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임 국세청장에 격려전화
불법모금 자금 편집· 보도국장에 건네"

검찰,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수사 최종 결과 발표

등록 2003.04.08 14:51수정 2003.04.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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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3월 19일 오후 6시경 수사관들에게 양팔을 잡힌 채 서울지검으로 압송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지난 3월 19일 오후 6시경 수사관들에게 양팔을 잡힌 채 서울지검으로 압송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은 지난 97년 10∼12월 대선을 앞두고 이석희씨가 서상목씨, 이회성씨의 부탁을 받고 임채주씨, 주정중씨를 동원해 세무조사권 등을 압박수단으로 삼아 '23개 기업으로부터 166억3000만원의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지난 97년 12월 초순경 "이회창 전 총재가 자금모금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이 전 총재가 임채주씨(당시 국세청장)에게 격려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하지만 검찰은 세풍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밝혀내지 못했으며,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의혹만을 남긴 채 이번 수사를 마무리했다. 게다가 불법 모금된 대선자금의 일부가 일부 언론의 편집장이나 보도국장 등 언론인과 정치인에게 흘러갔다는 새로운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1부(서우정 부장검사)는 8일 오전 11시 서울지검 3차장실에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23개 기업으로부터 166억3000만원의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국가공무원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밝힌 대선 자금 불법모금 사건인 소위 '세풍'의 개략적인 계통은 다음과 같다.

1. 97년 중순 이석희씨는 국세청 조사국장에게 대선자금 모금 참고자료 작성을 지시하고, 주씨는 그룹 총수 인적사항, 부채비율, 최근 물의사항' 등을 기재한 '100대 그룹 기본사항'을 작성한다.
2. 이석희씨와 임채주 당시 국세청장은 이 자료를 토대로 기업과 금액을 분담해 대선자금을 모금했다.
3. 이석희씨는 당시 차수명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으로부터도 기탁금 고액 미납자 명단을 건네받아 직접 후원금 납입을 독려했다.
4. 이석희씨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이회성씨는 L호텔 1510호와 1512호를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선거와 관련해 긴밀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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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수수 정치인 및 언론인 등 낱낱이 공개해야"
[참여연대] 검찰의 수사는 국민 요구와 거리 멀다

8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검찰의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 이른바 '세풍'에 대한 수사 발표는 "의혹해소를 기대하는 국민 요구와는 거리가 먼 수사결과이며, 돈을 받은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당시 국세청장(임채주씨)에게 격려전화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 이 총재가 불법적으로 모금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검찰이 밝혀낸 166억3000만원 외에 이회성씨가 한나라당에 건넸다는 추가모금액 40억원이 세풍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와 이석희씨 미국 도피 배후에 대한 수사 등이 미진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불법모금된 대선자금 일부가 일부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게 흘러갔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은 점은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예시했다.

결국 서울지검이 밝힌 수사결과에서는 몇 개의 사실만이 추가로 확인됐고, 이석희씨가 구속기소되는 등 일부 성과만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머지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또다시 협소하게 '기소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역할을 스스로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또다시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이 올바로 설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상실하는 우를 범하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 유창재 기자
우선 검찰은 지난 97년 9월 중순경 이석희씨가 국세청장 임채주씨를 수차례에 걸쳐 설득했으며, 국세청 조사국장 주정중씨에게 대선자금 모금의 참고자료를 작성토록 지시했고, 이에 주씨가 그룹 총수 인적사항, 주력업종, 계열사, 부채비율, 최근 물의사항, 참고사항 등이 기재된 '100대 그룹 기본사항'을 작성한 것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석희씨와 임채주씨가 이 자료를 토대로 기업을 분담하고 금액도 정해 대선자금을 모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국세청과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협력해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사실과 이회성씨 등과의 공모일시, 방법 등 공모관계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이석희씨가 지난 97년 9월 차수명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으로부터 한나라당 재정위원중 기탁금 고액미납자 명단을 건네받아 미납기업을 상대로 기탁금 납부를 독촉한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지난 97년 9월 이석희씨가 차수명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으로부터 한나라당 재정위원 중 기탁금 고액미납자 명단을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자신이 아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후원금 납입을 독려했으며,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주정중씨에게 후원금 납입을 독려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주정중씨가 5대 기업에게 10억원을 지원토록 했고, 한나라당 재정국장 김태원씨와 후원금 납부절차 등에 관해 긴밀히 협조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외에도 지난 97년 10월 하순부터 대선직전까지 이석희씨와 이회성씨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L호텔 1510호 및 1512호를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선거관련 사항을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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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같은 혐의로 이석희씨를 7일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위반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죄' '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뇌물수수부분에 대해서는 이석희씨가 "문화재단에 기부형식을 받은 것이지 내가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관련자들을 상대로 보강조사를 실시한 후 처리할 방침이다.

