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직원은 <오마이뉴스>에 얼씬도 마라?

[반론] 홍보담당이 쓴 글은 모두 공정성을 상실한 기사인가?

등록 2003.04.02 18:19수정 2003.04.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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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자 문화일보 30면 기사
4월 2일자 문화일보 30면 기사
4월 2일자 <문화일보>는 특정업체의 홍보팀 직원이 인터넷매체(오마이뉴스) 기자로 등록한 후 자사의 보도자료를 기사로 올려 자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전략을 쓰고 있는데도 해당 인터넷매체가 이를 여과 없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요지는 홍보직원이 자사의 보도자료를 기사로 올리는 것은 홍보에 지나지 않으며, 이렇게 올라가는 기사의 공정성 여부가 의심스럽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당사자로서 단순히 홍보팀 직원의 이름(실명)을 통해 기사를 내보냈다는 이유만으로 홍보성 기사([관련기사] 참조)라고 보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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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게릴라라면 누구나 글을 올릴 권리가 있고, 홍보직원으로 글을 올렸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기사의 공정성을 상실한 홍보성 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마이뉴스>측도 "홍보직원이 기사를 쓰더라도 기사의 내용이 회사 홍보라기보다는 공익이나 정보성에 합치된다고 판단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이 부분을 분명히 설명한 것처럼 단순히 실명으로 기사를 게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홍보성 여부의 잣대가 될 수 없다.

기사에 게재된 홍보팀 직원의 실명이 기사를 통해 언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문화일보>의 주장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를 새로운 홍보전략이라며 기사의 공정성을 문제시하는 것은 비약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속시원하게 홍보직원이 게재한 기사의 내용에 이러이러한 부분이 잘못되어 문제가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공정성 문제를 조목조목 짚고 넘어갔더라면 납득을 하겠다.

설령 기사의 내용 가운데 설문조사를 실시한 특정 사이트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해당 사이트가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홍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설문조사를 토대로 하고 있는 기사의 경우에는 자료의 출처를 밝히는 취지에서 해당 설문조사를 실시한 사이트 이름을 언급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보직원이 게재한 기사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도 없이 '기사를 가장한 홍보'라며 해당 기사를 올리는 행위를 단순히 '홍보전략'이라고 주장한다면, 국내 여론조사를 실시해 언론에 제공되는 모든 기사들은 조사기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사를 가장한 홍보기사'라는 헤드라인과는 전혀 상관 없는 촛불시위를 제안한 김기보씨의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오마이뉴스>가 가지고 있는 개방형 언론 시스템의 문제로 화제를 돌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경제ㆍ사회ㆍ정치 등을 포함한 각 분야 전문가를 비롯해 현역 기자에서부터 옆집 구멍가게 주인아저씨까지 다양한 계층의 뉴스게릴라들이 폭넓게 활동하는 개방형 인터넷 매체라는 점에서 기존의 보수언론들과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개방형 인터넷 매체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올린 글에 일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는 기사의 내용을 엄격히 검토해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골적인 홍보 기사의 경우도 이 과정에서 걸러진다. 그런데도 단순히 홍보직원이 실명으로 기사를 게재한 점을 싸잡아 개방형 언론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초점을 엉뚱한 곳에 맞춘 것이다.

위의 기사를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기사의 논점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홍보직원이 올린 기사가 공정성이 결여된 홍보기사라는 얘기인지, <오마이뉴스>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과과정 없이 홍보기사를 게재하고 있다는 내용인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채용업계에서 연일 설문조사를 통해 만든 보도자료로 구직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해, 마치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취업뉴스로 구직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한 뉘앙스까지 주고 있다.

사실 이번 기사는 자체적으로 기사 게재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일반 네티즌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개방형 언론 시스템에 대한 흠잡기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객관적이지 못한 언론보도를 통해 기업이나 개인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다면 적어도 이런 글을 써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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