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국회의장이 2일 오후 파병동의안이 찬성 179, 반대 68, 기권 9으로 정부원안대로 통과되자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해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솔직했다. 그가 4월2일 국회에서 행한 파병동의 요청 연설문은 원고지 17매 분량이다. 그것을 <오마이뉴스>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파병을 결심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 서두에 "명분은 중요하다. 앞으로 세계질서도 힘이 아닌 명분에 의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전제하고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명분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국제정치를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저는 명분을 중시해 온 정치인"이라면서 그의 "정치역정의 중요한 고비"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명분을 선택"해왔던 일들을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은 "그런 제가 파병을 결정했다"면서 "저에게는 전쟁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자신이 받았던 전쟁에 대한 압박감을 피력했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즈음, 미국의 책임있는 인사들은 대북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북 공격에 반대하면 한미공조가 흔들리고, 한미공조를 위하여 대북 공격을 찬성하면 곧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전쟁만은 막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미간에는 이견과 갈등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이를 회복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도 이견은 해소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다행히 이견은 해소되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책임있는 당국자 그 누구도 대북 공격 가능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9일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라이스 안보보좌관은 "북한과 이라크는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북핵 문제도 군사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제 겨우 발등의 불을 껐을 뿐입니다. 아직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었습니다.
명분을 앞세워 한미관계를 갈등관계로 몰아가는 것보다 오랜 동안의 우호관계와 동맹의 도리를 존중하여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주고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노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대통령 노무현'이 '바보 노무현'을 버렸다는 것에 대한 대국민선언이었다. 그것은 곧 한미관계에 있어 자주노선을 포기한 것임을 의미한다. 그것이 취임 한달여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대통령 시대에 동등한 한미관계의 발전을 기대했던 많은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었다.
특히 파병으로 한반도의 안보가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믿은 노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순진한 것이다. 이날 김근태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파병으로 우리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다음은 북한이다. 미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근거는 얼마든지 많다. 미국이 이라크에 적용했던 그 논리를 그대로 북한에 적용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한반도 평화보다 자신들의 국익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남북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대화다. 이라크 파병은 자칫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이익을 위해 군사적 행동도 가능하다는 미국의 선례에 동의한다면 이라크는 되는데 북한은 왜 안되냐는 주장에 반박할 수 없다.
어쨌든 국회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청와대와 함께 국회도 '미 행정부의 2중대'가 됐다.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대한민국은 독립국가이다. 행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면 국회가 이를 거부해야 한다. 국회는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파병을 부결시키지 못한다면 국회는 미 행정부의 2중대가 된다. 청와대가 미 행정부의 2중대가 됐다고 해서 국회까지 2중대가 될 수 있나.
파병에 반대했던 절반의 국민들은 이날을 '국치일'로 기록할 것이다. 그들이 지난 대선때 '개혁 대통령'을 만든 전통적 노무현 지지세력이라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신 대체: 저녁 7시10분>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찬성 179표, 반대 68표로 통과
파병반대 의원들 "오늘은 국회가 전쟁의 길 선택한 치욕의 날"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79표, 반대 68표, 기권 9표로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에는 전체 국회의원 270명 가운데 256명이 참석했다. 한편, 의료병만 파병하자는 김경재 의원의 수정안은 찬성 44표, 반대 198표, 기권 14표로 부결됐다.
국회가 이날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1개 대대 600명 이내의 건설공병지원단과 100명 이내의 의료지원단이 이르면 내달초 이라크전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4월부터 12월까지 ▲ 미국 및 동맹국군의 기지 운영 ▲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 인도적 구호활동 및 진료 활동 등을 벌이게 된다.
국회는 지난 3월 21일 정부가 제출한 파병동의안을 두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원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뜨거운 찬반논쟁을 벌여왔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의 등을 중심으로 '반전·파병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처음 10여명에 이르던 파병 반대 의원들이 60여명으로 세력을 불리면서 파병동의안 처리가 2차례나 연기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어왔다.
