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들

등록 2003.05.08 08:37수정 2003.05.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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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꽃을 찾아 여행을 떠난 길에서는 꽃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더불어 숨쉬는 생명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 모두는 소중한 친구들이요, 협력자들입니다. 있음으로 인해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존재함으로 인해서 아름다운 것들이죠. 이 모든 것들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주는 삶의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소리를 들으며 나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달팽이는 아주 느립니다.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자신의 길을 갑니다.
느릿느릿 가는 것은 그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달팽이 본래의 걸음걸이입니다. 누군가 천천히 가는 그에게 '게으름뱅이'라고 한다면 달팽이의 존재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른 새벽 이슬의 흔적이 남아있는 오솔길을 걷는 것과 비가 개인 뒤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삼라만상을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빨리빨리 병에 걸려있는 현대인들에게 달팽이 한 마리씩 선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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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새벽에 숲길을 걸을 때면 늘 기대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거미줄에 이슬방울이 맺혀 영롱하게 빛나는 장면을 보고 싶은데 어린 시절 그 흔하고 흔하던 장면을 어른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을 기대하곤 합니다.

숲길을 거닐다보면 본의 아니게 남의 집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대부분은 보이지 않아서 무심코 지나친 연후에야 거미의 소중한 집을 망가뜨린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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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청한 하늘을 이고 있는 거미줄이 바람에 하늘거리는가 싶더니 작은 곤충이 거미줄에 '아차!'하고 걸렸습니다. 아주 순간적인 일이었고, 대략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거미는 먹이를 거미줄로 꽁꽁 포박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방금 전까지도 맑은 하늘, 푸른 봄날이 하늘을 만끽하며 날던 곤충에게 닥쳐온 갑작스럽고, 순간적인 죽음.


그렇죠. 때로는 우리 삶에도 고난이 예고도 없이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의 삶을 잠식해 들어옵니다. 때로는 죽음도 그렇게 다가옵니다. 그러니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살아갈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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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카멜레온보다는 변장술에 능하지 못하지만 마른 나뭇가지나, 억새풀과 구별이 안가는 도마뱀입니다. 급작스러운 침입자의 발자국 소리에 놀란 듯 꼬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을 갑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도마뱀의 꼬리는 다시 생긴다고 합니다.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도마뱀에게서 '버려야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버려야 할 것을 자꾸만 움켜짐으로 자신도 죽고 이웃도 죽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지금 내가 놓아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내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진정 나를 살리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a 뱀딸기

뱀딸기 ⓒ 김민수


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느새 빨간 열매를 낸 뱀딸기를 소개해 드려야겠습니다. 맛은 별로 없지만 그런 대로 먹을 정도는 됩니다. 뱀이라면 소스라치는 천성 때문에 어린 시절 뱀딸기를 먹는 것은 수월치는 않았습니다만 군것질이 흔하지 않던 시절, 산딸기보다 일찍 길가에 숨어있던 빨간 뱀딸기는 맛난 주전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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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이렇게 저렇게 늘 평온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지만 간혹은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바다를 보면 좀 나아질까 해서 섭지코지로 향했습니다. 날이 흐려서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과 그 동안 새로이 피어난 꽃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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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송아지처럼 맑은 눈을 가지고 있는 말, 주인도 아닌데 풀을 뜯다 말고 반갑게 맞이합니다. 두어 번 말을 쓰다듬어 주고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준 메시지를 양식 삼아 살아가는 좋은 날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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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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