이 전 총재, 임채주씨에게 자금모금 "수고한다, 고맙다" 격려
"공소시효 지나 조사할 수 없어…" 의혹사항들 그대로 남아


특히 검찰은 지난 97년 12월 초순경 "이회창 총재가 임채주씨에게 격려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지난 99년 9월 1차 수사결과에서 밝히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많은 질문을 쏟아지자, 신상규 대검 3차장검사는 "임채주씨의 말대로라면 통화는 길게 하지 않았으며, 단지 이 총재가 '수고한다, 고맙다'라고 간단히 두 마디만 남긴 격려전화였다"면서 "이 전 총재가 자금모금 과장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신 차장은 "임채주씨의 말대로라면 (이회창 총재) 자기가 직접 관여했건 안했던건 간에 아니까 전화했던 것 아니냐?"고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점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이회창 총재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지 않냐"라는 질문에 "단순한 참고인도 아니고 조사할 만한 기초준비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검찰 조사결과 △이석희씨의 미국 도피 배후 △언론인 금품수수 의혹 △정치인 자금유용 부분 △한국종합금융에서 관리한 30억원 부분 △김태원씨가 이회성씨로부터 받아 관리한 40억 부분 △세경진흥 자금의 유입여부 등은 관련자들이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의혹사항만으로 남겨졌다.

신상규 3차장검사는 "수사팀도 어떤 쪽으로든 끝을 내려고 했는데, 조사관련자들이 응하지 않아 결국 '결론을 못내렸다는 것이 결론'이다"라며 "지난 20일 동안 집중적으로 조사를 해왔으며 이젠 며칠 동안 휴식을 갖고 더 궁리를 해봐야겠다"고만 말했다.

"이석희씨 차명계좌서 출금된 수표, 일부 기자들에 전달"
[일문일답]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검사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수사 결과를 발표한 신상규 3차장검사와 기자들간의 간략한 일문일답이 오고갔다. 검찰 수사의 의혹사항 중 하나인 '언론인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석희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에서 출금된 수표가 일부 기자들에 의해 사용된 사실. 이 같은 행위는 '배임수재죄'에 해당될 수 있으나 지난 2002년 12월 17일 공소시효 5년이 지났기 때문에 해당기자들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다음은 신 검사와의 일문일답.

- 이석희씨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는 몇 명이나 되나.
"20명 조금 안된다."

- 액수는 얼마정도인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조사하지 않았다. 또 당사자들을 조사해서 금액을 확인한 것이 아니다. 단지 이석희씨 차명계좌로부터 나간 수표로 드러난 것이다."

- 돈을 받은 기자들은 대부분 정치부 기자인가?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선 기자도 있고 편집장이나 보도국장 등 직위가 높은 사람도 있다."

-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도덕적인 면에서나 다른 측면에서 수사할 수 있지 않나.
"언론이나 여론이 문제를 제기해야지…. 그것은 내 입으로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 계좌를 통해 드러난 액수는 얼마인가.
"(계속 반복해서 질문을 하자) 드러난 것은 기백만원 정도. 더할 수도 있다."

- 왜 99년 당시 수사를 하지 않았나.
"당시 수사팀은 이석희씨가 없는 마당에 조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따질 수 없어 수사를 안했던 모양이다. 알다시피 이석희씨가 4년 6개월 넘게 있다가 나타났지 않은가. 이석희씨가 그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 이석희씨는 배임혐의가 있지 않나.
"이석희씨 부분에선 공소시효가 살아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공효시효가 지나 이제와서 뇌물관계를 밝히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 아니다. (돈을) 준사람과 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받은 사람은 처벌 안하면서 준 사람만 처벌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 의혹사항들에 대해 법률적으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인가.
"그때 의혹 사항을 지금 수사팀이 처벌하려면 법률적으로 다른 관련 사항을 새롭게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확인된 것이 없다. 일일이 가리기도 쉽지 않고, 아무도 시비하는 사람이 없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기에 조사하지 않았다."

- 정치인 자금유용 부분에 관계된 정치인은 몇 명인가.
"20명 정도."

- 이석희씨가 직접 돈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처벌할 수 없는 마당에 밝혀서 뭐하나."

- 그렇다면 결론이 무엇인가.
"이회성씨와 이흥주씨 등을 조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수사팀은 가능한 결론을 내고 싶었다.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를 못해 결론을 못냈다."

- 왜 부르지 못했나.
"두 세번 불렀는데 안왔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결국 공소시효가 지났는데 왜 나가야 하나는 식이었다. 조사관련자들이 응하지 않았다."

-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 수사는 끝난 것인가.
"지난 20일간 끙끙됐다. 몇 일 쉬고 고민해봐야겠다. 이 건에 대해서는 최종 결과다. 검찰의 입장은 '결론을 못내렸다는 것이 결론'이다." /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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