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특별군사구역으로 접근하면 치안보호법으로 처벌한다는 경고문박도
그런데 내 눈앞에 펼쳐진 일군 제731부대의 잔해와 진열된 사진, 인체 실험용 기구, 여기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해골더미를 보면서 <마루타>라는 소설은 황당한 얘기가 아닌 사실에 바탕 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한 마디로 ‘땅 위의 지옥’이었다. 여기 수용된 사람들은 사람이라 여기지 않고, ‘마루타’, 곧 통나무로 여겼다고 한다.
이 부대에서 하루에 생체 실험용으로 죽어간 사람이 많을 때는 20여 명으로, 1933년부터 일제 패망 때까지 적어도 3000여 명이 이곳에서 묵숨을 읽었다. 그때 행해졌던 인간 생체 실험에 대한 사진과 증언 기록들이 일부 전시된 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어느 실험 대상자는 발가벗겨져 동상 실험을 받아 근육은 다 파열되어 뼈만 남은 팔을 달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개구리처럼 수술대에 놓여져 일제 군의관들이 해부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기둥에 묶여 단지 팬티만을 걸치고 그네들이 만든 세균탄의 폭발을 참아내야 했고, 또 다른 사람은 비대하게 살찌워진 후, 모종의 병균에 감염돼 죽을 때까지 실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나는 진열관에서 그 당시의 여러 가지 기구와 모형 -산 사람을 해부할 때 쓰던 수술용 메스, 유리기구, 방독면, 세균포탄조각, 해골더미, 실험용 동물 우리- 들과 기록물을 보는 순간 내가 사람으로 태어난 게 싫어졌고 이 사실을 짐승들이 알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