그러나 파병동의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찬반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집권당인 민주당 지도부도 파병 반대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특히 이날 여야 합의로 파병동의안 표결을 진행하고, 또 정부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날 오전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가결과 관련, 논평을 내고 "찬성한 의원이나 반대한 의원이나 국익과 양심에 의거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은 파병안 문제를 둘러싸고 깊어진 분열과 반목을 봉합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또 "국회의원들의 정당한 투표행위에 대해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지구당사 점거 등 반민주적 반사회적 보복과 위협이 있어선 절대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한미공조를 다지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익적 관점과 국내외 반전여론을 반영한 결과"라며 "특히 국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원위원회까지 소집해서 소속 정당을 넘는 자유로운 토론과정을 거쳐 신중하면서도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이 통과된 후 파병반대파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표결 직전까지 파병 반대를 피력해왔던 반전평화의원 모임은 본회의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의결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근태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압도적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 탓입니다'고 고백하고 싶고, '죄송합니다'라고 외치고 싶다"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정의가 뭔지, 국익을 어떻게 수호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한 점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반전·평화의원모임이 밝힌 입장이다.
"우리는 이번 동의안 처리 과정을 통해서 자유투표의 관철, 전원위원회의 개최, 반대 토론 등을 통하여 우리들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동의안은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일로서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세계인의 인류를 향한 사랑의 대열에 우리 국회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는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가 평화의 길을 버리고 전쟁의 길을 선택한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특히 무수한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바그다드 진격 작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과 함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옹호하는 일에 더욱 열심히 매진할 것이다."
| | | 소수파 의원들, 다수의 힘에 밀려 수난... | | | |
| | | ▲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이인제 총재대행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파병 반대를 주장했던 반전평화의원모임 의원을 비롯한 원내 소수파 의원들은 2일 오후 3시부터 개회된 본회의장에서마저 '다수의 힘'에 밀려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소수파 의원들의 이의제기가 다수의 의견에 밀려 제지당하는가 하면 물리적 제지도 감수해야만 했다.
김홍신 의원은 본회의 개회 직전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에 걸어가 "발언자수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 총무는 단호하게 잘랐다. 이를 지켜보던 임인배 한나라당 원내수석부총무 등 여러 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총무를 둘러싸며 김홍신 의원을 '물리력'으로 제지하고 나섰다. 특히 임인배 수석부총무가 "됐어, 됐어"라며 김 의원을 손으로 떠밀어내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반대 토론 시간 중에도 이러한 '수난'은 계속됐다. 정범구 의원이 반대 토론을 위해 발언대에 오르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 의원들은 하나 둘씩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고. 남아있는 의원들조차 발언을 경청하기는커녕 동료 의원들과 큰 소리로 잡담을 나누는 등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서너명의 반대 토론이 이어질 즈음에는 좌석의 절반 정도가 빈자리로 남아있었다.
찬반토론에서 소외된 소수당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김학원 자민련 원내총무는 수정안 표결 직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우리당도 찬반토론의 찬성토론을 제기했음에도 자민련에는 토론을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의 발언 도중 "그만해"라고 고성을 지르며 발언 중단을 종용하는 추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 이성규 기자 | | | | |
다음은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와 반대표,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의 명단이다.
