님, 대구방문

등록 2003.03.26 19:58수정 2003.03.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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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가운데)와 승려들이 대구지하철 희생자 천도를 위한 걷기명상을 하고 있다.
틱낫한 스님(가운데)와 승려들이 대구지하철 희생자 천도를 위한 걷기명상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틱낫한 스님 대구 유가족대책위 방문 / 정동헌 박성원PD

전 세계인의 영적 스승으로 추앙 받는 틱낫한(77) 스님은 "명상을 통해 자비로운 마음을 끌어내면 슬픔에 빠진 대구에도 자비의 마음들이 번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틱낫한 스님이 중앙로역에서 유족들을 만난 후 걷기명상 출발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틱낫한 스님이 중앙로역에서 유족들을 만난 후 걷기명상 출발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26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대구를 찾은 틱낫한 스님은 이날 오후 5시 참사가 빚어졌던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 도착했다. 틱낫한 스님은 갈색 모자를 쓰고, 두터운 갈색 파카 차림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스님의 뒤를 수행승려 30여명이 따랐다.

틱낫한 스님은 먼저 유족들이 머물고 있는 중앙로역 지하1층으로 향했다. 틱낫한 스님은 지하1층으로 가는 도중 군데군데 붙어 있는 실종자들의 사진이 눈에 들어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지하1층에는 이미 유족 200여명이 틱낫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틱낫한 스님은 유족들에게 "우리의 마음속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숨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희생된 이들은 여러분 가슴속에 남아, 함께 숨쉬고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명상으로 슬픔을 이겨내라고 주문했다.

틱낫한 스님이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맨 왼쪽은 대구지하철희생자 대책위 윤석기 위원장.
틱낫한 스님이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맨 왼쪽은 대구지하철희생자 대책위 윤석기 위원장.오마이뉴스 이승욱
유족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틱낫한 스님은 '대구지하철 희생자 천도를 위한 걷기명상'이 시작될 하나은행 중앙로 지점 앞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이미 200여명의 승려와 신도들이 흰 국화를 한송이 씩 손에 들고 틱낫한 스님을 맞았다.

틱낫한 스님
틱낫한 스님오마이뉴스 이승욱
틱낫한 스님은 "걷기명상을 하면서 우리 안에 있는 자비를 끌어내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면 슬픔에 잠긴 대구에도 따뜻한 자비의 마음들이 번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틱낫한 스님은 두 손을 모으고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었다. 그의 뒤를 이어 승려와 신도들도 조용한 걷기명상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구지하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대구시민회관까지 걷기명상을 진행했다.

대구시민회관 2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틱낫한 스님은 분향·헌화했다. 또 틱낫한 스님과 승려들은 두 손을 모으고 '반야심경'에 음을 붙인 것으로 보이는 노래를 부르며 특유의 추모식을 열었다.


틱낫한 스님이 합동분향소에서 추모의식을 가지고 있다. 위의 영정은 유족들이 관계기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뒤집어 놓았다.
틱낫한 스님이 합동분향소에서 추모의식을 가지고 있다. 위의 영정은 유족들이 관계기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뒤집어 놓았다.오마이뉴스 이승욱
한편 틱낫한 스님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고통을 건너 희망 만들기'를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이 강연회에는 3000여명의 청중들이 몰려들어 틱낫한 스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틱낫한 스님은 강연회를 마친 후 대구 남구 이천동에 자리한 '서봉사'로 이동해 1박을 한 후 27일 대구를 떠나게 된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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