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나무가 주는 삶의 소리

등록 2003.05.10 18:51수정 2003.05.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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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기쁨은 슬픔이 품고 있고, 희망은 절망이 품고 있는 법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슬픔이나 절망을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새 마음으로 거듭나게 되는 첫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입니다.


여행길에서는 초면의 사람을 만나도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꾸벅 인사를 할 수도 있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반갑게 손을 들어 '안녕!'하며 인사할 수 있습니다.

슬픔과 절망을 피하려고만 한다면 참된 기쁨도 희망도 없고, 그런 사람은 참된 기쁨의 의미도 희망의 의미도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슬픔과 절망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슬픔과 절망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좀더 진하고도 그윽한 향기를 갖게 되겠죠.

지는 석양은 떠오를 태양을 품고 일출보다도 붉디붉은 모습으로 우리의 곁을 떠나갑니다. 밤이 지나면 다시 떠오를 것을 알기에 우리는 덤덤히 '안녕!'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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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예수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마태복음23:26)


이 말을 들은 사람들 중에는 심히 분개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신들 스스로 깨끗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가난한자, 부랑자들과 함께 하는 예수가 하는 일들이 불경한 것이라고 트집을 잡는 이들의 면전에 대놓고 이런 말을 했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더욱이 그들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말을 했을 때 어떤 파장이 미칠 줄 알고 있었던 예수, 그러한 말들을 함으로써 십자가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오늘 날 겉모습만 그럴듯한 신앙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결국 이런 신앙인들이 하나 둘 보편화되면서 신앙의 본질이 훼손되어 이제는 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수가 와서 "너희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하면 돌이라도 던질 태세입니다.

무엇이 실체고 무엇이 그림자입니까?
작은 빗방울에도 파문이 일어 일그러질 그림자를 실체라고 믿고 살아가는 한에 있어서 우리는 위선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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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생명이 귀한 까닭은 연약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약함 가운데 들어있는 강함은 보듬어 주고 사랑을 줄 때 풍성해집니다. 그렇게 풍성해진 강함만이 군림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한 것, 좋은 것만을 선호합니다. 연약한 것은 부질없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런 사람, 사회는 건강할 수 없습니다.

예수는 건강한 자들에게는 의원이 필요 없고 병든 자에게 의원이 필요하다고 하시며,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왔다고 하신 말씀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삶을 살았기에 예수는 우리의 소망이요, 희망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약하고 연약한 것을 사랑할 줄 모르고 살아온 결과를 보십시오. 우리의 후손들에게 마음 편하게 물려줄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꽃은 연약합니다. 화들짝 피었다가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꽃잎이 상하고 떨어집니다.

그러나 꽃잎이 상하고 떨어진다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법이 없습니다. 연약함 속에 들어있는 강인함이죠. 그러나 누군가가 꽃대를 꺾어 버리거나 뿌리째 뽑아버리면 속수무책으로 죽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연약하기 때문에...

망자들의 곁에 서있는 나무의 세월을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봄에 나오는 연약한 새순 하나 하나를 소홀히 여기지 아니하고 보듬어 줌으로써 기품이 서려있는 풍성한 나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연약한 것을 보듬을 수 있을 때 모두에게 희망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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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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