파병 찬반 의원 명단 | 찬성 | 강삼재 강봉균 강성구 강숙자 강신성일 강인섭 강재섭 강창성 강창희 고흥길 구종태 권철현 권태망 김광원 김기배 김기재 김기춘 김덕규 김덕룡 김덕배 김동욱 김만제 김무성 김병호 김상현 김성순 김성조 김영일 김옥두 김용갑 김용균 김용학 김용환 김운용 김원길 김원기 김윤식 김일윤 김정부 김정숙 김종필 김종하 김종호 김찬우 김택기 김학송 김학원 김형오 김홍일 김황식 김효석 나오연 남경필 남궁석 도종이 맹형규 목요상 민봉기 박 진 박관용 박근혜 박명환 박병윤 박상규 박상천 박상희 박세환 박시균 박원홍 박재욱 박종근 박종우 박종웅 박주선 박창달 박헌기 박혁규 박희태 배기선 백승홍 서병수 서정화 서청원 손희정 송훈석 신경식 신영국 신영균 신현태 심규철 심재철 안경률 안대륜 안택수 양정규 엄호성 오세훈 유용태 유재건 유재규 유한열 유흥수 윤경식 윤두환 윤여준 윤영탁 윤철상 윤한도 이강두 이경재 이규택 이근진 이낙연 이만섭 이방호 이상득 이상배 이상수 이상희 이완구 이용삼 이원창 이원형 이윤성 이인기 이인제 이재선 이재창 이종걸 이주영 이한구 이한동 이해구 이해봉 임인배 임채정 장성원 장영달 장재식 장태완 정형근 전용원 정갑윤 정균환 정대철 정동영 정문화 정병국 정세균 정우택 정의화 정장선 정진석 정창화 조부영 조순형 조웅규 조희욱 주진우 천용택 최돈웅 최명헌 최병국 최병렬 최선영 최연희 추미애 하순봉 한화갑 함석재 함승희 허운나 허태열 현경대 현승일 홍사덕 홍재형 홍준표 황우여 | 반대 | 강운태 고진부 권영세 권오을 김경천 김근태 김락기 김명섭 김부겸 김성호 김영춘 김영환 김원웅 김충조 김태식 김태홍 김홍신 김희선 문석호 박승국 박인상 박종희 배기운 서상섭 설 훈 설송웅 송석찬 송영길 신계륜 신기남 심재권 안동선 안영근 오영식 오장섭 원유철 원희룡 이 협 이강래 이미경 이병석 이부영 이성헌 이승철 이우재 이재오 이재정 이창복 이해찬 이호웅 이희규 임종석 장광근 전갑길 전용학 전재희 정동채 정범구 정철기 조배숙 조성준 조재환 조정무 조한천 천정배 최경희 최용규 최재승
| 기권 | 권기술 김경재 김문수 박병석 박양수 박주천 이훈평 임진출 임태희 | |
"통탄스럽다" "찬성했지만 마음은 안좋다"
- 파병동의안 국회 처리에 대한 의원들 반응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이 출석 의원의 과반수로 통과되자 '파병 반대' 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던 의원들은 저마다 "통탄스럽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는 "국회가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한미공조의 냉전적 가치관에 매달려 있어 아쉽다"며 "반대가 좀더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막판에 민주당 지도부의 단속이 작용한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본회의 직후 굳은 표정으로 본청을 나선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은 결과여서 통탄스럽다"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파병 반대' 입장인 신계륜 의원은 "아직 정치적인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좀더 (인적) 순환이 이뤄졌을 때에만 바뀔 수 있다"고 표결 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신 의원은 이어 "고민스러웠던 것은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을 했던 의원으로서가 아니라 소신에 의한 표결이었지만 대통령에 누가 될까 심정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파병동의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유보입장을 보였던 추미애 의원은 "찬성표를 찍었지만 마음은 안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 의원은 표결 결과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연설을 호소력 있게 했다"며 "전쟁을 찬성하거나 미국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을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부원안 대신 '공병을 빼고 의무병만 보내자'는 수정안을 지지했던 박병석 의원은 "명분없는 전쟁이지만 국익을 걱정하고 내린 결정으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정부원안이 통과될 것을 예상하고 수정안을 낸 것인데 파병 반대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 | | 당론에 반기 든 두 대변인의 소신 | | | |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대변인들이 당론에 반기를 들고 파병안에 '과감하게' 반대표를 던져 화제다.
박종희 대변인은 2일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 관련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을 맡고 있으면서 반대표를 행사하기까지는 잠못 이루는 고뇌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지구당의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다수였다"며 "그러나 저는 이 문제는 국익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정을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침묵 속의 고뇌와 번민을 거듭하다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을 가중시킨 것은 당론에 배치되는 결정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한나라당은 획일적 당론에 의지해 당을 이끌어가는 구태는 벗어 던지기로 지혜를 모아 가는 만큼 당 발전에도 반대의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문석호 민주당 대변인은 반대이유를 "당직은 유한하지만 국회의원 문석호는 오래 기억되는 것 아니겠냐"는 말로 대신했다. 당직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지만 역사에 남을 지도 모를 결정을 당론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변인은 이어 며칠 잠을 설친 끝에 국회의원으로서의 소신을 '대변인'이라는 이름에 묻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대철 대표에 찾아가 "소신대로 해야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그는 "이라크전이 명분이 있는지, 적법한 전쟁인지 오랫동안 생각을 해 왔고 처음부터 반대의견을 지니고 있었다"면서 "당직자 신분이라 권고적 당론을 어긴다는게 쉽지는 않았다"고 고민의 일단을 털어놨다.
