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02

분타주 개망신 당하다(2)

등록 2003.04.11 15:20수정 2003.04.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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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옥이 무림천자성을 떠나 선무곡으로 향하는 동안 무림에는 큰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

정의수호대원들이 청해성 파안객랍산 깊숙한 곳에 있는 아부가문을 대대적으로 공격한 것이 그것이다.


무림천자성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쌍둥이 누각인 세무각(世貿閣) 폭파사건의 배후에 그들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보복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림천자성의 공격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첫째, 누구든 무림천자성에 위해(危害)를 가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전 강호에 극명하게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제자들의 수효가 불과 일만 정도인 아부가문을 치기 위하여 무려 삼만에 달하는 정의수호대원들을 투입한 것이다.

정의수호대원이라면 혼자서 아부가문 제자 열은 충분히 감당해 내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 일만 대 삼만이지 실제로는 일만 대 삼십만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면대결을 벌였다면 아부가문은 씨가 말랐을 것이다.

둘째, 이 기회에 아부가문의 수뇌부들을 모두 죽이고 대신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사람을 문주로 세워두려는 것이다.


그러다가 차츰 무림천자성의 지부로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철기린이 하사 받은 성조검에 별 하나가 더 새겨지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번 공격에서 아부가문 사람들이 적지 않게 죽었다. 그런데 그들은 직접 대결에 응하는 전사(戰士)들이 아니었다.

무림에서는 다른 문파를 공격하더라도 아녀자와 노인들은 괴롭히지 않는 것이 상례(常例)이고, 묵계(默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인들과 부녀자들이 희생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무림천자성에서는 아부가문의 문도들이 워낙 교활하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이런 대대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아부가문의 문주인 금금존자 오사마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물론 휘하 제자들 가운데 생포된 자는 거의 없었다. 미리굴의 위력 덕분이었다.

미로 같은 굴속에 은신해 있는 그를 찾아내는 것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성질이 난 정의수호대원들은 점점 더 거센 공세를 취하였다. 그럴 수록 힘없는 노인이나 부녀자들의 애꿎은 희생만 늘어났다.

결국 무림천자성은 오사마 생포를 포기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애꿎은 희생이 늘어나면 지금까지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도무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은 물론 양민들의 여론 또한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금금존자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자 무림천자성은 아부가문 사람 가운데 자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람 하나를 신임 문주에 취임시켰다. 그리고는 그곳에 아부가분타를 설치하였다.

겉으로는 이번 공세로 피폐해진 아부가문의 재건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금존자와 그 일당을 계속 찾으면서, 원격으로 아부가문을 조종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이후 세인들의 입방아가 찧어지기 시작하자 애꿎은 희생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세무각이 폭파되어 많은 사상자가 발생되었을 때의 일이다.

무림천자성에서는 희생당한 사람의 유족들에게 적지 않은 은자를 지급했다. 죽은 자들에게는 은자 이천오백 냥씩이 지급되었고, 부상자들에게는 경중(輕重)을 가려 오백 냥에서 일천오백 냥까지 지급하였다.

당시 세무각에 있던 무림천자성 소속 하인 가운데 새끼손가락 하나를 잃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받은 보상금이 가장 작았는데 은자 오백 냥이었다.

사실 새끼손가락 하나를 잃은 것 가지고는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 그런데도 오백 냥이나 지급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과연 무림천자성이라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부가문의 희생자들 가운데 죽은 자들에게는 은자 한 냥이, 부상자에게는 경중에 관계없이 구리돈 삼 문씩이 지급된 것이다.

그러면서 무림천자성에서 한 말이 있었다.

종자(種子)가 다르므로 보상금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 마도 문파 사람들은 분노로 치를 떨었다. 하찮은 개 값도 그것보다는 비싸기 때문이었다.

정파 무림에서도 이것에 대한 느낌이 있었을 것이나 누구 하나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랬다가는 무림천자성과 반목(反目)하는 문파로 찍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보상금에 대한 소문은 극히 일부 지역에만 번졌다. 무림천자성에서 서둘러 함구를 시킨 때문이다.

그래서 이회옥을 비롯한 정의수호대원들에게는 아부가문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만 전해졌을 뿐이다.

이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정의수호대원들은 자신들이 그곳에 파견되지 못한 것에 무척이나 분개해하였다.

처음 이회옥은 그들이 정의를 수호하는 현장에 있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부가문이 비록 마도 문파이기는 하나 미인(美人)이 많기로 유명한 문파였다. 따라서 이번 정벌에 참가하였으면 솔찮게 계집들을 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번 정벌로 아부가문에는 처녀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정벌에 참가한 다른 대원들을 부러워하였다. 이 모습을 본 이회옥은 그야말로 기가 찼다.

그러는 한편 자신을 놀리려는 의도적인 장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무림천자성의 총단이 있는 무한에서 선무곡이 있는 위해현(威海縣)은 수천 리나 되는 먼 길이다.

이 길을 오는 동안 적지 않은 송사(訟事)를 해결하였다.

원래는 황궁에서 파견한 태수나 현령 등 관리들이 할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림천자성이 더 공정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정의수호대원이 나타나면 밀렸던 송사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世態)였다.

처음에 이회옥은 왜 정의수호대원들에게 송사를 맡겼는지를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 공평무사하였으며, 공정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쾌도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들도 아주 쉽게 풀어서 해결해 주었다. 덕분에 억울해하던 많은 양민들이 웃음을 찾았다.

이회옥은 동행하는 동안 모든 판결을 지켜보았기에 사건에 따라 어떤 결론을 내릴지를 어느 정도 감 잡았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끔가다 고개를 갸웃거려야 할 때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당연히 이런 결론이 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결론을 내렸을까를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려보았지만 도통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이튿날이 되면 전날의 판결이 뒤집혔다. 제대로 된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이회옥은 처음부터 너무도 명명백백한 사건이므로 누가 봐도 당연한 결론인데 이것이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가 되돌아 온 것이 못내 이상하였다.

판결을 내린 정의수호대원은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무엇엔가 홀린 상태도 아니었다. 하여 내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던 중 최근에 와서 하나의 단서를 잡았다.

객잔의 주청에서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정의수호대원들은 무엇인가를 따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며 낄낄대곤 하였다.

그때는 한겨울이므로 과실이 열리는 나무도 없을 터인데 그러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된 이회옥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괴이한 웃음을 지으면서 아직 나이가 어리므로 몰라도 된다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어떤 사건이 있었다.

송사에 휘말린 사람 가운데 미모가 제법 출중한 여인이 끼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며칠 후 그곳을 떠나면서 본 그녀는 며칠 전과는 달랐다. 말은 안 했지만 그 여인은 여러 정의수호대원들에게 능욕 당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녀는 아비를 죽인 살인범을 치죄해 달라고 송사를 제기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이십 정도의 나이로 미모가 아주 출중한 여인이었다. 이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이회옥도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선연한 아름다움을 지녔던 것이다.

그녀의 아비를 죽인 흉수는 백정이었다. 그리고 살인에 사용된 흉기는 그가 애용하던 도끼였다. 손잡이에는 아예 이름까지 새겨져 있었고, 살인 현장을 목격한 증인들도 여럿 있었다.

애초부터 결론이 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백정을 무죄 방면시켰다. 여인은 억울하다면서 눈물로 호소하였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이날 밤, 이회옥은 깊은 잠에 취해 있다가 요의(尿意)를 느끼고 밖으로 나왔다. 이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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