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우리 어머니 휠체어박철
김포 어느 지점인가 신호에 걸려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반대편 차선에서 매우 위급한 상황인지 어느 아주머니가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내려서 보니 남편인 듯한 사람은 다리가 한쪽이 없는 장애인이었다. 이들 부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가 움직이질 않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보고 뒤에서 차를 밀라고 하고 핸들을 꺾어 갓길에 차를 세웠다.
자동차정비에 대하여 문외한인 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차가 어느 회사제품인가를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A/S센터에 콜을 해주는 것뿐이었다. A/S센터 직원과 한참 차의 상태와 차가 서있는 지점에 대해서 전화를 하는 중이었는데, 별안간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한쪽 다리가 없어 목발을 집고 서있는 남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거의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었다. 남편은 목발을 짚고 어쩔 줄을 몰라 절절 매고 서있다.
그런데 가만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어보니 차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연료가 떨어져서 자동차가 멈춰섰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렇담 진작 얘기를 할 것이지. 그 아주머니 장애인인 남편에게,
“왜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칠칠맞게 자동차를 몰고 다녀요! 왜 기름이 넣지 않고 다니다 나를 망신시키는 거야? 내가 식당만 안 나가면 운전을 배웠을 텐데, 아이구! 나는 지지리도 재수가 없는 여자야!”
하며 펄펄 뛰는 것이었다. 가만 차안을 살펴보니 특별장치가 부착되어 있는 허름한 장애인 차였다. 내가 머쓱해서 돌아서려는데 그 아저씨의 눈빛을 보았다. 눈빛이 너무 애처로웠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그런데 돌아서면서 생각이 그 아주머니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기름이 떨어진 것 때문에 그 아주머니가 화가 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장애인 남편을 둔 가정이 직면한 아픔과 사회적인 상실감, 그리고 자기 처지에 대한 분노가 그런 식으로 폭발한 것이었다. 그날 큰 대로변에서 그 아주머니의 거친 하소와 몸부림이 며칠동안 내 마음을 울적하게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차별과 사회적 냉대에서 오는 병리현상이 가정에서까지 심각한 갈등과 부조화를 낳고 있다. 또 각종 대형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사고 피해자의 당사자가 바로 내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을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 누구도 각종 사고에서 오는 피해를 피해갈 수 없으며,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