문 대변인은 끝으로 "토론문화가 발달된 당이니 만큼 지도부들과의 관계가 어색해 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표나 지도부에 죄송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 구영식 이성규 기자 | | | | |
<5신 대체: 오후 4시50분>
일부 의원 "찬반 토론자 수를 제한하지 말라"...박관용 의장 '수용 불가'
오후 4시 현재 국회 본회의가 열려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 의사진행발언과 찬반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송영길·김홍신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중요하고 논란이 많은 사안인만큼 찬반 토론자 수를 6명으로 제한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박관용 국회의장은 "전원위원회 등을 통해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던만큼 의사진행의 효율성을 위해 부득이 찬반 토론자 수를 제한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찬반 토론은 정범구 민주당 의원,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 순으로 진행됐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송영길 민주당 의원 "이라크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쟁이 많다. 의견을 달리 하더라도 충분히 서로 존중해야 한다. 유감스러운 것은 총무회담에서 (찬반 토론자 수를) 3명씩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간단한 문제 아니다. 향후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동티모르 파병 때 여기 있는 야당 의원들이 반대했고, 심지어 퇴장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두르나.
발언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더구나 이 사안은 이라크 침공 행위가 법적으로 맞느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미국의 침략행위는 국제법 위반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 전쟁을 지원하면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 위반이다. 중요한 사항을, 그렇게 많은 사람도 아닌데, 여야 의원들이 양해해 주신다면 시간을 줄이더라도 민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발언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절박한 문제를 발언할 기회도 없이 표결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도저히 용납이 안되고 견딜 수가 없다."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 "오늘 파병안 찬반 토론자 수가 양당 총무 협의 하에 3명씩으로 제한한 것 같다. 그에 대한 부당성을 말하겠다. 국론 분열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의견이 다양하다. 그 다양한 의견이 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의 소신이 존중돼야 한다. 파병 논의를 통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얻은 여러 가지 소득이 있다.
첫째 강대국에게 늘 무엇인가 쥐어주는 듯 했던 것들에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또한 상호 의견이 대립돼 있지만 그것을 모으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솔직성도 남았다. 대한민국이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강대국의 전략에 쉽게 말려들지 않았다는 정정당당함도 남았다.
인류사에서 인권을 소중하게 얘기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국민 숫자가 꽤 많다. 이것은 앞으로 일어날 전쟁 가능성에 대해 우리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더구나 찬성하는 의원들의 국익에 대한 입장에 대해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이제 찬반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그렇다고 무제한적으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양당 총무가 양해해서, 이 결정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모아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의장님도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의견이 다른 사람의 소중함을 인정해야만 나의 소중함도 인정된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박관용 국회의장 우리 국회는 어떤 안건에 대해 충분히 찬반토론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의사진행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양당은 전원위원회 등을 통해 충분히 논의했기 때문에 오늘 찬반 토론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의 토론 권한을 제한할 생각은 없다. 첫 번째 토론자는 정범구 의원이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범구 민주당 의원 "전쟁은 결국 야만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 사이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어느 영화의 제목에 빗대어 비난하고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개시된 이래 세계 각국은 반전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영국 등에서도 엄청난 반전 시위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25만명의 시민이 나와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시 의회도 전쟁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자리에서도 미국 사회 내부에서도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전쟁에 우리가 참여한다면 국제법 위반할 뿐 아니라 침략전쟁 부인하는 우리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유엔의 권위를 부정할 뿐 아니라 근거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상 파병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떤 국제적 분쟁도 평화적으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고, 국제법에 위반하는 방법은 안된다고 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법상 어떤 타당성도 찾을 수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세계 강대국인 미국이 대화와 타협의 논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로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이 전쟁을 막을 수 없다면 과연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을 수 있겠는가."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 "1967년부터 육군 대위 계급으로 월남전에 참했다. 당시 비둘기부대였다. 원래 명칭은 건설지원단이었다. 2년 간 근무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월남전에 참전했던 것이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보릿고개 넘긴 것이 월남전에 참전해서가 아닌가. 지금 부강한 국가가 된 것이 바로 월남전 때문이다.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 미국은 6·25 당사 178만9000명을 지원했다. 우리의 600여 명과는 비교도 안된다. 한국전 이후 주한미군은 3만7000여 명의 미군 병력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주한미군 없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산 앞 바다에 있는 칼빈슨호를 보고 왔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를 위해 주한미군은 움직임이 없지 끊임없이 지켜주고 있다. 위험한 상황이 발발한다면 과연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전투병을 보내 줄 수 있다고 확신하나. 바로 미군이다. 이라크전 (파병) 비용이 동맹지속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국익과 관련해 6·25 전쟁 때 일본이 부강했다. 젊은이들이 월남에 지원을 했다. 본인 스스로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에 뛰어들었다. 걸프전 때도 도와줬지만 그 당시 시기를 놓쳤다. 적시성이 부족했다.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후세를 위해 판단해야 한다. 전투부대 보내자는 사람도 있다. 특히 외국군과의 연합작전을 할 수 있는 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다."
