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이제는 <동아> 기사 베끼나?

<동아> 초판 거의 그대로 빌려쓴 <조선> 인터넷판 기사

등록 2003.04.02 22:54수정 2003.04.0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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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초판 기사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고있는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 이 기사는 3일자 <조선> 초판에는 실리지 않았다.
동아일보 초판 기사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고있는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 이 기사는 3일자 <조선> 초판에는 실리지 않았다.
언론의 윤리를 논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경쟁신문사의 기사를 베낀다?

조선일보 기자가 <오마이뉴스>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경쟁지인 동아일보 초판 기사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빌려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 웹사이트에 2일 저녁 8시33분에 올려진 <인터넷신문 시민기자, 자사홍보 기사게재 '물의'>(김성현 기자)라는 제하의 기사는 동아일보 초판에 실린 <인터넷 신문‘시민 기자’自社 홍보자료 기사화>(조인직 기자)라는 기사와 거의 똑같은 형식을 빌어 오마이뉴스를 공격하고 있다.

표절 논란의 도마에 오른 양 신문사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동아) 채용정보업체 직원이 인터넷매체 기자로 등록한 뒤 자사의 홍보용 보도자료를 ‘기자가 쓴 기사’인 것처럼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조선) 채용정보업체 직원이 인터넷 매체에 ‘시민 기자’로 등록한 뒤 자사(自社)의 홍보용 보도자료를 ‘기자가 쓴 기사’인 것처럼 위장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동아) 이는 촛불시위 제안을 게시판에 올려놓고 마치 제3자의 글을 인용한 것처럼 자작기사를 쓴 ‘앙마(김기보씨)’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인터넷 매체들이 띄우는 기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선) 이같은 방식은 촛불시위 제안을 게시판에 올려놓고 마치 제3자의 글을 인용한 것처럼 자작 기사를 쓴 ‘앙마(김기보씨)’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인터넷매체들이 띄우는 기사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조선>은 이후 문화일보 보도를 인용해 오마이뉴스를 공박한 뒤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지었다.

(동아) 그러나 미디어전문가들은 자신이 소속된 기업의 홍보자료를 기자 이름으로 쓰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신이 소속된 기업의 홍보 자료를 기자 이름으로 쓰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 고려대 언론학부 김경근(金景根) 교수는 “객관적인 여과장치 없이 ‘기자’ 이름으로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공익성 객관성 공정성을 지향해야 할 언론매체의 기본도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숙명여대 안민호 언론정보학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터넷 매체가 저널리즘을 표방한다면 공정·정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요건”이라며 “인터넷 매체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외부의 행위에 대해 매체 스스로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 조인직 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사를 쓴 후 <조선> 초판을 확인했지만 <오마이뉴스>를 다룬 기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 김성현 기자는 처음에는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동아> 기사를 조금 참조하긴 했다. 기사에 대한 해명을 원하는 것이라면 반영해줄 수는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금 취재차 전화한 것"이라고 말하자 김 기자는 "더 이상 말해줄 수 없다. 나는 <동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매체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기사를 쓰면서 경쟁사 초판신문에 실린 기사를 '참고'하는 김 기자의 윤리의식을 '1등신문' <조선>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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