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가난에 대한 단상

강제윤의 보길도 편지

등록 2003.04.28 10:41수정 2003.04.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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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무소유와 나눔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
한때 나는 우리가 많은 재물을 모으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단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산다 해서 존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부의 획득이 존재를 작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를 나누지 않고 곳간에 쌓아둘 때 존재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질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부를 쌓아 두고 나누지 않을 때 존재가 작아질 것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산다해서 존재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라던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이제 나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수록 존재는 더욱 커진다고 믿습니다.


부자가 돼서 나누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얻게 되는 모든 것을 나누어 버릴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는 여전히 먹을 것이 없고, 입을 옷이 없고, 잠잘 집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기아와 빈곤의 문제가 물질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더 많이 나누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모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결코 나누기 위해 부자가 되려고 애써서는 안됩니다. 그보다는 가난해지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나눔 이전의 나눔이며, 가장 큰 나눔의 실천입니다. 역설적이지만 모두가 가난해 지려고 노력할 때, 이 세계의 모든 가난은 끝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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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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