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륜장 건립 추진 백지화해야

[주장]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유

등록 2003.04.16 17:37수정 2003.04.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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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경륜장 유치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염 시장은 ‘지방세수 확대와 시민들에게 다양한 레저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경륜장 건설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경륜장의 사업성조차 의심되는 도박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지금부터 제시해 보기로 한다.

대전경륜장은 사업성이 없다

대전시가 주장하듯이 대전경륜장 개장이후 향후 5년간 매년 평균 1500억원의 지방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을까? 그런 지방세수 규모는 대전시의 희망이지, 절대 불가능하다.

a 지난 15일 염홍철 대전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경륜장 유치 추진'을 밝히고 있다.

지난 15일 염홍철 대전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경륜장 유치 추진'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현재 경륜장은 서울과 창원 2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서울경륜장의 경우, 실외시설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영업을 못하고 3개월 정도 휴식기를 갖고 있다. 이 기간중에 창원경륜장이 거둬들이는 매출액은 1년 매출액의 50%를 넘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유일한 실내경륜 시설을 가지고 있는 창원경륜장조차도 수도권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광명에 국내 최대규모의 실내경륜장이 2005년 완공되고, 부산경륜장과 경마장이 영업에 들어가며, 또 광주경륜장과 경북청도 우권장까지 개장을 한다면, 기존 창원경륜장과 대전경륜장을 포함해 총 7개의 대형 도박장을 각 권역별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50여개에 이르고 있는 경륜, 경마, 경정 등의 장외발매소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대된다면, 도박시설간의 지역간 경쟁과 업종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대전경륜장의 수익성은 시의 예측보다 훨씬 적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분야의 관련 전문가들도 권역별로 경륜장이 입지했을 때 경륜, 경정, 경마 등 선택 폭이 커지는 수도권 주민들을 대전경륜장으로 유입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대전경륜장이 예상처럼 매출이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용역보고서의 내용처럼 2010년에 연간 200만명에 가까운 고객이 입장한다고 할 때 입장객 중 지역주민비율을 30%로 잡은 것은 터무니없는 수치이며 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지역주민이 입장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10만명이 넘는 도박중독자 양산과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등의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어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전경륜장 사업 타당성에 대해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경륜장은 레저시설이 아닌 도박장이다

a 지난 11일 대전참여자치연대와 대전YMCA가 경륜장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대전참여자치연대와 대전YMCA가 경륜장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경륜장이 가족과 함께 하는 레저시설이냐 아니면 도박시설이냐를 두고도 대전시와 시민단체간의 설전이 오가고 있다. 경륜장 건설을 찬성하는 측과 대전시에서는 대전경륜장은 가족과 함께 하는 레저시설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염 시장도 나서서 “경륜장이 도박장이라는 단정적인 전제에서 출발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대전에 경륜장이 들어설 경우 중부권 1000만인구가 이용하는 레포츠시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가지 통계 근거를 살펴보면 경륜장은 레저시설이 아니라 도박시설에 가깝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의 자료(도박산업의 현주소와 지방정부의 과제)에 따르면, 경륜장 1인당 하루 평균 베팅비용이 55만9천원이며, 경륜장 고객가운데 150만원 이하 소득자가 전체 고객의 56%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35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13.5%밖에 안된다는 것은 소시민이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라기보다는 도박중독 가능성이 아주 높은 도박시설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또 경마, 경륜, 경정장 입장시 동반자에 대한 질문에 가족이나 친지와 가는 경우는 5.9%밖에 안되고, 혼자 내지 친구와 간다는 응답이 83.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륜고객 가운데 월평균 입장횟수 비중은 1회에서 12회 가운데, 10회이상이 55.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가족과 함께 하지도 않고, 경륜장에 살다시피하고 있음을 통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경륜, 경마, 경정장 이용자 유형이 이러한데도 과연 가족과 함께 즐기는 레저 스포츠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가족공동체를 파괴하는 도박시설이라는 주장이 옳을 것이다.

대전경륜장 건립 추진 전면 백지화해야

결론적으로 대전경륜장은 대전시청의 예산불리기와 경륜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몇몇 업체 등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시민들의 피해는 나몰라라 하는 도박산업이 틀림없다. 특히 10만 명의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자살이나 폭력 등 경륜범죄가 득세하는 대전경륜장 건립 추진을 더는 방치할 수 만은 없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시민을 위한 행정을 통해 정도를 걷겠다는 취임의지를 취임 1년도 채 안돼 내팽겨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며 우리 시민단체들은 대전시가 대전경륜장 건설 추진을 백지화하지 않는다면, 145만 대전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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