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정도를 걸어 달라"

노무현 대통령 2일 국회 연설 - 언론정책

등록 2003.04.02 11:25수정 2003.04.0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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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일 국회연설을 통해 정부 부처 사무실 취재제한 제도 도입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으며 '족벌언론'을 향해 정도를 걸어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언론분야 연설 전문이다.<편집자주>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전 파병, 북핵, 경제난, 정치개혁, 언론개혁 등 국정현안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전 파병, 북핵, 경제난, 정치개혁, 언론개혁 등 국정현안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많은 사람들이 언론개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오로지 언론과의 부당한 유착관계를 끊는 일입니다.

정부가 하는 일은 사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한 일이 잘못 전달되었을 때 정부는 이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것은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정부는 부당한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오보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로 대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형사상의 책임도 물어나갈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정부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정부 부처의 사무실 방문취재를 제한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취재 권리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이 안정되게 일할 권리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던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들어온 기자를 보고 허겁지겁 서류를 감추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어느 선진국도 사무실 출입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한 아직 정책으로 확정되지 않은 서류나 문건이 유출되어, 그것이 마치 국가의 정책인 양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도 되풀이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제한하지는 않겠습니다.

언제라도 취재를 위하여 요청하면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공무원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취재시에 반드시 공보관을 거쳐야 한다거나, 공무원이 이를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제한은 두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공무원의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언론개혁도, 언론탄압도 아닙니다. 굳이 설명한다면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정도를 걸어 갈 것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언론도 정도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은 또 하나의 권력입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입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합니다. 더욱이 몇몇 언론사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여기서 지난 날 몇몇 족벌언론들의 횡포를 다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일제시대와 군사정권시대의 언론 행태를 거듭 들추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었던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사정권이 끝난 이후에도 몇몇 족벌언론은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했습니다.

저 또한 부당한 공격을 받아 왔습니다. 그 피해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5년 뒤에 국민의 칭송을 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고 저에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 환경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스스로 회의하곤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그 언론들에게 간곡히 제안합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진보도 있을 수 있고, 보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져야 합니다. 공존할 줄 아는 보수, 공존할 줄 아는 진보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더 이상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더 이상 불행한 역사가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서로 반대하고 싸우더라도 민주주의 규범과 원칙에 따라서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경쟁해야 합니다.

결코 지나친 요구가 아닙니다. 정도로 갈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요즈음 파병문제를 놓고 국회가 논란을 거듭하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장악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대통령이 국회의원에게 지시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런 시대가 계속되어서도 안됩니다.

저는 국회를 존중하고 의원 개개인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설사 힘없는 대통령이란 말을 듣더라도 국회를 장악하거나 지시하는 대통령은 되지 않겠습니다.

국회의원 여러분께서도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는 힘을 모으는, 성숙한 모습으로 협력해주시기 바랍니다.

파병문제로 여야간 '특검법안' 개정 협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조속히 마무리지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칠레 FTA 비준과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에도 협력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우리 함께 협력해서 국민들에게 봉사합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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