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년전에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흔히 교실이란 검은 색의 칠판하나와 칠판 구석에 걸린 삼각자, 각도기, 컴퍼스, T 자가 있고, 교실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나무난로와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양철 연통의 모습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 거기다가 유리창에 걸린 얇은 커튼이 있고, 교실 청정의 중앙 덩그렇게 걸린 선풍기 한 대가 전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교실 정면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 프로젝션 TV, 완전 매립식으로 컴퓨터가 갖춰진 교탁, 그 위에 설치된 실물 화상기, 프린터, 각 교실을 연결 해주고 외부까지 전화를 할 수 있는 전화기 등이 오늘의 교실 모습이다.
이것도 조금 뒤진 시설이다. 좀더 새로운 시설을 갖춘 학교에서는 이미 프로젝션 TV가 퇴출당하고, 빔 프로젝트를 사용하여 영화관 같은 커다란 화면에 비춰진 IT 자료들을 보면서 수업을 받고 있고, 에어컨을 갖추고 냉난방을 모두 해결해주는 시설을 갖춘 교실도 있으며, 심지어는 요즘에는 칠판이 사라지고 화이트 보드에서 물칠판이라는 새로운 시설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한 교실에 비치된 교육기자재 값만도 조달청 고시 가격으로 따져도 최소 5∼600만원 어치가 훨씬 넘는다.
이렇게 편하고 발달된 학습기자재를 사용하게 되면서 학교에서 자취를 볼 수 없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교사용으로는 줄판과 등사기가 사라 졌으며, 학습자료로는 주산과 산 가치, 모형 돈 등의 구체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물론 교과별 노트도 거의 없어져 버리고 이제는 종합장 하나를 달랑 들고 다니면 된다. 아마도 어느 선생님도 노트정리를 얼마나 충실히 했는가를 검사하는 일도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어른들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익혔던 일들 중에서 사라져 버린 몇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연필 깎기 칼이 사라지고, 대신 넣고 돌리기만 하면 제대로 잘 깎아져 나오는 연필 깎기가 대신해준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요즘 아이들은 칼을 가지고 무엇을 만드는 것은 포기해 버리고 살고 있다. 그렇게 잘 드는 카터 칼을 가지고도 젓가락 한 짝도 제대로 깎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다음으로 교과별 노트정리가 서라지고 나서 아이들의 글씨가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노트 검사도 하지 않고 옛날처럼 칠판에 가득 판서를 해주는 선생님도 없으니 글씨를 쓸 기회가 없다. 더구나 집에서는 숙제를 해도 컴퓨터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찾아서 프린터로 뽑아버리면 되는데 힘들여서 글씨를 쓸 일이 없는 것이다.
세 번째로 주산이 사라지므로 해서 어린이들의 계산 능력이나 암산 능력 같은 것이 거의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장단점은 있다지만, 지난날의 수학경시대회에서는 50, 100문제를 일정한 시간 사이에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히 풀어내는가 하는 경쟁을 하였었다. 물론 요즘 더 복잡한 계산도 계산기를 두들기기만 하면 당장 간단히 답이 나오는 데 주산 같이 거추장스럽고 어려운 것을 이용할 필요가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손으로 주무르고, 만지고, 조작해보는 구체물을 이용하는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화면에 비취는 모습을 보고 자기 생각을 말하고 계산을 하고 반응을 하는 수업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모든 것을 외우고 자기 손으로 만지고, 계산을 해야 하였지만, 이제는 그런 것은 간단한 기계조작으로 해결이 되므로 그 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어디에서, 어떻게 구해서,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가름 나는 상황에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 시절에 손으로 만지고 직접 써보는 기계, 기구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그 자료 나름대로 가진 장점을 잊어버리는 것 같고, 돌멩이와 나무 막대로 세고, 쓰면서 배웠던 구체적인 실물자료 등을 사용하는 조작학습의 기회 줄어 잊혀져가고 있어서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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