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 논리의 허구와 일방주의를 경계한다

<주장> '국익' 논리의 허구성과 위험성

등록 2003.03.27 18:37수정 2003.03.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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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영국군 주도의 이라크 침공 전쟁에 우리의 공병과 의료지원 부대를 파병하기로 하고 국회에 이에 대한 '파병동의안'을 제출했다.

국민과 시민 사회 단체의 반전 여론에 부딪혀 국회의 파병동의안 처리는 일단 연기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국가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수호'라는 견지에서 정부가 파병 결정에 신중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출하며 사실상의 반대의견을 밝힌 바 있다.

내일 28일 파병동의안의 국회 재상정이 예정된 가운데 일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이로인한 정부와 시민단체들 사이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라크 전 파병에 대해 정부의 논리는 '국익'의 차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조기파병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엔의 결의도 없는 이번 전쟁은 명백한 침략전쟁이며 이러한 전쟁에 우리군을 파병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는 노무현 정부가 '국익'이라는 모호한 말로 다수 국민의 반대를 억누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파병반대의 '명분'을 뛰어넘을 만한 '실리'가 있다고 하면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이 주장하는 '국익'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체로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첫째, 이번 전쟁의 성격이 무엇이든 현실적으로 유일 초강대국이며 군사적으로 우리와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과 파병을 함으로써 한-미 동맹관계를 공고히 해야 이라크전 이후 있을지도 모르는 '북핵사태'에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둘째,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하여 실리를 챙길 수 있고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논리이다. 북한 핵문제가 북한뿐아니라 우리민족 전체의 생존에 직결되어 있는 문제임은 주지의 사실이고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주도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군이 미국의 침략전쟁에 용병처럼 동원되어 그들의 약한 대의 명분 쌓기에 도움을 주는 것과 북핵사태의 주도적 해결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오히려 모순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설령 이 두 가지를 연계하려는 미국의 '언질'이 있었다하더라도 그것의 부당성을 상대국에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이지 우리와 아무런 원한이 없는 이라크를 침략하는데 용병으로 동원되는 비자주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남북 문제에 있어 자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전후 복구 사업 참여와 석유의 안정적 확보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정부의 논리가 빈약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이 전쟁이 미국과 영국이 바라는 데로 조기에 종전된다면 우리가 전후 복구에 일정정도 참여하여 경제적인 실리를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는 그렇지도 못할 것 같으며 이 또한 이라크 파병을 전재로 하여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또 현재 반전, 반미 분위기가 강한 전세계 사람들과 특히 이슬람권으로부터 국가이미지가 실추되어 장기적으로 우리의 상품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난 월드컵을 통해서 몇 % 개선되고 이에 따라 몇 %의 수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해왔던 그 국가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설령 월남전과 마찬가지로 전쟁특수 같은 것이 있어 얼마간의 경제적 이득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 국민에게 고르게 분배되지는 않을 것이며 일부 기업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이것을 위해서 전국민의 자존심을 팔아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명분 없는 베트남전 파병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아픈 역사를 그대로 기억하고자하는 것은 앞으로의 역사에서 그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고자 함이다.

만약 우리가 위와같은 엉성한 논리를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이라크 전에 파병을 한다면 지금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어떠한 논리로 주체적인 인간이 되라고 가르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당장 눈앞의 이득을 좇기에 앞서 의의 길을 생각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지난번 노 대통령이 검찰 개혁방안에 대해 국민과 토론하는 것을 보았고 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었다. 이번에도 전쟝의 성격이나 파병의 문제를 가지고 국민앞에서 토론할 의향은 없으신지 묻고싶다. 토론자는 꼭 대통령이 아니어도 좋다. 외교를 맡고 있는 책임있는 당국자가 시민 사회 단체의 대표들과 토론하는 것도 좋을 것같다.

덧붙이는 글 지난번 노 대통령이 검찰 개혁방안에 대해 국민과 토론하는 것을 보았고 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었다. 이번에도 전쟝의 성격이나 파병의 문제를 가지고 국민앞에서 토론할 의향은 없으신지 묻고싶다. 토론자는 꼭 대통령이 아니어도 좋다. 외교를 맡고 있는 책임있는 당국자가 시민 사회 단체의 대표들과 토론하는 것도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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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 중세사를 연구했었습니다. 또 저는 생태 환경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 분야의 글도 가끔은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글을 많이 또 취재를 해가면 쓰는 사람은 아니고 가끔씩 저의 주장이나 생각을 논설형식으로 쓰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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