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민의 힘' 기자회견을 잠입취재한 <조선닷컴> 기사. 제목은 <조선> 기자 취재를 거부하며 사회자가 내뱉었던 농담이었다.
오는 19일 창립을 앞두고 있는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 정청래 공보팀장은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긴 한숨을 토해냈다.
<조선>이 이날 오후 2시5분에 웹사이트에 올린 톱기사 제목은 "朝鮮기자 사내결혼 해야될 것". 톱기사는 같은날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있었던 '<조선> 왜곡보도'에 대한 국민의 힘(www.cybercorea.org) 기자회견'을 다뤘다.
사실 이 제목을 읽고 기자도 놀란 게 사실이다. 이 말은 발언 당사자가 "이 같은 농담이 기사화된다면 언론의 양식을 의심하겠다"는 뜻으로 작심을 하고 내뱉은 말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장 안에 있던 다른 기자들은 웃어넘겼지만, 놀림감이 된 <조선> 기자의 심경은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정 팀장은 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건물 밖에 <조선> 로고가 붙은 차량이 있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앞서 말해두겠다. <조선> 및 <조선> 오더를 받고 온 사람들은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한 동료기자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회견장 안에 <조선> 사진부 기자가 있다"고 귀띔하며 '국민의 힘' 요청에 아랑곳없이 촬영에 여념이 없는 한 여기자를 가리켰다.
잠입 취재가 됐건, 탐사 취재가 됐건 기자가 취재현장에 접근하려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국민의 힘'의 문제의식은 안티조선 진영을 취재하는 <조선>이 상습적인 왜곡보도를 한다는 데에 있었다. 정 팀장이 기자회견 중 재차 <조선> 기자에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했다.
"<조선> 기자나 프락치, 스파이가 있다면 나가주십시오. (아무 반응이 없자) 그럼, 이 자리에 <조선> 기자가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조선> 총각, 처녀 기자들은 사내결혼을 해야될 겁니다. 점점 <조선> 기자들이 결혼하기 힘들어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기자들 '어처구니없다'는 웃음) 이렇게 농담을 했는데도 이게 만약 <조선>에 기사화되면 이 자리에 <조선> 기자가 있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국민의 힘'이 <조선> 기자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사태발생 1주일이나 지나서야 '국민의 힘'이 부득불 기자회견을 한 원인이기도 했다. <조선>은 지난 3일자 8면에 "조선일보 보는 사람과는 결혼 안하기 운동 벌이자"는 제목으로 '국민의 힘' 전국모임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이 말은 참석자들 사이에 오간 농담이었다는 것.
29일 열린 전국모임 언론개혁 분과 토론회에는 25명 안팎의 사람만이 참여했는데, 모임 중 김삼웅 성균관대 겸임교수가 "조선일보 보는 사람과는 결혼 안하기 운동을 벌이자"고 말했다. 이에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이 "사랑에는 국경도 없는데…"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김 교수는 "그럼 연애만 하고…"라고 웃어넘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