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72

등록 2003.04.23 17:48수정 2003.04.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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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놈 창 받아라!"

추율이 용맹을 뽐내며 협부의 목을 노리고 창을 내질렀다. 협부는 머리를 숙여 피하고선 도끼를 휘둘렀다. 추율이 놀라 몸을 뒤로 빼자 협부는 재빨리 자루로 말머리를 후려쳤다. 놀란 말이 앞발을 들고 추율은 말에서 떨어졌다. 추율은 재빨리 일어서 칼을 뽑으려 했지만 그땐 이미 협부의 검은 도끼가 눈앞에서 번뜩일 때였다. 협부는 단숨에 추율의 목을 베고선 소리쳤다.


"적장의 목은 내가 베었다! 모두 나가라!"

고구려군은 함성을 지르며 북옥저군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놀란 북옥저 군사들은 제대로 싸워볼 생각도 못한 채 무기를 집어던지고 도망쳐 버렸다. 사실 잡병들을 모아 대충 머릿수만 맞춰놓은 북옥저의 군사들은 애초부터 고구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부위염이 이끄는 고구려군은 아무런 피해 없이 북을 치며 피리를 불고 보무도 당당하게 북옥저 깊숙이 까지 진군해 들어갔다. 고구려 병사들은 북옥저가 굴복한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집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너무 쉽게 끝나는 거 아니오?"

무골이 피식 웃으며 심심한 듯 창을 빙빙 돌렸다. 하지만 북옥저의 마지막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고요하던 고구려군의 진지를 덮친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가운데 누런 가죽을 걸치고 얼굴에는 덕지덕지 묻은 기름이 덩어리져 있으며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야만인들이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활을 쏴대고 칼을 휘두르며 고구려 진지를 어지럽혔다.


"독화살이다! 모두 주의해라!"

어둠 속에서 벌어진 난전으로 인해 고구려군은 대체 적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던 고구려진지였으나 무골과 협부가 마구 창과 도끼를 휘두르며 야만인들을 제압해 나가는 활약에 힘입어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상대를 몰아내었다. 해가 막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즈음 야만인들은 황급히 철수했다.


뜻하지 않은 야습에 놀란 고구려군은 야만인들의 시체를 보고선 인상을 찌푸렸다. 도저히 자신들의 기준으로는 인간이라 볼 수 없는 형상이었다. 부위염도 이 모습을 보고선 어이가 없다는 듯 한마디를 던졌다.

"대체 이들은 어디서 온 자들인가?"

을소가 찬찬히 살펴보더니 알겠다는 듯 부위염에게 얘기했다.

"저도 얘기만 들었을 뿐이지만 이들의 행색을 봐서는 북옥저 가까이에 있는 읍루에서 온 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읍루?"

"예, 저들은 오줌으로 몸을 씻고 여름에는 벌거벗고 다니며 겨울에는 돼지기름을 온 몸에 발라 추위를 막는 풍습을 지녔으며 사람의 법도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왜 우리를 공격했단 말이오?"

"아마 북옥저에서 끌어들인 자들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우리 병사들을 괴롭혀 힘을 뺄 작정인가 봅니다."

부위염은 뜻밖의 사태에 어쩔 줄을 몰랐다. 협부가 도끼를 땅바닥에 턱하니 꽂아놓고선 부위염에게로 갔다.

"내게 좋은 수가 있소. 한번 들어 보시려오?"

부위염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협부의 말을 듣고서는 손바닥을 탁 쳤다.

"좋은 방법이오! 이제 보니 협부 장군도 계책에 능하시구려!"

"이게 다 글자를 깨우쳐 병서를 읽게 도와준 스승님 덕 아니겠소."

을소는 쑥스러운 듯 협부를 바로 보지 않고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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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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