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산 1호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관찰행사 개최

등록 2003.05.11 20:25수정 2003.05.13 09:55
0
원고료로 응원
a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 ⓒ 박신용철

매화마름을 아시나요?

제주도·전남·함북 등지와 일본에서 서식하는 매화마름은 꽃은 물매화를 닮았고, 잎은 붕어마름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늪이나 연못에서 사는 물풀 중 하나이다.


꽃잎이 5개인 매화마름은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기 때문에 꽃이 만개하는 요즈음이면 늦봄에 흰눈이 내린 것처럼 보인다.

4월∼5월이면 흰색 꽃이 피는 매화마름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영등포에서도 볼 수 있었을 정도로 흔했던 물풀 중의 하나였으나 현재는 개발로 인해 연못과 습지의 대부분이 파괴되어 서해안 일부 지역의 논이나 습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a 매화마름

매화마름 ⓒ 박신용철

이 때문에 환경부는 지난 98년 2월 26일 멸종위기 놓인 매화마름을 한란, 나동풍란, 광릉요강꽃에 이어 네 번째로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서해안 몇몇 곳에서도 매화마름이 서식하는데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가장 큰 매화마름 군락지라는 것 이외에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첫 성과로 일구어낸 '시민 자연자산 1호'라는데 있다.

왜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를 '시민 자연자산 1호'라고 부르는 것일까?


(사)내셔널트러스트(자연신탁국민운동, The National Trust of Korea)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 증여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 및 문화유산을 확보한 후 시민 주도하에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국내에서도 지난 2000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www.nationaltrust.or.kr)를 창립했다.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창립된 지 2년만에 맺은 첫 결실이 바로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이다.


a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생태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매화마름 이외에도 씀바귀꽃등을 관찰했다.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생태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매화마름 이외에도 씀바귀꽃등을 관찰했다. ⓒ 박신용철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가 내셔널트러스트운동으로 '시민자연자산 1호'로 된 데에는 지난 98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www.nationaltrust.or.kr) 현진오 조사분과 위원장이 인천 강화도 길상면 초지리 일대에 매화마름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비롯되었다. 그러나 매화마름 군락지를 발견했을 때에는 초지리 일대에 경지정리가 한창이어서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매화마름이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으로 매화마름 군락지를 매입하기 위해 초지리 주민들과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러던 중에 사재구씨가 매화마름 군락지 보존의사를 밝혀왔다. 사재구씨는 매화마름이 서식하고 있는 자신의 농지 총 912평 중 112평을 무상 기증했으며 나머지 800평에 대해서는 4800여만 원 상당의 시민기금을 모아 매입하게 되었다.

a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기금으로 매입한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기금으로 매입한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 박신용철

이렇게 탄생한 '시민 자연자산 1호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의 생태적 특성에 대해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동욱(어린이식물연구회) 교육위원은 "식물도감에는 매화마름이 여러해살이식물로 나와있지만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은 한해 또는 두해살이 식물"이라며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논들 중 경작중인 논에서만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욱 교육위원은 "보통 논농사는 농사를 짓기 바로 전에 물을 대는 게 원칙이나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는 이른봄부터 계속 물에 잠겨있다"며 "겨우내 논바닥이 말라 있다가 이른 봄부터 물이 차있는 곳에 매화마름이 서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화마름이 여러해살이식물이 되려면 논둑 등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야 하는데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는 논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는 논을 갈아엎기 전에 씨앗을 물 속에 넣어놓고 살도록 진화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화도 매화마름은 일본이나 국내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매화마름과는 진화적으로 다른 종으로 식물학계에 보고되어 있다"면서 "흔하던 매화마름은 이제 우리 나라 전역에서 사라졌고 강화도 일부에서 서식하는 매화마름이 최대의 서식지"라고 했다.

박 교육위원은 특히 "유기농으로 전환하면서 잡초제거 등의 농법 전환으로 인한 훼손 위험도 있다"면서 "지금의 생태패턴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매화마름이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박준형 간사는 "내셔널트러스트 자산은 내셔널트러스트 방식을 통해 영구 보전을 목적으로 확보된 것으로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가 가능해진 곳을 의미한다"면서 "현재 내셔널트러스트 자산은 미비하지만 앞으로 한국구토의 1%를 지켜낼 것이며 국민총생산의 1%를 자연과 문화를 지켜내는 기금으로 모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란?

영국은 1800년대 후반 산업혁명으로 인해 소중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에 1895년 로버트 헌터(변호사), 옥타비아 힐(여류 사회활동가), 캐논 하드윅 론즐리(목사)가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이나 기부·기증을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자원과 문화자산을 확보, 시민 주도로 영구히 보존·관리하는 시민환경운동인 내셔널트러스트를 설립하게 된다.

'역사 명승·자연 경승지를 위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Places of Historic Interest or Natural Beauty)'의 설립자 중 한사람인 로버트 헌터 변호사는 1895년 보호하기 위해 매입한 문화·역사 유산에 대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싸움을 시작하여 1907년 '내셔널트러스트법'을 제정하게 했다.

영국에서 제정한 내셔널트러스트 법에는 '아름답거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토지(자연)와 건물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영구히 보존해야하고 취득한 대상물에 대해서는 양도불능을 선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전체 토지의 1.5%와 해안지역의 17%를 내셔널트러스트에 의해 보존·관리되고 있다.

시민자연유산 1호인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와 시민 문화유산 1호인 '최순우 고택' 매입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도 환경부와 문화재청과 접촉하면서 '내셔널트러스트법' 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 박신용철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4. 4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