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대화'를 기대해 보며

히타미 이란 대통령의 <문명의 대화> 를 읽고

등록 2003.04.09 23:35수정 2003.04.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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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간의 충돌이 시작됐는가?

이번 이라크전쟁을 새뮤얼 헌팅턴이 말했던 '문명간의 충돌'이 일어난 경우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의 본격적인 대립의 시작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아직까지 아랍권에 그런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후세인과 빈 라덴은 이번 전쟁을 성전이라며 은근히 아랍권의 단결을 부추기고 있다. 이라크 주변국에서는 전쟁에 뛰어드는 아랍권의 전사들도 제법 있다고 한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기독교 세력과 아랍권의 반목은 이미 뿌리깊은 현상이었다. 이스라엘의 등장 이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이란 대통령이 말하는 문명의 대화

a 히타미 이란 대통령의 <문명의 대화> (지식여행)

히타미 이란 대통령의 <문명의 대화> (지식여행) ⓒ 김상욱

지난 2000년은 유엔이 정한 '문명간의 대화의 해'였다. 이는 히타미 이란 대통령이 1998년 유엔총회에서 주창한 '문명의 대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문명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그가 높였던 목소리들이 모아져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됐다. 바로 <문명의 대화>(지식여행)이다.

문명의 충돌을 겨냥해 내놓은 이 개념은 다분히 평화롭고 이상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힘을 가진 자 위주로 돌아가는 국제정치에서 보면 대단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슬람을 깎아내리려는 서구에 막강한 힘이 있는 현실에서 그는 이슬람이 넓은 마음으로 서구를 끌어안자고 말할 정도이다.

인류에 꼭 필요한 메시지 담아


이 책은 읽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이슬람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욱 어려울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히타미 이란 대통령은 국가지도자라기 보다는 왠지 종교지도자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9.11 테러 이후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충돌로 치다르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지난 1999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20세기에는 칼이 휘둘러져 그 한 번의 휘둘림에 누군가가 이기고 누군가는 졌지만, 다음 세기는 틀림없이 문명의 대화를 축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또다시 등장하는 칼은 양날의 검이 되어 누구 한 사람 남김없이 죽이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을 도발하는 대국이야말로 그 검에 의한 최초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매우 가능성이 높은 일입니다."

그는 1999년에 이미 오늘날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일까?

'문명의 대화' 로 바라보는 이란

이란의 조용한 개혁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 바로 히타미 대통령이다. 이란이 이라크, 북한과 함께 악의축으로 꼽혔다는 것은 어찌보면 상당히 의외의 일이다. 그는 대미관계에서도 역대 이란 지도자와는 달리 유화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라크, 북한에 쏠렸던 관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이란에도 차츰 압력이 옥죄어오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재기하며 이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에 한번쯤 귀기울여 볼 수는 없을까? 문명간의 충돌이 우려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것은 '악의축' 이란이 아니라 바로 '문명의 대화' 를 외치고 나선 히타미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이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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