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63

등록 2003.04.13 12:04수정 2003.04.1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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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로운 왕성에서 이루어진 첫 국정에서 주몽은 각 신하들에게 고구려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 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았다. 최고 관직인 대대로 제사는 엄격한 법안을 제정하여 나라의 기강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찍이 묵거도 법을 철저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만 미처 그 주장을 펴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 바 있습니다. 신(臣) 제사는 그 뜻을 이어받아 간소하오나 엄한 국법을 제정할 것을 청하는 바입니다."


"경이 생각한 바는 있으시오?"

"예, 왕실을 배반하거나 배반한 사람은 먼저 불로 지진 다음 목을 베고, 그의 재산을 빼앗을 것이며, 도둑질한 사람은 도둑질한 물건의 10배를 갚도록 하십시오. 만약 가난하여 징수할 것이 없는 이는 그의 자식들을 노비로 삼을 것이며 가축을 함부로 죽여도 노비로 삼아야 합니다. 나라에 감옥을 두지 않고 엄한 법으로 다스리면 백성들도 편안할 것이며 나라도 발전할 것이옵니다."

"감옥을 두지 않는다?"

"그러하옵니다. 감옥을 두어 사람을 가두어 놓으면 법에 대한 집행이 느슨해지며 백성들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잘못 판단하여 생사람을 잡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를 지은 자에 대해서는 5부족의 욕살이 모여 이를 판단하면 되리라 보옵니다."

주몽은 머리를 끄덕이며 법안의 세칙에 대해 제사에게 일임했다. 다음으로 부분노가 병사들의 조련과 운용에 대해 피력하기 시작했다.


"용맹하고 책임 있는 자들을 신분에 구애받지 말고 뽑아서 장수로 쓰시고 백성들이 생업에 지장이 없고 피곤하지 않도록 군사들을 움직여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식을 비축하기 위해 농사를 더욱 장려하시고 해마다 큰 행사를 열어 군밍을 위로하셔야 할 것으로 사려되옵니다."

주몽은 이에 수긍하며 명을 내렸다.

"그 말이 옳으니 해마다 10월에 부여의 영고와 같은 큰 행사를 열어 모두가 더불어 즐기도록 하겠다."

대형 해위가 마지막으로 청했다.

"전하, 나라의 기강이 바로서는 일에 법을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고 군민을 평안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허나 이는 모두 왕실이 편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태자를 책봉하셔서 만인에게 공표 하시옵소서."

"태자라니 누굴 얘기하시는 거요?"

오이가 무슨 소리냐는 듯 해위에게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몽과 월군녀와의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고 예주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를 그의 자식은 멀리 동부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류와 온조라는 두 왕자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해위의 말에 엄숙하던 국정은 벌집을 쑤신 듯이 소란스러워 졌다.

"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오! 비류와 온조께서 왕자로 대우받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왕비마마의 배려로 인한 것이오! 더구나 전하의 춘추가 아직 젊은데 벌써 태자 책봉을 논하다니 무슨 속셈이 있는 것 아니오?"

오이의 말에 해위도 지지 않고 맞섰다.

"속셈이라니! 난 전하에 대한 충정으로 한 얘기오. 왕자면 왕자지 왕자로서 대우받는 다는 말은 또 무엇이오? 그럼 지금의 왕비마마는 왕비로서의 대우만을 받고 있을 뿐이라는 거요?

주몽은 소란이 더해지자 굳은 표정으로 탁자를 크게 치며 더 이상의 말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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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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