▲김근태 민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근태 민주당 의원 "지금 파병을 둘러싼 문제는 뜨거운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이제 토론하고, 당당하게 표결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전쟁이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는 명백한 불법전쟁으로 폭력과 야만이다. 석유 확보라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숨겨져 있다. 경제적 이익 앞에서 유엔과 국제법도 쓸모 없는 쓰레기로 변해버렸다.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는 전쟁이지만 무작정 반대하자니 미국과의 관계가 두렵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미움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 전쟁을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정의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이다.
파병으로 우리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지지는 않는다. 이라크전 다음은 북한이다. 미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근거는 얼마든지 많다. 미국이 이라크에 적용했던 그 논리를 그대로 북한에 적용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한반도 평화보다 자신들의 국익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남북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대화다. 이라크 파병은 자칫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이익을 위해 군사적 행동도 가능하다는 미국의 선례에 동의한다면 이라크는 되는데 북한은 왜 안되냐는 주장에 반박할 수 없다.
파병은 평화와 자유로 상징되는 코리아 브랜드 가치를 손상되게 만들 것이다. 월드컵은 전 세계에 코리아를 인식시켰다. 세계인과 더불어 자유와 평화를 실천할 수 있는 이것이 코리아 브랜드 아니겠나. 전투병 파병으로 직접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영국 스페인에 불과하다. 비전투병 파병도 5개뿐이다. 왜 우리가 이 5개국에 참여해야 하나. 전 세계적으로 이번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경해지고 있다.
국회가 파병안을 통과시킨다면 원칙도 명분도 실리도 잃어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 것인가 우려된다. 국회는 마땅히 파병안을 거부해야 한다. 파병안 거부야말로 이미 이라크 전쟁지지 의사를 밝힌 우리 행정부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일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다면 오늘은 부끄러운 날로 역사에 기억될까 두렵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서상섭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서상섭 한나라당 의원 "이 전쟁은 명분이 없는 전쟁이다. 이 전쟁은 부도덕한 전쟁이다. 이라크전쟁은 불법전쟁이다. 따라서 이 전쟁은 침략전쟁이다. 이런 전쟁은 막아야지 어떻게 막아야지 석유 몇 방울 얻으려는 것이 말이 되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고한 이라크 국민을 죽이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역사에 남을 오명이다. 악의 축은 늘어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전쟁 욕구는 아집으로 변해가고 있다. 보증 수수료만 주고 부도 어음을 받는 식이다. 국회가 국가 인권위원회만도 못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
한국을 미국의 무조건적인 용병국가로 만드는데 국회가 앞장서야 하겠나. 스페인이나 일본에서도 미국의 압박을 거부하고 있다. 정작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과연 어느 나라인가.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에게 최첨단 대량살상무기를 쏟아 붓고 있는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
대한민국은 독립국가이다. 행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면 국회가 이를 거부해야 한다. 국회는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파병을 부결시키지 못한다면 국회는 미 행정부의 2중대가 된다. 청와대가 미 행정부의 2중대가 됐다고 해서 국회까지 2중대가 될 수 있나. 인류역사를 양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것으로 돌려놓을 수는 없다.
