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고인돌 군락 '고창 고인돌군'

등록 2003.05.01 10:21수정 2003.05.0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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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향연

a 상갑리 고인돌군

상갑리 고인돌군 ⓒ 이종원

고창은 돌에 관련된 유물이 유독 많다. 차령산맥이 바다로 빠지기 전 마지막 용솟음 친 선운산 기암괴석도 탐승객의 눈을 시원하게 하더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칠송대 마애불을 보노라면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고창시내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모양읍성이 돌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고창의 돌의 향연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바로 상갑리 고인돌군이다. 산 중턱까지 끝없이 이어진 돌의 연속성을 보노라면 집단 매스게임을 보는 듯한 거대함과 율동성 그리고 통일성마져 느끼게 한다.

세계최고의 고인돌 공화국

a 숲속의 산책길에도 이렇게 고인돌이 길게 늘어서 있다.

숲속의 산책길에도 이렇게 고인돌이 길게 늘어서 있다. ⓒ 이종원

전세계 7만기의 고인돌이 있으며 세계각지에 펼쳐져 있다. 특히 중국 요령지방과 한반도 전역에 발견되는데 그 형식이 비슷한 것을 볼 때 한반도와 요령지방은 같은 청동기 문화권이고 같은 조상임을 말해준다. 한반도에만 무려 4만기의 고인돌이 산재해 있으며 남한에만 무려 3만기의 고인돌이 있으니 이 분야에서는 세계신기록이다.

고인돌은 함경북도를 제외하고는 한반도 전역에 퍼져있다. 유독 전라도지방에 고인돌이 많다. 아마 생활의 기반이 되는 농경지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고창지역의 석물들이 가장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데 고고학자들도 그걸 인정하고 화순과 강화도 고인돌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무려 2천여기의 고인돌이 있다.

고인돌 군락을 보고


a 고인돌 옆에서 밭을 갈고 있는 아낙..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고인돌 옆에서 밭을 갈고 있는 아낙..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 이종원

처음 고인돌을 보았을 때 그 장쾌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느 것이 돌이고 어느 것이 고인돌인지 분간이 되질 않을 정도로 돌이 많다. 근처에 움막을 짓고 돌도끼로 들고 산을 휘젓고 다니는 선조들을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고인돌을 보는 재미다.

고인돌 축조방식


a 북방식과 남방식이 혼재해 있으며,무려 2천여기의 고인돌이 있다. 문패처럼 일련번호를 달고 있다.

북방식과 남방식이 혼재해 있으며,무려 2천여기의 고인돌이 있다. 문패처럼 일련번호를 달고 있다. ⓒ 이종원

고인돌은 축조방식에 따라 탁자식과 기반식 그리고 개석식으로 나눌 수 있다.

탁자식은 굄석 2개를 세우고 그 위에 뚜껑돌을 세운 것이고, 개석식은 땅 밑에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뚜껑돌을 덮는 방식인데, 고창의 고인돌은 세가지 양식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세 양식을 비교해 보면 당시 지배계층의 권력의 이동을 생각해 낼 수 있다. 기반식 고인돌을 세운 사람이 탁자식 고인돌을 세운 사람들을 몰아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는 것이 고창 고인돌이다.

a 고인돌군 앞에는 너른 들녘이 펼쳐져 있다.

고인돌군 앞에는 너른 들녘이 펼쳐져 있다. ⓒ 이종원

고인돌 밑에서 청동기 시대의 비파용 동검이나 돌칼, 돌화살촉이 발견되어 고인돌 주인들은 농경생활을 했음을 말해준다. 고인돌군 앞을 바라보라. 까마득한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세월만 틀릴 뿐이지 오늘날의 삶의 방식은 변한 것이 없다.

고인돌 제작

고창은 유독 바위가 많다. 암벽에 구멍을 내어 그곳에 나무를 집어넣고 물을 넣으면 나무가 불어나 돌이 결대로 잘라진다. 그러게 자른 바위를 이 곳까지 운반하자면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10여톤이면 80명의 장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200톤이 넘는 것은 1700명의 인원이 돌을 끌었음을 상상하게 한다. 장비도 없이 인간의 노동력으로 이룩한 대역사가 아닐까?

도산리 고인돌

a 북방식 고인돌인 도산리 고인돌

북방식 고인돌인 도산리 고인돌 ⓒ 이종원

상감리 고인돌군에서 농토를 따라 좁은 길을 들어서면 도산리라는 아늑한 곳이 나온다 바로 북방식 고인돌이 집 뒷켠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까지 삶의 터전 속에 자리잡고 있어 더욱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텃밭이 자리잡고 있으며 대숲 사이에 우람찬 고인돌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하긴 이곳에서 하늘로 제사지냈던 단으로 여긴 적도 있다고 한다.

이 곳은 북방식 고인돌의 남방한계선이 된다. 강화도 부근리 고인돌을 만든 선조가 이곳까지 내려왔다고 생각해 보라. 그 먼 곳에서..

a 고창 땅은 이렇게 황토빛을 내고 있다.

고창 땅은 이렇게 황토빛을 내고 있다. ⓒ 이종원

고창의 고인돌은 그 규모나 다양성에서 세계 최고다. 가히 고인돌 박물관이라 불리울 만하다. 죽은 자를 추모하는 정신은 수 천년의 세월을 지나 오늘날 우리의 제사풍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역만리 피라미드만 신비한 것이 아니다. 조상의 정신세계를 믿는 '만물숭배'라는 점에서 동일하며, 오히려 고인돌은 우리 정서에 맞고 세계에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고창 고인돌 가는길


1) 서해안 고속도로 고창IC → 고인돌(10분거리)...서울에서 3시간 30분소요
2)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 → 방장산 자연휴양림 지나 밤재 → 고창읍( 10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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