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보길도 댐 증축에 반대하는 33일 단식시위를 벌였던 강제윤씨가 댐 증축 검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보내온 글입니다...<편집자 주>
오늘 오전 보길면사무소 회의실에서는 제1차 보길도 댐 증축 검토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주민 대표로 검토위원회에 참석했던 나와 조정옥 보길면 상수원대책위 공동 대표가 검토위원직을 사퇴했습니다. 회의는 공개로 진행됐으며 보길면 주민과 노화읍 주민, 공사관계자 등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회의 진행 도중 보길도와 노화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길면 군 의원은 "보길도 대부분의 주민들은 댐 증축을 원한다. 댐 증축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다른 지역에라도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진짜 의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껏 댐 증축 백지화를 요구해 온 보길 상수원 대책위원회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군 의원은 내가 단식투쟁 중이던 부용리 마을회관을 자주 찾아와 댐 증축 반대운동에 많은 힘을 실어준 분이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북제주군청에 해수 담수화에 대한 자료들을 요청하기도 했고, 나와 함께 해수 담수화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함께 하며 대안을 찾는데 큰 힘을 보태 주기도 했었지요.
그럼에도 얼마 전부터 군의원은 태도를 바꿔 보길도 전 주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책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보길면장, 번영회장 등과 함께 댐 증축 공사를 원하는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지난 5월 9일과 14일, '보길 상수도 주민 의견 반영 과정 문제점 및 대책 회의'라는 이름의 회의를 소집해 다시 댐 증축 공사를 하자는 분위기를 연출해 왔지요.
그들 일부 유지들은 지금 지난 몇 달간 보길도 주민 1000명 이상이 반대 서명을 하고, 700여명이 참석해 반대 궐기 대회 등을 하며 반대 운동을 한 것은 주민들의 진정한 뜻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댐 증축 백지화를 주장하는 나와 조정옥 위원장 등 두 명의 주민 측 검토위원은 주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그 자리에 참관인으로 참석해 있던, 댐 증축에 적극적이고 스스로 면장의 부하직원을 자처하는 한 이장은 발언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상 발언을 통해 대책위 회의를 통해 뽑힌 주민 대표 검토위원들이 대표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노화도 군 의원은 노화 주민 의견이라면서 "보길도 유적지 보다 더 큰 문화재를 훼손해가면서도 공사들을 하는데 물을 먹기 위해 유적지 좀 훼손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가 되느냐"며 댐 증축을 주장했습니다. 노화 군 의원은 또 나와 조정옥 위원장 두 사람은 댐 증축이 무산되면 책임을 저야 할거라며 협박성 발언을 했습니다.
노화군 의원 등 5명은 며칠 전 밤에 술에 취해 내 집으로 찾아와 "문화재를 훼손하더라도 댐 증축을 해야 한다. 노화 저수지나 담수화 물은 먹을 수가 없다. 댐 증축이 백지화되면 너를 고통받게 해주겠다"며 협박을 하고 돌아간 바 있었지요.
그밖에도 댐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완도군청의 상수도 계장은 발언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보호과장이 완도군의 입장을 보고하는 도중 마이크를 가로채 자신이 대신 발언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주민 대표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주민들이 있고, 중립적인 검토위원회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협박마저 당하는 상황에 처하자 나와 조정옥 위원장은 더 이상 검토위원회에 계속 참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검토위원직을 전격 사퇴했습니다. 두 사람이 계속 검토위원으로 남아 있는 것은 주민들간의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뿐이겠지요.
검토위원직을 사퇴하며 우리는 주민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보길면 군 의원과 노화면 군 의원 등이 검토위원으로 참석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보길 면장이나 상수도 계장도 주민 대표 검토위원으로 참석하도록 권유하지 못하고 회의장을 나온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아쉽고 애석한 일입니다.
나는 처음 열린 검토위원회와 이후의 검토위원회 활동이 완도군 공무원과 보길면장, 그리고, 보길 노화 군 의원 등이 조성한 비이성적인 분위기로 인해 중립에 손상이 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보길도 댐 증축문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댐 증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무렵, 노화도에는 객실 30실이 넘는 대형모텔과 사우나가 들어서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댐 증축을 하지 않으면 당장 먹을 물이 없어 난리가 날 것이라 주장해온 완도군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 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아주 쉽게 찾아질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14일 있었던 '보길 상수도 주민 의견 반영과정 문제점 및 대책 회의'에서 보길면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화 기존 지역에 호텔 등 숙박 업소, 유흥 시설이 지어지면 엄청난 물이 소비될 것이다, 이 부분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보길도 댐 공사가 문제점이 많다는 점을 인식한 환경부 장관의 재검토 지시로 검토위원회가 구성되고, 문화재청에서도 문화재 훼손을 우려하여 댐 증축 공사를 불허한 마당에 완도군 일부 공무원들과, 노화 보길도의 유지들, 그들의 대표자인 군 의원들이 왜 그토록 주민들을 분열시켜가며 댐 증축 공사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늘 검토위원직 사퇴에 이르기까지 나는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고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습니다. 많이 미진했겠지만 부끄러움 없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이나 환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렵니다. 환멸을 준 사람보다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갖게 해준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문화재 보호와 안정적 물 확보를 위해 삭발을 하고 생업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댐 증축 백지화 운동에 함께 했던 많은 보길도 주민들입니다. 그분들께 다시 한번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이제 나는 대통령의 지시로 보길도를 방문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약속했던 대로 검토위원회가 외부의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민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주민들의 주장대로 나와 조정옥 보길면 상수원 대책위원장이 검토위원직을 사퇴했으니 그들도 이제는 검토위원회에서 어떠한 결정이 나더라도 불만 없이 수용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노화도 주민들 또한 마찬가지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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