오늘 우리의 선택은 인류문명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한반도에서 종지부를 찍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 한반도에서 이라크 전쟁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온 국민의 역사가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름이 자랑스런 역사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4신: 오후 3시20분>
여야, '찬반 토론자 수 6∼7명으로 제한' 의견 접근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전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민주당의원들이 찬반토론자 제한 결정에 대해 정대철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이라크전 파병안 표결 처리 때 발언자수를 제한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6∼7명으로 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2일 중 본회의 표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전·평화의원모임쪽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막는 것은 정치개혁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표결 처리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는 2일 오후 의원총회가 끝난 기자들과 만나 "발언자수 제한은 총무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민주당 3명, 한나라당 2명, 무소속 1명, 수정안이 있으므로 1명을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근태 의원은 "설훈 의원이 찬성 반대 각각 3명씩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대체로 의견이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하고 정 총무의 발언자 수 제한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3신: 오후 1시30분>
노 대통령 국정연설에 대한 의원들의 상반된 반응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국정연설에 대한 의원들의 반응은 "참신하다"부터 "미흡하다"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노 대통령의 연설 형식이 "진솔했다"며 높은 점수를 준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언론관'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노 대통령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파병 반대의원들조차 "파병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과 확고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파병 반대 의원들은 "그렇다고 소신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대통령이 이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는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들은 직후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며 "대통령의 입장이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이 총무는 그러나 "언론관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KBS 사장 임명 문제는 국정 현안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균환 민주당 총무는 "대통령이 국회에 직접 나와 국정 전반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한 것은 인상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정 총무는 특히 "대통령이 직접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고심하고 갈등한 것을 간접적으로 표시하고, 국익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했기 때문에 (파병동의안 처리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이규택 원내총무가 2일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파병안 처리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반전평화의원 모임의 김원웅 개혁정당 대표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이었다면 지금 (파병 반대) 농성에 합류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대통령의 역할과 국회의원의 역할은 다르다"면서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지만 국회에서는 파병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파병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의례적으로 좋은 얘기만 하면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을 두고 후보시절의 철학과 비전으로 국회와 국민을 설득했다"며 "'정말 대통령의 목소리를 듣는구나. 후보 시절의 그 목소리가 들리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참신하고 설득력 있었다"고 호평했다.
이 의원은 특히 "대통령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정책적·전략적 판단을 했는가를 볼 수 있었다"면서도 "나는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 과반수가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석 의원도 "내 소신은 바뀌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전략적 고민은 파병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나의 전략적 사고 안에서는 파병안을 반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와 김원기 고문, 김근태 의원이 2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이재정 의원은 "대통령이 파병에 동의해달라는 확고한 배경과 의지를 보여줬다"며 "이제 국회가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 지 합의해서 오늘 오후에는 찬반토론을 듣고 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시 파병반대 입장인 심재권 의원은 "대통령이 파병반대 주장을 너무 명분론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며 "명분론에 입각한 현실론이라고 표현하면서 국익 때문에 파병에 찬성해야 한다고 했지만 명분 때문에 파병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파병 반대가 가져오는 국익도 있다"고 노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과거 권위주의 시대뿐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도 이런 것이 없었다"며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진솔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KBS 사장 문제를 대통령이 얘기 할 상황은 아니"라며 "참모들이 나서서 하면 됐을 일을 대통령이 함으로써 앞에서 표명했던 간절한 의지가 이 문제 때문에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이상득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의 연설이 설득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반적으로 대통령의 철학을 보여줬다"면서도 "자기가 결정한 것을 국회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됐지 표현가지고 따질 것은 없지 않느냐"고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최고위원은 특히 "언론에 대한 표현이 편파적이었다"며 "방송이 자기에게 유리하니까 방송은 받아주고, 다른 언론으로부터는 박해나 고통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안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병 찬성 입장인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 스스로 (이라크전을) 명분없는 전쟁이라고 못을 박아서 더욱 문제가 꼬였다"며 "명분없는 전쟁에 파병을 결정해놓고 국회에 와서 도와달라고 하면 국회의원들은 뭐가 되느냐. 우리가 대통령의 거수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엄 의원은 이어 "대통령의 의지 표명이 국회와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미흡했다"며 "상황을 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엄 의원은 또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계속 국회에 와서 얘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지..."라고 노 대통령의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4월 2일 국회에서 이라크전 파병 문제 등에 대해 연설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오마이뉴스
<2신: 2일 오전 11시30분>
노무현 대통령 국회연설서 이라크전 파병, 경제·언론개혁 거론
