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를 보며 생각하는 몇 가지 것들

등록 2003.04.10 13:11수정 2003.04.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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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충남 예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사건에 전교조가 깊이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계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전교조 활동을 지탄하는 분위기다. 차제에 전교조의 활동을 돌아보고, 전교조가 지닌 문제점과 함께 전교조에 바라는 바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교육부 위에 전교조

교원노조활동에 대한 합법화 이후 다양한 참교육 실천운동이 전교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전교조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교육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정책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하였으며, 회원들의 순수한 교육사랑과 교육열정으로 교단 쇄신과 교육발전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출범 14주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전교조는 순수한 교원노조의 성격을 일탈한 느낌이다. 10만 회원들의 힘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교권을 옹호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찰시키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며, 이를 위해 단체행동을 하고 정치세력과 연대하기도 한다. 심지어 ‘교육부 위에 전교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전교조의 정치적인 위상이나 조직력은 이미 교육계를 장악했다. 교육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만들어졌던 전교조가 이제는 교육개혁을 위한 또 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이다.

강경노선 일변도는 바람직하지 않아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쪽이 보다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듯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위해서는 당연히 전교조 회원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교총과의 갈등이 자주 벌어지고, 상대 회원들을 제압하기 위한 교원단체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대립 또한 격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 되었으며, 그 결과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교육 발전을 위해 애써야 할 교원단체들이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역할만 하고 있다. 집행부 구성이나 투쟁의 강도 조절 역시 주도권 다툼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이 과정에서 전교조는 자연히 강경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새로 출범한 원영만 위원장의 교원노조 활동전개 방향을 보면 이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재 전교조는 참여정부의 출범 초기부터 교육계를 기선제압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교육당국과도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비상한 관심과 교육당국과 대등한 위치를 부여받으려는 움직임은 분명 교원단체로서는 도가 지나친 것이고, 오히려 일부 교육연대 시민단체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강성과 독주가 분열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금년 들어서만도 전교조에서는 교육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늘 그렇듯이 과도한 제동장치의 사용은 오히려 제동장치 자체를 파열시킬 수 있다. 도가 지나칠 경우 위험천만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교조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지난 4일 발생한 초등학교 교장선생의 자살은 이러한 대립과 갈등이 빚어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사건으로 인해 양대 교원노조와 학부모 사이에 공방전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필자 역시 이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지탄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 때문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안타까운 사태는 없어야 하리라는 이야기다. 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총도 교원단체가 있는 이유와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태도 역시 그렇다.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는 이임사에서 전교조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사사건건 교육정책의 발목을 잡는 단체가 없어져야 교육이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최근 이런 생각이 학부모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는데, 그렇다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교조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까지 전교조가 해 왔던 긍정적인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전교조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전교조가 초심으로 돌아가 애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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