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포 5일 시장, 82년 역사 마감

설렘과 기쁨이 추억처럼 피어 올랐던 곳

등록 2003.05.10 10:54수정 2003.05.1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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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5일 시장은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유서 깊은 장터로 장날이면 각종 정보교환 및 친·인척간의 만남의 장소로 성황을 이루었던 곳이다. 1980년대 들어 농촌 근대화 및 산업의 발달로 5일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겨우 명맥만 이어 오다 마침내 문을 닫게 됐다.

1920년 8월 개장한 영산포 5일 시장은 영산포를 비롯한 인근 영암, 장흥, 해남지역 주민들이 이용해 오다 지난 5일 82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지역민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일제시대부터 영산포는 어업전진기지로 영산포항이 형성되면서 일부 어업종사자들이 집단촌을 형성하여 잡은 고기를 팔 목적으로 시작된 상업이 발전하면서 시장형태를 이루다가 1920년경부터 정기시장을 형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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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재

위치상 특성 때문에 풍부한 수산물과 농산물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되기도 했으며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상업위주의 5일 정기시장이 이루어져 왔었다.

주민들의 증가와 함께 시장이 더욱 성장되어 타 지방인들까지 모여들어 제법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 장날에는 새벽 6시까지 하루종일 아무 때나 장을 볼 수 있으며 평일에 작은 장이 형성되기도 했었다

한국전쟁 때를 제외하고 82년 동안 닷새만에 한번씩 열렸던 영산포 5일 시장은 기쁨과 설렘이 추억처럼 피어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시골 아낙네들이 갖고 나온 채소에서부터 새끼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을 만날 수 있었다. 또 정다운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사교의 장으로 5일장에는 삶의 애환과 활력이 물씬 묻어 나온 곳이다.

영암, 강진, 장흥, 함평 등 5천여명 이용
서남부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 홍어, 젓갈판매



나주시 영산동 155-2번지 9백여평 부지에 자리하고 있는 영산포 5일 시장은 매월 5일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 등 모두 6차례 장이 열렸었다.

10년 전만해도 장이 열리는 날이면 나주시민 뿐만 아니라 영암, 강진, 장흥, 함평 등 인근지역 주민 5천여명이 이용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920년 개장한 이래 80년 넘게 전남 서남부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흑산도 홍어와 젓갈 등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교역의 중심지로서 영산포 상권 형성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었다. 하지만 영산강 하구언 건설로 인해 뱃길이 막히면서 유통환경의 변화와 함께 쇠퇴의 길로 걷게 됐다.

특히 국도 13호선 확포장이후 장터면적이 줄어들면서 장옥 61동의 410평으로 좁아져 장이 과거에 비해 활력이 떨어졌었다.

물론 지금은 포구의 기능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지만 과거 영산포는 황금기를 구가했던 적이 있었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 담양 용추골에서 발원하여 숨가쁘게 달려 온 영산강 350리는 이 곳 나주에 이르러 영산포라는 작은 포구를 만들어 놓았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세곡을 거두어 보관하여 서울로 운반하였던 중간 물류창고 역할을 하였다. 경국대전에 이르기를 영산포 물류창고인 영산창에는 800석을 적재할 수 있고 선박 53척이 배치되었다고 하여 나라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영산포 5일시장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갔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마는 시장의 법칙에 따라 영산포 5일시장도 유통구조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황폐해져갔다.

유통업체의 거대화로 소비자들의 발길은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려 5일 시장은 소비자들로 외면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영산포 5일 시장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수많은 소상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지역경제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었다.

5일 시장의 기원

인구가 희박하여 수요가 적고,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기에는 항상 장이 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으로 장이 설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기 시장이라고 한다.

장사꾼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자주 물건을 사주고, 벌어들인 돈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편안히 한 곳에 있고자 하겠지만 주민의 수요가 적을 경우에는 여러 지역을 순회하여 수요량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리 나라의 정기 시장은 5일 장이 가장 많다. 5일 간격으로 장이 서는데, 예를 들어 2일에 장이 선다고 하면 5일 후인 7일에 장이 다시 선다. 2일에 서는 장에서 물건을 판 장사꾼은 3일날 장이 서는 곳에 가서 물건을 팔고, 이리저리 장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5일 후에는 2일장에 다시 오게 된다.

손님들은 그 장사꾼을 5일마다 보게 되고, 장사꾼은 5개의 장터를 다니면서 물건을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장사꾼을 장돌뱅이라고 한다.

정기 시장은 15세기 말 조선 성종 때 전라도에서 기근을 계기로 자연 발생하였다. 그러나 삼한 시대에도 시장이 열렸다고 전해지고 있어, 그 기원이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교통이 발달하고 도시화로 인구가 밀집하면 한 곳에서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므로 정기 시장은 상설 시장으로 변화됐다.

전통 풍물시장 10일 개장
풍물시장 이용자 편익시설 시급

현대적 감각과 옛 정취가 어우러진 1만여㎡ 규모의 풍물시장이 이창 택지 지구 내에 천신만고 끝에 들어섰다.

지난 10일 개장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풍물시장은 당초 지난해 6월 완공과 동시에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입주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몇 차례 개장연기를 거듭해 오다 근 1년만에 문을 열게 됐다.

어물전 장소가 협소할뿐더러 수도, 전기시설이 열악해 1년 가까이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함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주시는 입주 상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은 결과 마침내 10일 결실을 맺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작 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개장 후 풍물시장을 찾는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1년 가까이 입주상인들과 샅바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냈을 뿐 이용자들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적으로 영산포터미널에서 걸어서 풍물시장까지 가는 인도가 거의 확보되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나주시내 또는 시청방면 이용자들은 노선버스가 풍물시장을 경유하지 않아 손수 짐을 들고 오고가야하는 불편이 예상된다.

터미널에서 풍물시장까지 약 10분 거리. 터미널에서 풍물시장 입구 200여미터 전까지는 인도가 놔 있지 않아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며 몇 곳의 인도는 파손되거나 풀이 무성히 자라 풍물시장 인근 주위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풍물시장으로 가는 도중에 대형 공사를 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도 지배적이다. 이밖에도 풍물시장 인근에 안내 표지판이 단 한군데도 설치되지 않아 이용객들의 불편이 가중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장 이용 시설들이 이용자 위주보다는 상인들 위주로 설계돼 시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1만여㎡ 규모의 시장을 단 한 명이 관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붕 자체가 불에 잘 타는 갈대이기 때문에 화재가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최소 2명 이상의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것.

한편 신정훈 시장은 "풍물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달 1회정도 문화 이벤트, 즉 판소리, 마당놀이, 사물놀이 등을 열어 나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장에서 물건도 사고 즐기고 가는 전통시장의 개성을 살려나가겠다"고 말했다. / 신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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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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