노무현 대통령은 4월 2일 국회 연설에서 이라크전 파병 문제와 경제 문제, 언론개혁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전 파병 문제에 대해서 전쟁 참여 명분을 놓고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세계질서도 명분에 의해 움직이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명분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국제정치를 좌우하고 있다"고 밝혀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때도 명분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런 내가 파병을 결정했다"며 "(대통령인) 나의 결정에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파병동의안에 찬성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태우·김영삼 정권 때 인위적인 부양책을 썼지만 결국 우리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경제 개혁은 원칙과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이중장부의 시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기관을 더 이상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정치가 달라진 만큼 정당도 (주인인) 당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정치·정당 개혁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불합리한 정치자금법 등을 현실화하는 등 정치자금 투명성을 제도화할 것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언론개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정부 부처 사무실 방문취재 제한'에 대해 "언론개혁도, 언론탄압도 아닌 정부와 언론의 관계 정상화"라며 "정부와 언론이 정도를 가자"고 부탁했다. 그는 언론에게 "더 이상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공존할 줄 아는 보수, 공존할 줄 아는 진보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 노무현 대통령 국정연설 전문은 4개 분야로 나눠 본 기사 아래에 별도로 관련 기사로 묶었습니다)
@ADTOP1@
한나라당, 오늘(2일) 파병동의안 표결 처리 찬반 팽팽
한편,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는 2일 노무현 대통령 국회 국정연설과 관련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며 "대통령의 입장이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이 총무는 또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미동맹 관계를 위해 파병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말은 우리 당의 주장과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무는 특히 파병안 처리 시기와 관련 "오늘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오늘 (파병동의안을) 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다만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무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파병동의안 처리가 늦어지면 국론 분열 등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일찍 처리해서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듣고 바로 처리해주는 것보다는 하루 정도 여론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기 처리에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돼 의원총회에서 파병 동의안 처리 시기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의원총회는 이날 오후 1시30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균환 민주당 총무가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를 만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2일 처리하자고 제안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 1일 저녁 6시>
여 "대통령 연설 듣고 바로 처리"...야 "여론수렴 후 3일 처리가 적절"
두 번에 걸쳐 국회 처리가 연기된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이 2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을 계기로 중요한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여야가 파병동의안 처리 시점을 놓고 다시 이견을 보여 처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2일 오전 노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듣고 오후 2시 본회의를 속개해 파병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민주당 지도부의 파병반대 의원 설득 노력과 함께 국정연설에 담겨진 노 대통령의 파병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뒤 본회의에 임한다는 입장이어서 다시 파병안 처리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필리버스터링(의사진행지연) 조짐 보이면 본회의 불참"
| | | 민노당, 국회 밖에서 '자전거 시위' | | | |
| | ▲ 2일 오전 국회앞에서 자전거 시위를 벌이던 민주노동당원들이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국회 처리와 관련 원내 의석이 없는 민주노동당은 2일 국회 안이 아닌 국회 밖에서 '자전거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민노당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파병동의안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개최되는 2일, 파병동의안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당력을 총 집중할 방침"이라며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쟁반대·파병반대' 자전거를 타고 국회를 에워쌀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은 또 자전거 시위에 앞서 오전 9시부터 국회 앞에서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 한국군 파병동의안 국회 통과저지 결의대회'도 병행한다. 조PD(가수), 변영주(영화감독) 등 문화예술인들도 낮 12시부터 국회 앞에서 30분씩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 최경준 기자 | | | | |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1일 주요당직자회의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들어보고 여론수렴을 거쳐서 3일 파병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내일(2일) 오후에 본회의를 속개하게 되면 파병동의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토론이 이어져 시간상으로 파병동의안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규택 총무도 "4월 2일 파병안 처리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언론보도는 잘못된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연설 내용을 보고 논의하자고 한 것이고, 대통령의 연설도 연설이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먼저 당 내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총무회담에서도 "4월 2일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듣고 바로 '파병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정균환 민주당 총무의 제안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연설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달 2일 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말을 못하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무는 또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는 '파병동의안'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함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기를 바란다"며 "민주당의 반대세력을 단속하고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하지 말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총무는 특히 "2일 이후에도 3일과 4일 본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그 때 처리할 수도 있다"며 "본회의에서는 각각 찬반 의원 3명씩 총 6명의 의원 발언만 듣고 바로 표결처리를 해야지 또 다시 필리버스터링(의사진행지연)를 할 조짐이 보이면 한나라당은 본회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의 내부 설득 작업을 촉구했다.
반면 정균환 총무는 "대통령 연설을 듣고 바로 처리해야 여당 의원들이 (파병동의안에) 반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 2일 처리를 강력하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총무는 "본회의 찬반토론 발언자를 제한하면 반대입장을 가진 의원들의 반발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전원위원회에서 이틀에 걸쳐 본회의 수준의 토론을 했는데 똑같은 얘기를 왜 또 하느냐"며 "차라리 녹음을 떠가지고 틀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